감사할 조건들을 찾게 해준 계기
거창하게 기부라고 할 것도 없고요. 회사의 ‘마음톡톡’ 기부와 함께 굿네이버스 아동 결연을 하고 있어요. 우리도 과거에 해외원조를 받아서 지금 이렇게 잘살게 됐잖아요. 한 달에 몇만 원으로 힘든 아이들의 끼니가 해결된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죠. 제가 결연하고 있는 13살 아이는 병든 부모님 대신 공장에 다니면서 가장 노릇을 하고 있어요. 힘든 환경에서 어렵게 살고있는 아이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봉사활동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됐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죠. 또 단체에 소속되지 않는 한,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할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요.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마련해준 자리에 마음만 가지고 있던 저는 손쉽게 참여하게 된 거죠. 창립기념일 봉사활동은 2007년도에 처음으로 시작됐고, 2008년부터는 연말봉사활동이 시작됐어요. 성세재활원과 월평복지관을 회사에서 지원하고 기술연구소와 대전지역 정유영업본부 직원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2007년 제1회 창립기념일 봉사활동은 천성원에서 생활하는 장애아동들을 위한 체육행사였어요. 행사가 끝나가는데 아이들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아쉬워하는 거에요. 저는 그날 하루 아이들과 놀아준 것뿐인데, 저를 너무 따르고 좋아 해주고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건강과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평이 많았던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죠.
사실 평상시에는 이런 것들을 못 느끼고 살잖아요. 제 아이들한테도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종종 했었는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사활동을 통해 그렇게 저는 오히려 제가 감사할 조건들을 찾았답니다.
눈 딱 감고 일단 시작해 보세요
봉사활동이라는 게, 사실 처음에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운데요. 모든 것이 그렇듯이 첫째는 마음이 열려야 합니다. 마음이 열려야 지갑도 열리고 몸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되죠. 마음이 열리면 누가 하지 말라 그래도 지속적으로 하게 되죠. 그렇게 발을 들여놓으면, 횟수가 반복될수록 조금씩 내용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 1만큼을 했다면 두 번째, 세 번째로 가면서 뭔가 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이죠. 김장 봉사만 해도, 시작한 첫해에는 재활원에서 사전 준비해 둔 김치속을 배추에 넣어서 배달하는 일만 했어요. 처음부터 너무 어렵고 힘들면 봉사가 아니라 노동이라고 지레 겁먹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참석자 명단을 쭉 보니까 이제는 거의 매년 참석하는 고정 멤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김치속 만드는 일부터 저희가 직접 다해보겠다고 손을 들었죠. 그런데 역시나 활동이 끝나고 다들 너무나 좋아하셨어요. 봉사활동을 통해 평소에 교류가 많지 않은 영업팀과 연구원 간에 자연스럽게 친분도 쌓고 분위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답니다.
나 자신을 위한 치유의 시간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제가 그분들을 도와드린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요. 얼마 전 아내와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맑게 해주는 영화를 보면 한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삶의 질이 나아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봉사활동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나를 한번 돌아볼 수 있고, 그걸 계기로 내가 맑아지죠. 요즘 힐링, 힐링 하는데 내가 힐링이 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누굴 돕는 것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면 결국은 내가 배우고 치유받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주변에 권할 때 그런 얘길 해요. ‘내가 건강한 것 그 자체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 가서 부딪히다 보면 내가 배우는 게 너무 많다.’ 라고요.
감동적인 영화 한 편 찍으러 가는 마음으로 가볍게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영화의 주인공이 돼서 봉사활동을 통해 감동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단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봉사활동도, 막상 가서 부딪히면 느끼는 게 분명히 있답니다! 올 연말에는 저희와 함께 김장하러 가시는 거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