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트러블슈팅!! – GS칼텍스의 장인정신을 만나다.
장인정신,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면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최상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문가적 직업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자의 장인정신 못지 않은 사용자의 장인정신이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면?
외부에서 구매·설계·시공한 자재나 설비를 공장에 최적화시키는 과정에 투입된 GS칼텍스에서도 장인정신을 찾아 볼 수 있는데요. 특수 펌프에 해당하는 고압왕복동펌프를 공장에 최초 도입한 후 발생한 트러블슈팅에 빛을 발한 GS칼텍스의 장인정신을 만나봅니다.
고압왕복동펌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트러블슈팅하다 – GS칼텍스 정비3팀·기계검사팀·VRHCR1팀
고온고압의 가혹한 공정조건에서 운전되는 고도화설비로 이루어진 GS칼텍스 제2공장. 지난 2010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제3고도화설비인 VRHCR은 200kg/cm²가 넘는 고압의 유체를 이송하기 위해 일반적인 회전식 펌프가 아닌 특수한 고압왕복동식 펌프가 필요했습니다. 펌프의 한 종류인 고압왕복동펌프는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면서 유체를 보다 더 높은 압력으로 보다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장치인데요.
VRHCR에는 이탈리아 Peroni사의 고압왕복동펌프 여섯 대가 설치됐고, 당시 이러한 타입의 펌프는 여수공장에 최초로 도입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설치 직후부터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데요.
고압왕복동펌프는 왕복 운동하는 피스톤 부위에 윤활 및 실링 목적으로 오일이 공급되는데, 최초의 문제는 이 오일 공급 라인에 설치된 체크밸브가 손상되고 튜브가 파열된 것이었습니다.
체크밸브는 분당 약 110회 개폐되는데, 기계적으로 취약한 구조로 설계되어 시트 부위가 파손됐으며, 이로 인해 200kg/cm²의 고압이 튜브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면서 크랙이 발생했습니다. 1~2주를 주기로 동일한 문제가 계속 발생했고 크랙이 발생한 부위로 유체가 비산되면서 화재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두번째로는 볼타입의 체크밸브인 토출밸브가 손상되면서 유량이 감소하고 이음이 발생했습니다. 밸브가 열릴 때 볼의 충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밸브 캡 부위에 가스존이 형성됨에 따라 충격 완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스가 밸브 캡 상부에 유입될 때 이를 배출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였습니다.
세번째로는 석션밸브 커버의 누유였습니다. 석션밸브 가스켓의 문제로 볼트를 조여도 누유가 계속 발생했던 것입니다. 공장은 제작사인 Peroni사에 신속하게 문제상황을 보고하고 해결책을 문의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다른 공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없었다며 펌프 디자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뚜렷한 원인 파악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제작사가 상황을 검토하고 회신을 보낼 때까지 공장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이에 정비3팀과 기계검사팀, VRHCR1팀 등 관련팀들은 자체적으로 기술협의회를 열어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갔습니다. 여기에 CoP와 GB활동 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습니다.
한 가지 예로 튜브가 파손됐을 때, 제일 처음에는 약한 배관을, 그 다음으로는 얇은 튜브 두께를 개선했지만 동일한 문제가 계속 발생했습니다. 배관에 진동이 많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에 진동을 잡으려고 지지대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체크밸브의 타입을 바꿔보기 위해 다른 컴프레셔에서 쓰고 있던 체크밸브를 적용해보기도 했습니다. 부러지는 현상은 없어졌지만 완벽하게 해결이 되지 않자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것이 어느 정도 압력이 올라가면 압력이 낮은 쪽으로 오일을 배출하는 세이프티밸브를 설치한 것입니다.
이렇게 튜브가 터지는 문제 하나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발생한 현상 자체는 간단해 보여도, 정확한 원인을 짚어내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것들을 적용해보는 과정들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담당 팀원들은 수차례의 트러블슈팅 회의를 실시했고, 이를 통해 도출한 해결방안들은 기계검사팀을 통해 제작사에 신속하게 전달함으로써 보다 신뢰성 높은 해결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GS칼텍스는 아이템별로 근거자료와 논리를 준비해서 프로세스에는 문제가 없고, 펌프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제작사에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1억3천만원에 달하는 부품을 무상으로 공급받아 교체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체크밸브는 구조를 변경하고 오링의 재질을 업그레이드했으며, 토출밸브는 볼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충격 완화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개선했습니다.
또한 석션밸브의 경우 시트 면을 가공해서 실링 효과를 증대시켰습니다. 패킹의 재질과 밸브의 구조를 개선함에 따라 토출 유량을 정상화할 수 있었고 VRHCR의 안정적인 운전에 기여한 것입니다. 고가의 밸브 바디를 교체하지 않고 내부 구조 개선과 패킹 재질 변경을 통해 재사용함으로써 부품 교체비용인 5천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팀원들은 지금까지 이렇게 트러블이 많았던 기계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기계가 부서지거나, 운전을 잘못하거나, 설치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까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끌고 나온 사례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둘씩 발생할 때마다 해결하는 과정이 큰 자극이자 공부가 됐다고 말합니다.
공장에 처음 설치된 펌프 기종이기 때문에 난생 처음 접해보는 트러블슈팅이 팀원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 됐던 것입니다.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오기에 가까운 책임감과 문제해결의지도 자연스레 높아졌습니다.
모든 것을 오픈하고 공유해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팀간의 유기적인 상호협력으로 시너지가 최대로 발휘될 수 있었습니다. 정비팀은 현장에서 실행하는 부서로 손으로 만지고 고치는 것이 전문분야입니다. 하지만 제작사에 클레임을 걸고 설득하고 부품을 받아내는 역할은 기계검사팀의 몫입니다.
여기에 일상적인 운전조건에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트러블들을 파악하고 조치하는 VRHCR1팀까지 관련된 세 팀의 호흡이 척척 맞았습니다. 담당팀원들에게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고생과 보람을 이야기합니다.
기름이 굉장히 뻑뻑하기 때문에 한번 터지면 흘러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뿜어져 튀는 형상. 여러 차례 발생한 누유로 뜨거운 물이나 스팀을 부어서 꼼꼼하게 기름을 닦아야 했을 때는 정말이지 고생스러웠다고 말합니다. 또한 처음에는 완강하게 디자인 오류를 인정하지 않던 제작사를 설득해서 결국에는 디자인을 변경하고 부품을 공급받았을 때는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고압왕복동펌프는 1차, 2차, 3차로 횟수가 늘어가면서 다양한 트러블들이 계속 발생했고, 그에 맞게 관련 팀원들은 개선 및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하며 함께 난관을 헤쳐왔습니다. 반복되는 트러블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어김없이 문제를 해결하며 GS칼텍스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VRHCR이 가동을 시작한 직후부터 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고압왕복동펌프의 문제는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공장의 관련팀들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 상호협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채 문제 해결은 진행중입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숙제로 남아있는 고압왕복동펌프, GS칼텍스 표 장인정신을 통해 트러블 제로화를 꿈꿔봅니다.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