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의 기쁨! 이 대리가 된 수현씨
GS칼텍스의 직급 체계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순입니다. 사원이 대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년(3년 만에 대리 되시는 대단한 분들도 있어요ㅎ)입니다. 사원 생활 4년 동안은 이렇게 불렸어요. 사무실에는 “이수현씨, 수현씨, 수현아” 정도이고, 외부업체에서는 “이수현님, 담당님”으로 불립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야, 너, 이 아가씨! 저 아가씨”까지도 나와요;;
하루는 주유소 사장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사장님: “아니! 이 아가씨가!! 빨리빨리 실험결과 보내라니까!!!”
저: “아니, 사장님, 사장님이 제 새언니에요? 왜 저한테 이 아가씨, 저 아가씨 하세요?”
사장님: “뭐라고??? 아니 그럼 뭐라 불러…요!!”
기세 좋게 사장님께 항의했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제가 대리 정도만 됐어도, “이수현 대리”라고 하시면 됩니다!” 했을 텐데…. 불릴 직급이 없는 서러움이란…ㅠㅠ 그러던 제가 드디어! 대리가 되었습니다!^-^ 입사한 지 만 4년을 채우고 나서 처음으로 달아보는 제대로 된 직급.
첫 번째로 놀란 점은 놀라운 축하인사였어요.
사실 대리가 된다는 것은 그래도 연차가 되면 자연스럽게 되는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께서 메일로, 전화로, 카톡으로 축하해 주셨습니다. 저를 축하해 주신 수많은 선배님들께서 승진하실 때, 저는 그만큼 축하를 전했던가? 사실 아니었거든요. 근데도 저를 아는 분도, 저를 모르는 분들도 보내주시는 뜨거운 축하. GS칼텍스는 역시 정으로 가득한 회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두 번째, 승진 축하로 한우를 받다니!
근데 여기서 기쁨은 멈추지 않았어요. 우리 회사 근처에 정말 엄청나게 맛있는 한우 집이 있습니다. “장위동 유성집!” 등심 전문점으로, 밑반찬은 무생채 하나 내어 주는 곳인데 육질은 완벽하고…그래도 비싸니까 특별한 손님이 오셨을 때, 엄청난 고생을 했을 때, 일 년에 2~3번 가는 곳이죠.
한 6개월 전쯤, 이곳을 갔을 때, 사장님과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사장님께서 저보고 “직급이 어떻게 되십니까?” 라고 물으셨고, 저는 알딸딸한 상태로 “아 사장님! 저는 사원 나부랭이입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그때 사장님이 그게 되게 인상 깊으셨나 봐요! ㅎㅎ
이번에 또 유성집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사장님이 저를 알아보시고 “사원 나부랭이님,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어 사장님! 저 이제 승진했어요!!” 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귀한 고기를 맛있게 먹고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서 저에게 까맣고 동그란 비닐봉지를 내미셨습니다. 집에서 국 끓여 먹거나 장조림을 해서 먹으라며 건네주신 한우였어요! 제가 승진했다고 한우집사장님이 그 귀한 한우를 싸주시다니. 아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색깔도 곱고 양도 많은 나의 한우!!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세 번째, 기쁨은 무엇보다도 임금 인상입니다~ㅎㅎ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임금까지 올려주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ㅎㅎ 하지만 직급에 따라 부담도 찾아오더라고요.
“이제는 대리가 됐으니까! 더 열심히 해, 이대리!”
제가 벌써 입사 5년 차지만, 여전히 팀에서는 막내였어요. 항상 철없고, 시끄럽기만 한 제가 대리가 된 것이 상무님도 신기한 모양이신지, “벌써 5년이 됐어? 아직도 신입사원 같은데.” 하시더라고요. 저도 여전히 신입사원처럼 철없고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페이지 번호는 꼭 틀리는데, 승진하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될 것만 같더라고요.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또 왠지 제가 늙은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타 팀의 후배님들이 “선배님” 하다가 이제 “대리님” 하니까 한 4살은 갑자기 많아진 듯한 기분 ^^? 신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승진. 정말 직위에 걸맞게 회사 일 열심히 해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