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정비 재능을 기부하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는 교대조나 팀별로 이루어진 봉사대가 여러 개 있어요. 저희 한마음봉사대는 일종의 연합 봉사대인데요. 1996년 말 시설정비과로 입사한 직후에 농사일을 도와주러 동료 고향집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이런 형태로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봉사대가 결성됐고 올해로 벌써 14년째를 맞이했네요. 공무부문 정비부서와 퇴직사우들, EMS라는 협력사의 직원분들이 주축이 되어서 복지시설에서 기능봉사를 하고 있어요.
원래 저희가 하는 일 자체가 기계 정비이다 보니까, 일종의 재능기부 형태로 각종 시설 수리를 해드리고 있는 것이죠. 10여 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봉사대는 지금 33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고, 일회성으로 참여해주시는 100여 명의 회원들도 계세요.
여수보육원, 남산요양원, 연꽃요양원, 쌍봉종합 복지관, 기쁜 우리 요양원, 여수시 장애인복지관, 민들레 쉼터, 여수지역 아동센터와 같은 지역 복지시설들과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과 저소득층 가정에서 집 수리, 보일러 수리, 가전제품 수리, 전기시설 수리, 냉난방 시설과 위생설비 점검과 수리를 하고 있죠.
일반대원으로 활동하다가 총무를 맡은 지 5년이 되어갑니다. 어떤 기관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기획하고, 일정 잡고, 공지하고, 예산을 관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월 1회 정기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기관이나 시설, 사회공헌팀의 요청을 받으면 비정기적인 활동들도 기획해서 열심히 해보고 있습니다.
로터리 클럽이나 여수환경연합 등 지역의 단체들과 연계해서 금오도, 안도, 연도, 월호도 등 낙후된 도서지역을 찾아가서 집수리, 보일러 수리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1년에 한번씩은 꼭 섬으로 봉사활동을 나갔던 것 같아요. 몇 년 전에는 평도라는 섬에 가서 2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왔어요. 4명의 대원들과 동네 주민 몇 분들과 함께 묘목을 심느라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피도 나고 고생이 많았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는 추억입니다.
봉사활동 날이 기다려집니다
어떻게 15년 가까이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냐고요? 깊은 뜻은 없어요. 봉사가 계획되면 그 날이 올 때까지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 전날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당일 아침에는 눈에 번쩍 떠지고 일찍 일어나지더라고요. 시설을 점검하고 수리하는 봉사활동 자체도 상당히 의미 있지만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행복합니다.
어르신들, 아이들, 시설에서 일하는 분들, 또 우리 봉사대원들까지 항상 반갑고 함께 만나면 즐겁죠. 아침 9시까지 모여 그날의 일정을 의논하고, 활동을 시작하는데요. 쉬는 시간에는 어르신들 말씀도 들어드리고 아이들과 밖에 나가서 공도 차고요. 유난히 예쁘고 눈에 밟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정이 그리워서 저희들에게 먼저 다가오고 말도 걸고 같이 놀자고 합니다. 활동이 다 끝나면 가까운 곳으로 나가서 함께 식사도 하고요. 정기적으로 찾아가고 있는 여수보육원과 남산요양원 식구들과는 가족처럼 친하고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저와 다른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잖아요. 제가 그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준다는 생각보다, 그 시간 자체가 단지 즐거울 뿐이에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에게 권유를 할 때 봉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좀 다른 쪽의 이야기를 해요. 우리가 직장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지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회사 밖에서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 내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봉사활동을 통해서 가져보면 어떨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간접적인 경험도 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히고, 제 자신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이렇게 접근할 수 있다면 좀 더 편안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내의 동료들을 알아가는 데에도 너무 좋은데요. 함께 땀흘리면서 활동하다보면 사내 인맥도 넓어지고, 업무처리에도 도움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요. 상사와 부하직원, 선배와 후배, 동료와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죠.
혹시 봉사활동에 치중하는 바람에 가족들에게 소홀해지진 않느냐고요? 가족이 다함께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기획해서 아이들에게도 일찍부터 나눔에 대해서 가르치고, 아내들과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죠. 제 아내는 국제봉사단체인 로터리클럽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가 이런 쪽의 일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딸은 경찰행정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아들은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위해 공부하고 있어요. 최근에 아내가 저도 생각지 못한 좋은 아이디어를 냈는데요. 올해부터 가족의 생일이 있는 주말에는 네 사람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자는 제안이었어요. 지난달이 아내 생일이라 온 가족이 여수보육원에 다녀왔어요. 아내에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힘들게 자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있으면 아이들이 꿈을 펼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런 마음만 가지고 살았죠.
운이 좋게 제가 입사한 시설정비과가 주축이 돼서 한마음봉사대가 결성됐고,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정식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전문대에 입학해서 사회복지학과 공부를 마쳤죠. 지금도 동기들과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정보도 얻곤 합니다. 여러 복지시설과 기관들에 동기들이 일하고 있어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죠.
제가 어렸을 때는 힘들게 컸지만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열심히 일할 기회를 저도 거저 받은 것이잖아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나 뒷받침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하죠. 제가 하고 있는 활동들은 이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정말 작은 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30대까지는 저와 가족의 삶만 생각하면서 제 위주의 삶을 살아온 것 같아요. 조금씩 나이가 들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자꾸만 제 주변을 살펴보고, 더 멀리 보면서 살아야죠. 그것을 통해서 더 풍요롭고 균형 잡힌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