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생 수난기 – 2013-2014, 여자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 GS칼텍스 KIXX 배구단의 2013-2014 여자프로배구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축하합니다!!! 6년 만의 우승이라니 그간 배선생 맘 고생 많았어요! 아흑… ㅠㅠ (본 포스팅은 지난 3/31 3차전을 앞둔 시점, 배선생의 심경을 담담히 담아낸 원고입니다. ^^)
동글동글하니 나 잘 나왔지? 사진 찍은 양반이 내가 맞기 전에 찍어서 얼굴이 안 일그러졌잖아? 다행이지 뭐 ㅋㅋ 1초 뒤에는 내가 거의 타원형으로 변해서 시속 160km로 날아간다고 @@ 이게 내 일이긴 하지만 꽤 힘든 일이지….
소개도 없이 푸념해서 미안해. 난 배구공이야. 왜 배구공이 말을 하냐고? 그런건 따지지 말자고 ㅎㅎ 어제그제, 그니까 지난 주말에 전국이 떠들썩 했다지? 날씨가 좋아서 놀러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어벤저스라나 뭐라나 미국영화 촬영을 마포대교 막고 한다고 옳니 그르니 불편하니 어쩌니 난리였던데다, 긴 휴가를 마친 야구공 후배님이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고…그리고 여자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있는 날이기도 했어.
챔피언 결정전만 끝나면 나 휴가다? 그래선가 요즘 내가 좀 바빠. 지난주 목요일에, 그리고 토요일에 못 쉬고 일을 한거야. 그리고 여러분들이 이 글을 보는 월요일에도 내가 경기에 나가야 해. 나 없는 경기 상상해봤어? 내가 그 정도로 중요한 존재야ㅋㅋ
하지만, 뭐 사실 나도 배구 규칙은 잘 몰라. 그냥 세번만에 날 상대쪽 선 안으로 보내야 한다는 정도밖에는… 뭐 리시브니, 디그니, 리베로니 이런거가 뭔지는 대충 알겠는데 정확히는 모르거든? 궁금하면 얘네들한테 물어봐봐. 잘 알려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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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이렇게 열렬한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말을 시작했는데, 뭘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나왔던 지난 27일 사진이 몇 장 있던데…계속 두드려 맞는 모습 이지만, 이렇게 어려운 직업도 있구나, 극한직업 간접체험기 정도로 한번 그냥 봐줘.
첫번째 사진의 원본 사진이야. 여자경기인데도 남자경기 못지 않게 내가 정신 없이 왔다갔다 해야 해. 시합이 시작되면 선수들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그럴 땐 조금 무서워 ㅎㄷㄷ
이 사람들 되게 진지하더라고. 대포렌즈 갖구 와서 쉬지 않고 촬영.
이 사람이 그렇게 날 많이 때리더라고. 쳐 올리고 내려찍고 멀리 날리고…ㅠㅜ 얘기 듣자니 가장 잘하는 사람 중 한명이라더라.
으악~~ 꽤 아퍼 ㅠㅜ 배구협회는 나한테 연봉 많이 줘야해!!
나도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이 있어. 저기 양복 입은 감독이 선수들한테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라면서 뭔가 잔뜩 시켜. 선수들은 잠깐 물도 마시고…그 때 나도 쉬는거야.
선수도 쉬고 나도 쉬는 사이에 이 사람들은 열심히 바닥을 닦아. 미끄러지지 말라고 선수들이 흘린 땀을 닦는다는데, 이보시오, 나도 좀 닦아주시오~~
세트가 바뀔 때면 후보들이 나와서 나랑 연습을 해. 이 사람들은 날 막 때리거나 하지는 않아. 살~ 살 해주니 고맙지~~ >.<
날 보는 눈이 꽤 무서워.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여.
뛰기도 하고.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니 몸을 푸는거래.
경기 재개. 나 받으려다가 못 받은 선수가 슬퍼하고 있어.
후보선수들이 응원을 하고 있어. 저 옷 색깔 괜찮더라고.
응원하는 사람들. 정유사에서 왔대. 내 몸도 석유로 만들어졌는데…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응원하는 사람들. 은행에서 온 사람들.
날 상대편으로 잘 넘기고 기뻐하는 선수들.
힘이 넘쳐서 선 밖으로 나갔어~ 통통통~데구르르르르~~ 거 잘 좀 하지…
이 심판이라는 사람의 손짓에 따라 좋아하고 슬퍼하더라고.
나 때리기 직전
맞아서 승천한 나의 모습 >.< 경기장 천장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사진사 양반이 찍은거.
ㅎㄷㄷ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야. 오예~~!! 날아간다!!!!!!
이날 경기는 세트스코어 2:2로, 결국 5세트까지 갔어. 이쯤 되니 나도 지치더구만. ㅠㅜ
나의 행적이 불명확(?)했는지 양팀이 시비가 붙었어. 시합 중에 다투지 마라~~
내가 은행쪽으로 넘어가는 횟수가 많아지니, 정유사에서 온 사람들이 좋아서 팔짝팔짝 뛰더라구.
역시 좋아하는 장면.
정유사가 이겼어. 고생한 선수들과 후보선수들이 함께 모여서 축하하고 있어.
뭐…이 정도야. 스크롤 내리느라 힘들었지? 그래도 봐줘서 고마워.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이제 이번 주까지만 일하면 휴가야. 내가 가을에 돌아올 때까지 야구공 후배님, 축구공 선배님선 활약할 테니 관심 가져주시고 ㅎㅎ 참
2013-2014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경기일정
- 1차전 : 3월 27일(목) 오후 7시 화성 실내체육관
- 2차전 : 3월 29일(토) 오후 2시 화성 실내체육관
- 3차전 : 3월 31일(월) 오후 7시 평택 이충문화체육관
- 4차전 : 4월 2일(수) 오후 5시 평택 이충문화체육관
- 5차전 : 4월 4일(금) 오후 5시 화성 실내체육관
5전 3선승젠데, 지금 정유사(GS칼텍스)랑 은행(IBK기업은행)이 1:1로 승부는 원점이야. 나의 활약을 보는 한편, 누가 챔피언이 될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거야. 나 이제 오늘 경기 준비하러 가야해. 이따 보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