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인생을 바꾼 감동의 마라톤 완주기 – 한계를 시험하는 감동의 숫자 42.195
예상치 못한 불치병 진단이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다
운동을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요. 2009년도 말에 시신경이 죽어가는 녹내장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술담배를 즐기는 전형적인 중년의 아저씨였죠. 제일 먼저 금연을 하고 등산을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에 뜀박사랑이라는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후배, 민상균 차장이 말하더군요. 저는 지금도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형! 내년도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형도 같이 뛸래요?”
“허허. 너 미쳤니? 태어나서 지금껏 10km도 달려본 적이 없는데, 42.195km가 왠 말이야?”
“지금 신청하면 대회까지 3개월의 시간이 있어요. 3개월만 연습하면 충분해요.
한번 믿어보세요.”
어이 없다며 웃어 넘겼지만, 왠지 후배의 말이 자꾸만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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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90시간 연습으로 풀코스 첫 완주를 경험하다
2011년 12월, 저는 그렇게 마라톤 훈련을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마라톤 온라인 사이트에서 ‘초보가 풀코스 5시간 이내 완주하는 훈련법’을 출력해서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1개월이 지나자 체중이 72kg에서 67kg으로 줄고 훈련법에 완벽 적응이 됐어요. 욕심이 났습니다. ‘풀코스 4시간 이내 완주하는 훈련법’으로 바꿔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훈련은 정말이지 녹록치 않았습니다. 또 훈련법에 따르면 대회 3주전에 32km를 달려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대로 실행 했습니다. 과감하게 말이죠.
32km 대회에 참가한 이후 10일 동안은 무릎과 발의 통증이 극심했습니다. 이러다가 마라톤 참가 자체가 불가능 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역시 무리였던 것일까요? 지난 겨울 2개월 동안 영하의 추위를 견디며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주가 지나자 통증은 점차 줄어 들었고, 2012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해서 3시간 45분의 기록으로 풀코스 첫 완주를 경험했습니다.
풀코스 완주 후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뜀박사랑 동호회 엄부장님이 ‘10년 동안 마라톤을 하며 느낀 소감’을 회원들에게 메일로 보내왔고, 그 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풀코스를 한번만 뛰고 마라톤을 그만두는 것이 안타깝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말이 저를 또다시 설레게 했습니다. 그 뒤로 저의 마라톤 풀코스 기록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이렇게 만 2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총 여섯 번의 풀코스 완주 기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회 하나하나가 저에게 마라톤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해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네 번 째 완주 기록은 특히나 뜻 깊었습니다.
마라톤에 한창 재미를 붙여가던 저는 어느새 모든 마라토너의 최종목표이자 꿈인 보스턴마라톤 참가를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제 나이의 러너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2년 이내 3시간 25분 미만의 풀코스 완주 기록이 필요했습니다.
4시간 이나 5시간 대에서 10~20분은 단축이야 어렵지 않지만, 3시간 대에서 5~10분 기록을 단축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몸에 무리가 가는지를 마라톤을 경험한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2012년 10월 춘천국제마라톤 완주 후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3시간 30분 이내 완주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답니다. 하지만 1개월 후 몸이 회복되어가면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2013년 3월 17일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당일 Half 지점을 달리며 예상 완주기록을 계산해 보니, 약 3~5분 차이로 보스턴마라톤 참가 자격 획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목표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달린 것 보다 더 빨리 달려야만 했습니다. 달리며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여기서 포기하고 천천히 완주를 목표로 달릴까? 그래. 무리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어. 하지만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한계를 돌파해보자! 이미 풀코스를 3번이나 완주했는데 아무 이상 없었잖아! 괜찮을 거야. 문제는 호흡이다! 호흡이 흐트러지거나 머리가 아프면 그때 포기하더라도 일단 계속 달리자.’
돌아가신 어머니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며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3시간 25분의 벽을 깨고 나니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충만했습니다. 드디어 보스턴마라톤 참가자격을 획득했던 것입니다!
전세계 마라토너들의 꿈, 보스턴마라톤 완주에 성공하다
그렇게 저는 지난 4월 18일 제118회 보스턴마라톤 참가를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기존 최고기록인 3시간 14분에서 5분을 단축하여 3시간 9분내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저의 룸메이트는 48세의 부산진구청 공무원으로 여러 차례 Sub-3(2시간 대 풀코스 완주)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달리기 연습을 하고 약간의 근력운동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분의 훈련 양은 제가 상상하는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마라톤 기록 단축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도 받고있고, 부상방지를 위해 복근, 하체, 팔 등 보강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분은 이번 코스가 4번의 언덕과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에 절대로 오버페이스하지 말고 천천히 달려야 완주가 가능하다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보스턴 마라톤!!
드디어 출발!!! 출발지역부터 좌우에는 수많은 인파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고 외딴 시골마을을 지날 때는 집 앞에서 응원 피켓을 든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주민들이 나와서 과일과 음료를 건네며 파이팅을 외쳐주었답니다.
26km 지점까지 힘든 줄 모르고 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언덕과 내리막이 반복되면서 갑자기 양쪽 허벅지 근육에 경련이 발생했습니다. 이러다가 완주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걷기와 뛰기를 반복했고, 마침내 3시간 40분 기록으로 완주했습니다.
제 팔에 KOREA라는 글자를 보고 한국을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이 났고 골인지점에서는 30여 만 명의 함성소리는 정말이지 감격스러웠답니다.
보스턴마라톤은 대회 자체도 감동이었지만, 사실은 함께 출전한 31명의 한국인 러너들과의 시간이 더욱 소중했어요.
함께 미국으로 가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우애가 돈독해졌죠 풀코스를 300번 이상 완주한 분도 계셨고, 100km 울트라마라톤을 뛰는 분, 77세 할아버지 마라토너 김계환 주자까지 다양한 분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마라톤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충분한 훈련을 하지 않고 기록을 단축하려고 했던 제 자신의 욕심과 교만함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마라톤은 참으로 정직한 운동이며 반드시 연습한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마라톤! 의욕과 열정에 불을 지피다
무슨 재미로 마라톤을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Runner’s High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지금 뛰고 있는 건지, 날고 있는 건지 모르는 묘한 느낌이 오는 때가 있어요. 프로 선수들만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대 조차 하지 않았죠.
그런데 정말이지 한참을 뛰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나 평온한 상태가 오더군요. 그 때 손목시계를 보니 47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10km 지점을 지나고 있던 때죠. 그 후로 25km 지점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Runner’s High가 지속됩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엄마와 같이 들판에서 뛰어 노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죠.
문제는 나머지 10km 구간입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눈 앞이 잘 보이지 않죠. 좌우 경치를 전혀 볼 수가 없구요. 그저 땅만 보고 뛰는 겁니다.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이를 꽉 깨물고 그 기간을 버티죠. 그 후에 풀코스를 완주를 하게 되는데, 러너들은 완주의 기쁨을 감동이라고 표현해요. 완주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죠.
저와 같은 직장인들은 반복된 일상에 매너리즘에 빠지기가 쉽죠. 하지만 저에게 마라톤은 열정적인 사람으로 전환시켜주는 계기가 됩니다. 대회 자체는 러너들이 만나고 즐기는 하나의 축제이죠. 사실은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는 3개월 내지 6개월의 과정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하루에 한 시간씩 쉬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 몸이 운동에 적응을 하면서 내 몸이 건강해지는구나, 내 몸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오죠. 이 느낌이 바로 삶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전환되는 것 같아요. 또 마음가짐이나 성격까지도 외향적, 적극적으로 바뀌고, 제 인생, 가족, 직장과 동료, 업무에 대한 의욕이나 열정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저는 LPG충전소 사장님분들을 만나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듣고 상담을 해드리고, 아이디어도 교환하고 협업을 할 일들이 많아요. 주로 연령대가 50대에서 60대가 많으시죠. 그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이에요.
저의 건강 관리나 마라톤 이야기를 해드리면 큰 관심을 보여주시죠. 마라톤 덕분에 거래처 관리에 도움을 아주 많이 받는 것이죠!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하고 그달 말에 또다시 인천하프마라톤에 출전했어요.
LPG충전소 유치를 위해서 업무를 하다가 관련된 분이 마라톤 마니아인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죠. 함께 인천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서 함께 뛰면서 이런저런 대화가 술술 잘 풀렸답니다. 그 덕분인지 보스턴마라톤 출전 즈음부터 거래가 시작되었죠. 우리 함께 달릴까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체중이 줄고 몸 전체가 몰라보게 건강해졌어요. 3년째 녹내장 진행이 멈춰서 담당 의사 선생님도 놀라워하시죠. 40대 이상 직장인들 중에 의외로 건강한 사람이 많지 않아요. 한두가지 병을 다 가지고 있죠. 아주 조금만 생각을 전환하면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서 새 삶을 살 수 있는데 오랜 기간 타성에 젖어서 생활습관을 못 바꾸는 것 같아요.
3개월만 습관을 들이면 여러가지가 두루두루 좋아지는데, 그걸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죠. 제가 늘 말하는 것이 누구나 3개월 동안 하루에 1시간씩, 총 90시간만 투자하면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 거에요. 주변 분들에게 마라톤의 매력을 널리널리 알리고 싶어요.
이달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송파구청에서 운영하는 달리기 교실에 등록했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는 베를린과 동경마라톤 대회에 함께 가보려고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기록을 계속 단축시켜 가면서 스스로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고 싶답니다. 언젠가는 Sub 3에 꼭 도전할 겁니다. C-:
writer
- Special Guest
구을회 부장 / LPG 수도권영업팀
3개월 만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
1년 3개월만에 118회 보스톤마라톤 참가자격 획득인사이트한 이야기가 있는 Insight of GS Caltex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