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키는 남자?
대학생 때 우연한 기회로 호주에서 자연보호활동을 하는 호주자원봉사단(ATCV)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호주정부가 파견한 팀장과 함께 8명이 한 조가 돼 6주 동안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나무 심기∙동물보호활동∙도로공사 등에 투입됐는데요. 그때 같이 지낸 한국사람들끼리 2005년도에 개장한 서울숲에 자원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제안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잡초도 뽑고 보온도 해주고 퇴비도 주고 그랬죠.
지금은 기업체나 공식단체 위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면서, 저희 모임은 다른 활동을 기획하고 있어요. 워낙에 운동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이런 액티브한 자원봉사활동이 제 체질에 딱 맞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사회공헌팀에서 운영하는 활동을 항상 눈여겨보고 있어요. 창립기념봉사활동이나 기타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죠.
특히, 지금은 종료되었지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했던 또띠라는 사업이 있었어요. 청소년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인데요. 사회공헌팀에서 임직원들 중에 멘토를 모집했었어요. 6개월의 기간 동안 직접 멘티를 만나는 오프라인 미팅도 정기적으로 가졌고요. 두 차례 또띠의 멘티로 참여하면서 여고생과 남중생의 멘토로 활동했었죠.
편안하게 즐기다 보니 매력에 풍덩!
그런데 저는 ‘자원봉사활동이다, 남을 돕는다.’ 이런 생각 자체를 잘 안 했던 것 같아요. 서울숲은 가족 나들이 겸 다닌 것이고요. 회사 활동들도, 그냥 재미있게 참여했던 것뿐이에요. 편안한 마음으로 즐겼는데, 그 결과로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좋은 영향을 끼쳤다니 흐뭇하죠.
또띠에서 제 멘티였던 아이와 오프라인 미팅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설레였죠. 아이가 혹시나 마음의 벽을 쌓고 있으면 어떨까 걱정도 했지만, 어느 순간 진솔하게 자기 고민도 얘기하고 그러더라고요.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제 생각을 말해주고, 경험도 나눠주고 하는데 아이가 많이 좋아하고 홀가분해하는 모습에 제가 더 기뻤어요.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면서 데이트도 너무 즐거웠고요.
저도 간접적으로 제 두 아이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어른으로서 이런 행동은 조심해야겠다. 배우기도 하고,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됐죠. 그래서 제 생각은 그래요. 자기가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의미 있고, 기뻐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자발적으로, 지속적으로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현직 아빠들에게 강추드립니다
회사에는 저처럼 아이를 둔 아빠들이 많잖아요.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아서 일석이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죠. 다양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다니 좋은 일이죠.
11살 딸아이가 있는데요. 거의 매년 창립기념봉사활동에 데리고 다녔더니, 이제는 먼저 복지관 오빠 손을 잡고 같이 그림도 그리고 도시락도 먹으면서 잘 어울리더라고요. 아이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남도 생각할 줄 알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그런 정신을 자연스럽게 심어주고 싶죠.
여기저기 자연스러움이 넘쳐나길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잖아요. 물질이든, 재능이든, 마음이든, 뭐든지 넘치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움’이 나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것을 내 손에 꼭 쥐고 살면 안 행복할 거 같거든요.
사실 마음톡톡 기부신청을 권유받았을 때, 잠시 망설였어요. 소액이지만 GS장학회, 굿 네이버스, 결식아동단체에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는 핑계로요. 그러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기부하기로 결정을 했는데요.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의 취지도 너무 공감이 가고요. 또 로비에 있는 기부보드를 보면서 나도 일원으로 동참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더라고요.
또 잘 모르는 단체에 기부하면 소식을 듣기가 어려운데, 회사에서 운영하니까 신뢰도 가고 관심도 더 가고요 ‘자연스러움’을 실천하는 직원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