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전해준 승진 선물 – 김성근 감독의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하는 후배야, 이 정도면 감사인사로 됐나?”
지난 11월 부문장 승진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많은 선후배 분들이 전화와 이메일로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축하 메시지를 보내 주신 모든 분들께 짧게나마 감사의 답신을 보내드렸는데, 아직 답신을 보내지 않은 한 명이 있습니다.
승진 발표 후 기쁨도 잠시… 불현듯 아직 부문장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배워야 할 지식도 많고 인품 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부문장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 하였습니다. 그 증상은 새벽에 잠이 일찍 깨는 것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모 임원이 말씀하신 일명 ‘임원병’의 시작일까요? 이 무렵 사내행랑으로 한 권의 책이 배달 되었습니다.
‘부문장님, 야구 좋아하시는지요? 승진 선물입니다. XXX 배상’ 이라고 쓰여있는 포스트 잇 메시지와 함께….
제게는 이 책 한 권이 이번 승진 선물 중 최고 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 후배한테는 아직까지 ‘책을 잘 받았다’는 인사는커녕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일절 책에 대한 내색을 안하고 모르는 척 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후배는 ‘저 사람이 왜 이러지? 책을 안 받았나? 사람이 변했나?’ 등 생각이 많을 것입니다. ㅎㅎ
후배가 전해준 승진선물
후배가 보내 준 책은 野神(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쓴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였습니다.
책 표지에는 김성근 감독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구 감독이면서도 대한민국 프로구단에서 가장 많이 쫓겨난 야구 감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스승. 야구 감독이 된 지 20년이 되어서야 첫 우승을 한 대표적인 거북이 인생.
2012년 70세가 넘은 나이에 국내 최초 독립리그 야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이 되었고 현재까지도 손자 뻘 제자들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리더’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김성근 감독을 보는 시각은 야구 자체를 떠나서 약간은 삐딱했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2007년, 2008년, 그리고 2010년 SK 와이번스가 우승을 했을 때의 사령탑이 김성근 감독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 야구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닙니다.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 이후의 빅게임만 보는 편인데 이때는 아내한테 ‘평소에는 야구의 야자도 얘기 안 하던 사람이 언제부터 야구를 봤다고 그렇게 푹 빠져 보시나~~’ 라고 핀잔을 들을 정도로 빠져보는 특이한 관람객일 뿐입니다.
특히 2013년 포스트 시즌 게임은 LG, 두산, 삼성이 공동 제작한 극적인 막장(?)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C-: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일반 국민들한테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독종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책에 등장하는 선수들, 즉 최동수, 최정, 이진영, 류택현, 신윤호, 이한진, 김광현, 윤재국, 정대현 등 소속 구단을 불문하고 김겅슨 감독과 함께 했던 모든 선수들이 진짜 혹독하게 훈련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 과정을 무조건 독한 훈련으로만 기억하지는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혹독한 훈련을 가능하게 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과연 혹독한 훈련만으로 통산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요? 70이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감독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리고 여전히 존경 받는 스승으로 남아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사람을 제대로 쓰는 게 리더십의 핵심이고 사람을 제대로 쓰려면 ‘그 사람’ 만의 잠재력을 발굴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수의 잠재력을 발굴하려면 애정 어린 눈으로 끊임없이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들 합니다.
팔로어(Follower)들에게 적극적인 의미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자극은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의 열정’일 것입니다. 리더의 열정을 유지시키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리더 스스로의 멈추지 않는 자기성찰과 지속적인 자기개발 노력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야구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야구에 대해서 제일 깊이 생각하는 사람 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그 만큼 끊임없이 내 스스로에게 부여한 긴장감 때문에 만들어 졌다’고 노(老) 감독은 말합니다.
펑고 (Fungo, 수비연습을 시키기 위해 연습 볼을 쳐주는 것)를 잘 하기 위해 펑고 연습을 한다는 선수들의 평가를 읽는 부분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마음 속에 일렁였습니다.
선수의 가능성 과 가치를 발견했다면 그 가능성이 꽃필 때까지 리더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부침이 워낙 심한 야구계에서는 개별 선수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설령 그 진면목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개별 경기와 시즌의 승리에만 매달려 활짝 필 기회를 주지 않아 피기도 전에 지고 마는 선수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개별 선수의 가능성을 보았다면 묵묵히 기다리면서 훈련과 출전기회를 통해 ‘그 선수’가 본인만의 꽃봉오리를 만들고 마침내 꽃을 보여 줄 때까지 기다렸다고 합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이 한국 야구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비결은 혹독한 훈련을 선수들이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 전체의 성적을 먼저 생각하는 자발적인 ‘자기희생’으로 승화시킨 결과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사람을 생각하는 감독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아마 이런 메시지를 읽어내고 그 메시지를 간직하면서 부문장 생활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후배가 이 책을 선물 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에 대한 애정, 자기성찰 및 자기개발, 인내라는 엑기스를 마음에 간직하면서 부문장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