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체의 윤활제, 그리스
자랑스러운 GS칼텍스의 얼굴을 소개하기 전, 그리스에 대해 한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윤활을 담당하는 매체를 의미하는 윤활제(Lubricant)를 외관 형태로 분류해 보면 액상의 윤활유, 반고체상의 그리스 및 고체 윤활제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리스(Grease)란 반고체 상의 윤활제로서 유체성분, 증주제, 첨가제로 조성된답니다. 증주제(Thickeners)란 유체성분을 반고체 상의 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 첨가되는 성분으로 주로 금속비누가 사용되며 그리스의 특성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그리스의 각종 성능을 높이기 위해 첨가제(Additives)가 투입되죠.
GS칼텍스 인천 윤활유 공장에 위치한 그리스 공장. 1986년 4월 일본 쇼와쉘과의 기술제휴로 연간 3천 톤 규모의 생산설비로 준공되어 자체 품목 개발과 설비 합리화를 통해 2014년 현재 4개 품목 30여 제품을 연간 7천 톤 가량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30여 년 사이 큰 투자 재원 없이 생산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렸고,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 브랜드 제품을 내수와 수출용으로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 GS칼텍스 그리스 사업은 한 뼘 더 성장하는 성과를 일구어냈는데요. 그 자랑스러운 얼굴을 만나봅니다.
빼앗긴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지
지난 2012년 중반 GS칼텍스는 국내의 한 철강업체로부터 그리스 사용량 절감 목적으로 물에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 리튬컴플렉스 타입의 K사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 후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2014년 중반, 회사는 당시 고객사로부터 공급 재개를 위해 입찰에 참가해보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상당했고, 당장 8월 중순부터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누가 봐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처방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납품에 실패한다면 계약 위반에 따른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등 회사 내부적으로도 리스크가 높았습니다. 때문에 입찰을 포기하자는 목소리 또한 상당했구요. 하지만 여러 학술자료와 문헌, 사내외 기술 데이터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여기에 제품개발 및 공급에 대한 시나리오의 리스크 분석과 윤활유 기술개발팀, 인천 윤활유공장, 윤활유 국내영업 2팀이라는 세 주체의 강력한 의지로 프로젝트는 시작됩니다.
수세내수성과 이송도, 두마리 토끼를 잡아라
가장 먼저 내부 기술 학습을 통해 그리스가 물에 잘 씻겨 내려가지 않으려면, 즉 점착성을 높이려면 기존에 회사가 사용하지 않았던 고분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서를 찾아냅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점착성이 높은 그리스를 생산하면 파이프라인을 통과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점착성과 상충관계에 있는 이송도 또한 동시에 만족시켜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내외 전문가들의 갖은 역량을 총동원, 고분자 처방 그리스 제품의 사례와 노하우를 확보해나간 결과 ‘스타이렌 계열의 고분자’가 답이라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까다로운 물성을 맞출 수 있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증주제와 첨가제의 함량, 온도와 압력, 시간 등 여러 가지 반응 조건들을 계속해서 변경해 가면서 수십 회의 파일럿 생산과 실험을 실시한 결과, 마침내 고객사가 원하는 물성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공장에 있는 파일럿 생산설비를 반나절에서 하루 종일 돌려야만 하나의 샘플이 만들어지는 구조. 하지만 그리스 공장은 제한된 인원이 2교대로 제품 생산만 하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공급을 꼭 재개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더라면 그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파일럿 생산과 실험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1차 공급 미션을 완수하다
지난 7월 말 고객사가 요구하는 규격을 만족시키는 그리스 처방을 개발한 기쁨도 잠시, 예정보다 앞당겨 8월 초부터 제품을 공급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원재료가 인천에 도착하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항공 긴급 배송을 고려하더라도 납기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윤활유 국내영업 2팀이 고객사와 긴밀하게 협의해 공급 일을 최대한 조정하는 동안 무조건 대안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윤활유를 제조할 때 첨가하는 점도 지수 향상제가 액상의 폴리머라는 점에 착안, 윤활유 기술 개발팀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점도 지수 향상제의 화학 분석을 통해 회사가 필요로 하는 폴리머와 구조가 가장 유사한 점도 지수 향상제를 활용해서 초도 공급 물량을 간발의 차이로 맞추게 됩니다. 점도 지수 향상제가 워낙에 점도가 높아서 생산설비의 첨가제 피드 라인을 이용할 수 없어 그리스 공장 전 직원을 동원, 일일이 드럼째로 부어서 제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긴박하게 초도공급을 마친 직후, 인천에 도착한 원재료를 활용해서 2차 공급부터는 개발된 처방에 근거해서 대량 공급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수 그리스 시장 진출의 마중물이 되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회사는 매주 6톤의 그리스를 고객사의 철강공장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철강업체는 열연, 냉연, 압연공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그리스를 필요로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성공이 향후에도 이들 공장들에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었기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이뿐 아닙니다. 회사의 그리스 공장 생산설비는 대량의 범용 제품 생산에 적합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범용 그리스 시장은 상당히 포화된 상태, 향후 회사는 특수 그리스 처방 개발과 생산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이 이러한 방향에 귀한 마중물이 되었던 것이죠.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해서, 공급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는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스는 윤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도해볼 거리가 무척 많은 시장이라고 합니다. 이미 생산하고 있는 그리스 제품들도 새롭게 검토해서 보강할 사항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처럼 신제품을 개발해서 전체 제품 라인업을 보강할 수 있는 여지도 많구요. 올 연말, 대전에 위치한 중앙기술연구소에도 그리스 파일럿 생산설비를 도입한다고 하니, 이러한 계획에 더욱 힘이 붙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오면 도전하겠냐는 질문에, 너무나 당연히 또다시 도전하겠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 그 과정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GS칼텍스 그리스의 미래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