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US ]
우리는 주고 받으며 깨달아야 합니다
미안하지만, 직원들은 자기 수준을 잘 알지 못한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평가하는 ‘자기평가’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자기평가의 목적은 지난 1년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장단점을 성찰하고 향후 역량개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합니다. 오히려 자기평가가 자기수준을 과대평가하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코넬대학교의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와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는 유명한 실험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크루거와 더닝은 참가자들에게 논리적사고 문제 20개를 풀도록 하고 “본인의 논리적사고가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습니다.
평균을 내보니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논리적 사고역량을 상위 34퍼센트라고 답함으로써 자신을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험점수가 저조한 참가자들(하위 25퍼센트 이하)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두 사람의 이름을 따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부릅니다.
’더닝-크루거 효과’가 존재하기에 자기평가를 상위평가자에게 참조하도록 하면 평가점수가 왜곡될 가능성이 충분하겠죠?
한 예시가 있습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의 실험에서 면접 평가자들에게 지원자들의 자기평가가 포함된 지원서를 함께 주었는데, 자기평가점수가 높은 지원자들은 평균 8.8점의 평가를 받은 반면, 자기평가점수가 낮은 지원자들의 점수는 6.8점으로 낮게 나타났죠.
어렵더라도 피드백을 해야 하는 이유
그래서 자신의 역량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해 가도록 하려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방식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직원들은 피드백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드백을 ‘직원의 잘못을 꼬집는’ 의미로 연결시키죠. 그래서 그런지 관리자들은 피드백이 어렵다는 말을 자주 토로하곤 합니다. 잭 쟁어(Jack Zenger)가 2014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3퍼센트의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피드백하는 것이 매우 스트레스가 크고 까다로운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관한 자신의 감정, 생각, 조직에 미치는 영향, 기대감 등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피드백이니까요. 부하직원들이 일을 잘하면 잘하는 대로 피드백해야 하고, 미흡하면 미흡한대로 피드백해야 하겠죠. 그만큼 ‘솔직한’ 피드백의 효과는 크기 때문입니다.
약 2만 2천명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직원들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피드백하는지 측정하고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조사했더니, 솔직한 피드백을 가장 못하는 하위 10퍼센트 상사의 경우,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는 100점 만점에 25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솔직한 피드백을 잘하는 상위 10퍼센트의 상사를 둔 직원들은 77점의 업무 몰입도를 보였습니다. 업무 몰입도는 곧바로 성과와 이어지기 때문에 솔직한 피드백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입니다.
직원들이 마음을 다칠까 두려워 ‘알아서 잘 하겠지’라며 피드백하지 않고 과묵하게 지내는 것은 오히려 리더의 위치를 위태롭게 만들죠. 부정적인 피드백만 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아예 피드백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피드백할 때 유의해야 할 점들
하지만 잘못된 피드백은 오히려 성과향상을 저해합니다. ‘결과 피드백’일 경우가 그렇습니다. 결과 피드백이란 “1년 동안 OO과제를 잘 수행했다”와 같이 결과가 잘됐는지를 일러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결과 피드백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지 못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당연한 소리 밖에는 안 되죠. 성과를 달성하는 데 어떤 점이 부족했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과정 피드백’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매번 낙담하는 직원이 있다면 ‘잘 좀 하라’는 결과 피드백보다는 그에게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을 코치하는 게 효과적인 피드백입니다.
하지만 이 때 과유불급을 조심해야 합니다. 과정 피드백을 너무 상세하게 하면 학습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죠. 운동선수들을 훈련시킬 때 과정에 중심을 둔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면 학습곡선이 향상되지만, 훈련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나치게 상세한 피드백이 상대방을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피드백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혼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죠. 특히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이 많은 경험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일 때 더욱 그러합니다. 피드백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피드백 자체보다는 피드백의 내용을 직원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까를 고민해야 직원들이 피드백으로부터 배울 수 있겠죠.
올바른 자기반성을 위해
학습은 올바른 자기반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내가 이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것이 올바른 자기반성입니다.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신입사원들에게 ‘15분 동안 오늘 교육을 되짚어 보고 가장 중요한 교훈 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써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학습 효과가 25퍼센트 가량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혼자서 하는 반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다른 직원들부터 ‘피드백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5만 1,896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상위 10퍼센트의 직원은 리더십 평가에서 86점을 받았습니다. 반면 피드백을 꺼려하는 하위 10퍼센트의 직원은 15점 밖에 받지 못했죠.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는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단적인 근거입니다.
피드백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고, 피드백 받는 것 역시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할 때 ‘나도 부족한 사람이야’란 마음을 지닌다면 상처를 주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어떤 피드백이 와도 감수하자’라고 마음먹는다면 피드백으로 상처받지 않겠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갑’이고, 피드백 받는 사람은 ‘을’이라는 개념부터 떨쳐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서로 활발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는 활력 있는 직장 생활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