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저에게는 여행의 목적지도 휴양의 목적지도, 또는 세계 속 뉴스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업무상의 목적지였을 뿐!^^
안녕하세요. GS칼텍스에서 자원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장해영입니다. 자원개발사업이 뭐냐구요? 저희 회사는 원유를 수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정제한 뒤 수출을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원유를 수입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하여, 해외 각국의 유전을 탐사하고 우리만의 광구를 찾고 우리의 원유를 직접 캐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세계 중에 캄보디아 지역을 담당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캄보디아는 저에게 오로지 업무의 대상이었던 것이죠. 여러가지 국제적 업무를 처리하고 협상을 하는 대상이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종종 업무 차 캄보디아에 출장을 와도 하늘 한번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8월 12일 현재 제가 있는 지역은 캄보디아이지만 그 전의 프놈펜 지역도 아니고 전혀 새로운 캄보디아에 와 있는 듯 합니다. 하늘이 다르거든요^^
하늘에 구름이 그림을 그리다
어제에 이어 본격적인 봉사활동 이튿날이 되었습니다. 폭우가 지나가서 그런지 아침부터 쨍쨍! 말로만 듣던 50도의 폭염을 오늘 느껴보겠구나~ 하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보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여유가 생기고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파이팅’이 생기더군요!(그래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항상 여유가 있고, 웃음이 넘치나 봅니다.)
오늘은 어린이들을 만나는 날이에요. 어제 경험했던 뱅몽 가정집들보다 더 열악한 꼰뜨레이 지역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즐거운 공부도 함께 하고, 운동회도 함께 합니다. 처음엔 기대가 되었는데 가는 길이 정말 꼰뜨레이 찾아 2만리… 저도 모르게 지쳐가더군요. 우선 어제의 폭우로 길이 좋지 않다 하여, 4륜 자동차로 갈아타기 위해 굿네이버스 센터로 갔습니다. 아름다운 하늘을 만끽하면서요. 그 후부터 진짜 모험시작! 사륜차에 탔는데요. 안에 타는 것이 아닌 밖에 탔어요. 군에 다시 입대한 것 같았습니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마구 흔들리느라 정신 없는데, 길이 더 안좋아진다고 경운기까지 딱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제보다 더 오지로 들어가는구나. 집도 울창한 수풀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고, 길은 온통 웅덩이였지만 경운기의 힘은 탁월했습니다. 대신 엉덩이가 얼얼하다 못해 없어지는 줄 알았죠. 하지만 고생 끝에 도착한 캄보디아 꼰뜨레이의 자연은 한없이 넓고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경운기의 덜컹거림과 광활한 자연의 부조화가 적응이 될 즈음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학교소개를 들었는데, 171명이나 되는 초등학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 집이 없는데 어디서 그렇게 많이 오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가 별로 없어 어린아이들이 수킬로미터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걸어서 온다고 합니다. 저희가 자동차 타고 경운기 타고 해서 겨우겨우 수십분 걸리는 길을요… 본격적으로 학교 소개를 들었습니다. 이 학교를 우리 회사가 후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간판에 우리회사 CI가 정확하게 들어있어요. ㅎㅎ 신기하더군요. 이 농촌 속의 농촌, 길 속의 길 속에 우리회사 CI가 박혀있다니^^ 그리고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어린이들이 없었다면 황량하고 낡은 건물에 불과했을 이 공간이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찾아온 아이들의 미소와 웃음 소리로 훈훈하게 채워졌습니다. 누구보다 똘망똘망하고 사랑스런 눈빛을 한 어린이들을 보니 제 마음도 캄보디아의 하늘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워집니다. 한 시간 동안 우리는 흰색티셔츠에 그림을 함께 그렸습니다. 이 곳 어린이들은 미술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크레용도 처음이고, 그림도 처음인 어린이들. 함께 웃으며 그림 그립니다. 처음에는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먼저 마음을 열어줍니다. 제가 더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갔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다음에 인사할 어린이에겐 먼저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갔어요^^
이번에는 운동회!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즐겨 하는 ‘둥글게둥글게’, ‘2인3각’, ‘종이 뒤집기’, ‘단체줄넘기’ 등등 다양한 종목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처음 해보는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밖에요. 먼저, ‘개구리 뒷다리’로 준비운동을 신명나게 한 뒤, 본격적인 놀이에 들어갑니다. 역시나 어린이들의 머릿속 센서는 세계 공통인가 봅니다. 바로 알아듣고 깔깔깔깔 좋아 죽겠다며, 놀이를 함께 합니다.^^ 다들 너무 예쁘지 않으세요? 운동회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경운기에 트럭에 봉고를 타고 오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답니다. 자기 전에도 생각날 것 같아요. 저한테 꼭 붙어서 그림 그리던 그 아이가요.
어린이들의 엔돌핀에서 미쳐 헤어나지 못한 채로, 뱅몽 어린이집에 벽화를 그립니다. 일정이 약간 빡세지만! 꼰뜨레이의 어린이들이 이럴 줄 알고 미소로 힘을 주었나 봅니다. 모두가 구슬땀 또 다시 흘리며, 벽화를 완성합니다.
이렇게 오늘의 일정이 끝났습니다. 생각은 종이 한 장 뒤집기라고, 캄보디아를 업무의 대상으로 볼 때는 별다른 감흥 없이 그냥 동남아의 한 나라로 여겼는데. 지금은 인연이라고까지 생각이 되네요.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을 떠다니며 유유히 그림을 그리는 이 나라의 하늘. 그리고 이곳의 예쁜 어린이들을 바라보면 제가 봉사라는 이름이 아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 곳에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사랑합니다. 캄보디아! 앞으로 일하러 캄보디아에 오는 날이 즐거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