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움직이는 대단한 전지를 아세요? ‘떴다! 전지맨들-2편’

전기 자동차 연구원 최병철, 연구원을 포기하다?

도대체 그 좋은 직업을 왜 포기해?

그가 2008년 한해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연구원이던 그가 안정적이고 존경받는 직업을 포기한데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었을까..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해 올인 했던 연구는 충전해서 쓰는 2차 전지, 그 중에서도 휴대폰, 노트북, 전기자동차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리튬이온전지. 혼신을 다한 기술이 실현되는 그날을 꿈꾸며, 밤을 새하얗게 지새우고도 힘든 줄 몰랐다. 후배들이 “선배, 우리 기술이 실현되는 날이 올까요?” 할 때마다 “얌마, 당연하지! 이 선배만 믿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렇게 1년, 2년, 3년…

하지만 사업화의 길은 점점 더 아득하게만 느껴졌고, 마침내 그는 조금 위험한 결심을 하게 된다.

반드시 이뤄내고 싶었다. 그와 후배들이 만든 전지를 상용화하고, 사고 팔고, 마침내 그것으로 가는 자동차를 타고 말겠다는. 자식 같은 그 녀석들을 반드시 세상에 내어 놓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연구소를 나왔다! 모두가 말렸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얘들아, 두고 봐라. 선배가 너희들 기술, 반드시 세상에 내보내 줄게!

지금 생각하면 참 겁 없었다 말하는 그. 하지만 그때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를 기다리는 파란만장한 미래에 대해…

2차전지란? 한 번 쓰고 버리는1차전지(일반 건전지)와 달리 외부전원을 이용해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 리튬이온전지, EDLC가 있다.

리튬이온전지란? 현재 2차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지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유기전해질을 넣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게 하는 원리.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뿐아니라 풍력, 태양열, 전기자동차에도 쓰인다.

‘미래의 기술’ 에 대한 믿음, 그 하나만으로…

연구소를 나와 전략팀에 둥지를 틀었지만 이차전지에 대한 사업화 노력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차전지 기술이 세상에 미칠 영향이 불 보듯 보였다고 한다. 우리 기술이 이미 기존의 일본제품을 대체할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블루칩이 될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그런 그는 신소재 사업화팀을 만들어 이차전지 기술을 상용화할 꿈을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 사업부를 만든다고 하니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의 테이블에서만큼은 누구든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다

젊음을 바쳐 손수 연구했던 기술에 대한 확신, 그리고 미래 시장에 대한 믿음… 오랜 세월에 걸친 스스로의 믿음이 있었기에 그는 ‘사원’ 명함을 쥐고도 임원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다. 그 누구 앞에서도, 설사 상대가 회장님이라 할지라도 그는 소신껏, 그리고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정말 속으로도 당당했냐고?

그는 한마디로 ‘오리’였다고 고백했다. 물 밑으론 발버둥을 치면서도 겉으로는 도도한 오리의 움직임처럼 매순간이 초조했고, 도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지부진한 채 시간은 흘러갔고, 그도 지쳐갔다. 너무 도전적이었던 걸까? 무모한 시도였을까… 연구소를 나온 목적의식조차 잊어가던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 그를 다시 일으킨 한통의 문자 메시지…

선배, 파이팅하고 계시죠? 저희들 선배만 믿고 자랑스럽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잊을 뻔했던 꿈이 다시..꿈틀거렸다. 그는 다시 일어났다. 다시 자료를 모으고, 연구 결과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회의 자료를 만들었다.

https://youtu.be/u9iw-QGbvbA

오랫동안 기다리던 눈물의 출발!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에 혼신을 다했던 프리젠테이션. 그리고 마침내 사업화팀 승인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당돌하게만 보던 임원들도 그의 미래를 보는 눈, 열정을 한번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고 보란 듯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

전지맨의 멈추지 않는 도전

그렇게 사업화팀은 승승장구했지만,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육아나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는 그. 연구원이던 아내가 일을 그만두는 희생까지 치르고서 안정화 단계에 오게 된 이차전지 사업인 만큼, 이 사업과 함께 늙어가고 싶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사업이 더 커지는 게 꿈이냐고요? 아니요. 저의 역할은 안정화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남은 꿈은 뭐냐고요? 저는 또 다른 미래적인 기술을 사업화하는 꿈을 꿉니다.

이 사업만 끝나면 가정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했던 그는 가족들과의 특별한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5살 난 딸, 2살 난 아들, 그리고 아내와 휴가를 떠나 다시 한 번 선전포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사실 아빠가 또 바빠질 것 같은데…”로 시작되는 선전포고^^

‘도전’이 천성인, 잠시도 고여 있을 줄 모르는 백만돌이 그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