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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지속성장의 가능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우버의 완전자율 주행차 상용화가 의미하는 것
지난 6월, 우버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막바지 테스트 중인 완전자율 주행차의 실체를 공개하면서 CNBC, 블룸버그 등을 포함한 수많은 미국 내 언론들이 자율 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 보도경쟁을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이야기가 상상 속의 허구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혁신적인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능력을 갖추고 등장하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는 기존 전통적인 제조업체(공장을 가지고 1차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전통적인 제조사에서부터, 이들과 연결된 사업자를 통칭)이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의 중론입니다.
124년 된 ‘올드 스타트업(Old Startup)’의 출현?
2016년 3월, 미국의 저명한 경제지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의 커버를 GE의 창립자인 토마스 에디슨이 장식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토마스 에디슨보다 헤드라인이 더 강렬하게 들어왔습니다.
‘The 124 Year Old Startup’
‘GE, 124년 된 늙은 스타트업’의 귀환이라니?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124년이 아니라, 스타트업(Startup)입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는 왜 GE를 스타트업이라고 규정지었을까요?
국내에서는 창조경제 열풍이 불면서 마치 ‘스타트업 = 창업 3년 미만의 신생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스타트업의 탄생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이란 기존에 가진 것과는 전혀 무관한 새로운 고객가치를 빠른 속도로 창출하여 성장하는 기업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존 택시업을 위협하고 있는 우버, 호텔업을 위협하고 있는 에어비엔비 등의 기업이 모두 스타트업인 셈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블룸버그 비즈니스가 전형적인 성공 스타트업의 빠르고 기민한 민첩성과 데이터의 취합-분석-실행 역량을 GE가 스스로 스타트업이 되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강조한 점입니다.
수력 및 풍력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항공기 엔진, 철도운송 수단에 들어가는 발전기 등을 제조/생산하는 GE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그들의 미래이며, 2020년 10대 SW기업으로 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죠. 이 비전에 의해 GE Digital 이라는 새로운 사업부문이 신설되고 1,500명 이상의 데이터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딥러닝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이 사업부문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습니다.
GE가 최근 가장 강조하고 있는 용어,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
GE는 IoT(사물인터넷)센서로 연결된 기계들이 커뮤니케이션하기 시작하면 생산시설의 효율적인 관리와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른바 한계비용이 최적화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들 스스로 ‘Digital Company’로서 기업고객을 위한 산업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는 동시에, 거기서 축적한 고객의 데이터를 자산화(Data Asset)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산업계의 구글이 되려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GE Digital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훌륭한 개발자들이 합류하면서, GE는 기존 제조업에 ‘프레딕스 클라우드(Predix Cloud, 이하 프레딕스)’라는 플랫폼을 번들링(Bundling)해 기업 고객사에게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마치 2008년 애플이 아이폰 3G 모델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아이폰 3G+ AppStore’를 번들링 해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하는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 냈던 것과 유사합니다. 프레딕스는 기존 GE의 생산제품에 IoT센서를 수십, 수백 개 장착하여 고객사에 출하하고, 고객사에서 수집되는 모든 정보를 서버에 축적 및 실시간 분석하여 고객에게 다시 제공합니다.
한마디로 GE의 제품을 구매하면, 프레딕스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기기, PC 등을 통해 현장의 기계설비 및 장치들이 이상 없이 작동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이상징후 발생 시, GE엔지니어들이 먼저 감지하여 원격으로 유지보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고객이 GE 제품에 완전히 록인(Lock-In) 하게 만드는 현상을 낳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GE가 프레딕스를 통해 기존 제조업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주 명료합니다.
GE는 프레딕스 플랫폼을 기존 제품구매 고객사들에게 기본 번들링함으로써, 기계설비와 장치가 고장이 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사전에 막고 고객사의 생산성과 ROI(투자자본수익률)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입니다.
이미 프레딕스는 오픈 플랫폼으로 특정 사업자에 한하여 승인 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프레딕스는 구글, 페이스북이 자사 플랫폼을 개방함으로써 전 세계 개발자와 개발업체를 생태계로 끌어들인 것처럼, 전 세계 주요 기계장치 및 설비시설을 운영하거나, 이들을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다양한 중소기업들을 프레딕스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관련 제조업계의 구글, 페이스북의 역할을 GE가 관장하는 셈이 됩니다.
GE 사례를 통한 구낸 제조기반의 대기업이 준비해야 하는 미래
GE의 사례로부터 국내 제조기반의 대기업이 가까운 미래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제조기반의 전통적 비즈니스모델이 디지털기술 활용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변하거나, 이를 주도하는 신규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해체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조직, 문화에서부터 비즈니스모델 전반이 변화(Transformation)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가능케 하는 주요기술을 제조기반 대기업들이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때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딥러닝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제조기반 대기업 내에 여전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하고, 특히 공장시설, 생산현장의 어느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는가(데이터 소스 원)에 대해 내부적인 고찰이 없는 상태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과거 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무조건적인 ‘디지털’로의 이행이 아니라 ‘디지컬(Digical, Digital과 Physical의 합성어)’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최근 제조업계 화두인 단어 ‘제4차 산업혁명’
특히 제조기반에서 한국의 산업혁명을 이끌던 국내 대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각자 나름의 비전과 철학을 현재 단계에서 오롯이 세우지 못한다면, 우버와 같이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업자들에 의해 위협받는 강도가 심해질 것입니다. ‘디지컬’세상에서 산업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