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에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 불화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역할극을 시도하는 장면을 본 적 있나요?
상대방이 처한 상황 등을 직접 연기해보면서 소리 지르고, 싸우고, 울부짖고, 결국에는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장면에서 많은 분이 공감하셨을 텐데요. 심리극은 어떤 원리에서 진행되는 걸까요? 그리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미국의 정신병리학자 모레노(Jacob L. Moreno)가 창시한 심리극은 자발성을 핵심으로 하는 즉흥극이자 치료 연극입니다.
자신의 실제 생활, 좌절당한 상황, 자기실현의 소망 등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연기해 봄으로써 개인과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회복하는 것인데요.
일반적인 연극치료와 달리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통해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일, 하지 말아야 했던 일 등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일들을 간접 경험하며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예로 들어볼까요?
학교폭력 피해자는 직접 이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피해를 겪는 다양한 상황들을 극으로 재연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관계의 어려움’, ‘내면의 갈등’, ‘등교의 두려움’ 등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인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내면의 감정적 상처를 정화하고,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그 방법들을 통찰할 수 있는 거죠.
학교폭력의 주제를 집단으로 운영할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집단 구성원들은 직접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그리고 관객으로 나누어 연극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각자의 역할에서 어떤 느낌이 들고, 어떤 생각이 나는지 문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서로 역할을 바꾸어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쑥스러워도 ‘나’와 ‘너’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아이들에게도 놀라운 경험을 가져다줍니다.
이 밖에도 심리극의 효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 연기 중의 역할 연습을 통해 현재 행동을 보완해 줄 대안적 행동을 익히게 되어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 자신의 가치관이나 인생철학을 명료하게 인식, 재검토할 수 있게 됩니다.
- 상상을 통해 자신의 꿈과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게 되고, 직관력을 향상시키는 등 개인적 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 연극이 가지는 유희성·명랑성·즉흥성·예술성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신체 동작을 통해 생동감과 유머감각을 회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