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서울 마장 초등학교에서는 ‘자녀의 마음을 톡톡 (Talk Talk) 치유하는 건강한 부모’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의 힘을 탄탄하게 길러주고픈 어머니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공유합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아동기를 지나는 동안 습득해야 할 중요한 힘이 있습니다. 아이를 평생 지탱해주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러한 능력은 언제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신뢰감과 낙관성을 만드는 힘 애착력
아이는 만 3세까지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애착력을 발달시킵니다. 이 때 기본적인 신뢰감이 만들어지고, 이 신뢰감을 바탕으로 낙관성을 갖게 됩니다. 엄마에게 혼났을 때 비관적인 아이는 ‘나’를 비난한다고 생각하지만 낙관적인 아이는 ‘내가 한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고치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낙관성과 비관성의 뿌리를 실험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풍족한 환경에서 좋은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삶을 낙관적으로 보고, 가난한 환경에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청년들은 삶을 비관적으로 보리라 가정했지요. 그러나 두 집단의 낙관성과 비관성에는 특기할만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애착의 형성이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20대, 30대에 대한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아주 어린 시절 형성되는 애착력이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타인과의 긴밀한 정서적 유대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줄곧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죠.
부정감정을 조절하고 만족을 지현시키는 조절력
‘마쉬멜로 실험’을 아시나요? 5세 유아 600명에게 지금 마쉬멜로를 먹어도 괜찮지만 잠깐 바깥에 다녀올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마쉬멜로를 하나씩 더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잘 참고 기다려준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15년 후 추적조사 했을 때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욕구를 잘 참아낸 아이는 학교생활과 교우관계가 원만했으며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습니다. 더욱 두드러진 차이는 아이의 성적에서 나타났습니다. 대학입학능력시험 성적에서 두 부류의 점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 실험은 만족지연 능력이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사회성과 성취도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한 눈에 보여줍니다.
인지 발달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정서 발달은 요즘 아이들이 예전 아이들에 비해 더딥니다.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기 십상이고, 화, 질투심, 짜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조절도 서툰데요. 화가 나도 직접적인 공격이나 언어 폭력을 가하지 않는 힘, 욕심이 생겨도 누를 줄 아는 힘이 바로 ‘조절력’입니다. 조절력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발달하는데요. 감정표현을 무조건 억제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자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조절력 향상의 핵심 과제!
이때 부모님도 감정표현을 함께 배워야 합니다. 아이에게 화를 절대로 내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적절한 표현으로 아이와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보다 더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의 조절력을 높이는 활동 중 하나는 운동입니다. 적당한 집안일도 물론 도움이 됩니다. 부모님이 매일 하는 집안일 중 10% 정도는 아이가 하게 될 것을 권합니다.
부모와 아이의 감정적 교류 공감력
학교폭력, 왕따, 청소년 범죄 이야기를 빈번하게 듣다 보면 내 아이의 학교생활이 걱정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안타깝죠. 건전한 교우관계 형성에 공감력이 필수일텐데요. 이 힘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감력은 애착력과 조절력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문제는 공감력이 적절하게 만들어지지 못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죠. 그렇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공감력도 가르칠 수 있답니다. 공감력 배양의 핵심은 부모와 아이와의 감정적 교류인데요. 공감력 높은 부모의 특징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습니다.
- 아이를 혼내기 전에 아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 아이가 어떤 말을 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한다.
-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 걱정한다.
- 아무리 화가 나도 전후사정을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 아이가 선생님에게 혼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이가 속상해 할까 봐 걱정한다.
- 내가 지시한 일을 아이가 해내지 못했을 때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와 대화할 때 잘 들어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주어, 시간, 맥락을 어려워해요. 기억에 남는 사건 중심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어른들은 “그래서 누가 먼저 욕을 했니?” 이렇게 자꾸 끼어들게 되죠.
일단은 그냥 들어주세요. 감정에 반응해주세요. 내용은 나중에 알아봐도 충분합니다.
지능만큼 중요한 작업기억 & 주의력 학습능력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부는 지능이 좌우한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합니다. 지능은 겨우 절반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나머지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주된 것이 작업기억과 주의력입니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필요하다 싶으면 적잖아요. 진짜 중요하다 판단되는 정보를 스마트폰에 입력하기 전에 잠깐 적어두는 메모지, 그것이 바로 ‘작업기억’인데요. 이 메모지는 나이가 들수록 많아집니다. 아이의 작업기억은 경험을 바탕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수록 작업기억의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아이에게 “저걸 꺼내고 싶구나. 너가 할 수 있다는 걸 엄마도 알아”라고 말하며 아이의 능력을 인정해 줍니다. 그 다음 “하지만 너무 높아서 위험해. 넘어지면 다칠 수도 있거든”라고 설명해줍니다.
학습 능력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인, 바로 주의력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주의력은 단지 ‘어떤 과제를 얼마나 관심 있게 바라보느냐’가 아니라, ‘그 관심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래야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됩니다. 주의력이란 메모지에 있던 기억을 스마트폰으로 옮기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는 능력이지요. 주의력을 높이려면 결국 대상에 대한 관심과 동기가 있어야 하고 반복을 힘들어 하지 않아야 합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
셔츠의 단추를 끝까지 채우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옷을 완전히 갖춰 입었을 때 거울에 비춰진 멋진 모습을 칭찬해 보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반복되는 단추 채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아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