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X? 전 이제 이 프로그램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가 납니다. 요즘 우리 아들은 간지 폭발 도끼 형아처럼 스웨그 넘치는 래퍼가 될 거라며, 밤낮으로 랩 연습에 한창입니다.
여기까진 좋아요. 하고 싶은 것. 꿈이 있는 게 어딘가요?!? 하. 지. 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최소한 시험 기간엔 시험공부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주말 내내 아르바이트만 하고,그 돈으로 몇십만 원짜리 헤드셋에 옷에 어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허세만 뚝뚝~ 떨어집니다. 힙합 공연 다닌다고 유유상종 몰려다니는데, 그런 데서 나쁜 물 들어올까 걱정입니다.
대학교 들어가서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이야기해도 자기의 길은 공부가 아니라면서 고집 피우는 데 설득하기도 지쳐갑니다. 최소한 학생의 본분을 지키는 것 우리 아들에겐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아주 기운이 펄펄한 아이네!^^ 난 오히려 지금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는데?
요즘 부모들은 애들이 영~ 무기력하고,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땅이 꺼지도록 걱정하는데 이 집은 그런 걱정은 없겠어!
근데 말이야… 돈이 많이 든다는 게 문제네. 나도 알지~ 그 비싼 헤드셋 보고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어. 게다가 이해 못 할 의상은 또 어떻고? 또 웬만한 힙합공연 티켓 다 사대려면 차 한 대 값은 금세 들어가는 거 아냐?
근데 그걸 아르바이트하고, 돈 모으고 해서 한다니 독립심 하나는 잘 길러 놨네!
애가 앞뒤 분간은 되는 아이인 거지~ 그런데도 힙합 한다고 공부 안 하고,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나쁜 물들까 봐 걱정인 거야?
허세 부린다고 하는 걸 보니 엄마 생일은 기억도 못 하는 놈이, 힙합 우상들 생일은 줄줄 외우고 다니는 아이가 좀 얄미울 것 같은데?
미워해 봐야 부모 속만 터져~ 공부를 안 하는 게 걱정이면, 힙합을 하겠다는 걸 먼저 인정해주고 아이와 함께 진로 계획을 같이 세워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만큼 공부하겠지. 힙합의 본고장에 가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넌지시 한번 이야기해 보든가~ 애들이 우상처럼 떠받드는 래퍼 도끼도 영어 잘한다던데~
나쁜 물이 들까 봐 걱정이면 부모가 걱정하는 나쁜 물이라는 게 뭔지 이야기해주고, 서로 합의를 보는 거부터 시작해야지.
나는 이런 측면이 걱정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진지하게 물어보고 해서 아이의 안전지대를 마련해줘. 물론 전제조건은 힙합 하는 걸 인정해 줘야 한다는 거겠지만! 서로 이야기가 될 거야. 🙂
살면서 무엇엔가 푹 빠져보는 것도 멋지지 않아? 나이 들면 그렇게 무엇인가에 매혹된 적도 없이 밋밋하게 살았던 게 아쉽더라. 힙합이라는 것에 매혹당한 남자아이, 그게 이웃집 아이라면 멋지게 보일지도 모르지! (웃음)
From. 셋째 아들은 중 2병 앓이 중
전 그 친구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는 늘 연예인 이야기고, 어제 본 TV 이야기가 거의 다거든요. 가장 멋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연예인이고요! 연예인 행동 하나하나에 들뜨고 멋있고 따라 하려 하고 교실에 그런 친구들 정~말 많아요!
주위 친구들을 보면 무작정 연예인 외모만 따라 하려 하지, 정작 꿈조차 없는 친구들이 참 많아요. 그런 걸 보면 꿈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아직 제대로 된 꿈을 찾지 못했거든요. 🙁
그렇지만! 학생으로서 해야 할 기본도 지키지 않고 다른 곳에만 한눈파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들과 진지하게 진로에 관한 대화를 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마시고, 힙합이라는 장르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시고 좀 더 알아가려고 하고, 아들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분명 마음의 문을 열고 어머니의 말에 귀 기울여 줄 거예요.
저희 부모님이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알아가 주신다면 전 정말 기쁠 것 같거든요!
From.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매스컴은 아이들에게 물질과 외모라는 잣대를 쥐여줍니다. 그러한 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소외될 것이라는 불안감 이면에는 부정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함께 강해지게 되지요.
이렇다 보니 실망감에 휩싸인 아이들에게 힙합 아티스트는 ‘완벽함’의 상징입니다. 어른들에게 저항하는 청소년기의 특징을 대변해 주는 데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존재감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이렇게 완벽함을 상징하는 인물에게 몰두하며 세상이 완벽하지 않은 데서 받은 실망감을 극복해 가는 것이지요.
중고등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문제점을 보면 어렵게 번 돈을 고가의 사치품을 사는데 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에게 노동의 신성함을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노동을 비웃고 사회를 불신하는 태도를 야기한다는 것이죠.
다행인 것은 이런 시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익숙하지 않았던 세상과의 단절감, 적개심, 반항심 등으로 불신과 증오를 경험한 아이는 성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질문을 던지고, 분석, 비평, 의심의 시선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세상을 위해 멋진 활동을 하고 싶다는 갈망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죠.
이때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가치와 형식, 생각이 실험되고 폐기될 수 있는 과도기라는 것을 인정해 주세요.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오히려 아이를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닫고,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려는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다양한 세상을 보게 해 주는 것입니다. 사회적 관심사를 가볍게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뜻밖에 성숙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놀랄 준비도 함께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