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민간합동그룹 제안 및 12/10 발표된 정부(안)에서도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외부환경 변화를 고려하였다는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일본 에너지기본계획 개정안 초안(전문)에서는 북미 지역에서의 셰일혁명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수급구조의 변화 징후 등을 명확히 언급하고 고려하고 있어 대조적이었는데요.
과연 셰일혁명이란 무엇이며 언제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하여 국제 에너지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LG경제연구원 임지수 연구위원에게 들어봅니다.
셰일혁명의 의의
셰일혁명은 19세기 후반 석유 체굴 기술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에너지 개발 기술혁명입니다. 본격적인 혁신 기술이 적용된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앞으로 어느 정도로 영향력이 확산될지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현상만으로도 셰일혁명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고조되어 왔던 에너지 위기를 완화시켰고, 두 번째는 자원 매장의 지역적 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가격구조의 왜곡을 개선시켜 불안정하던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셰일혁명으로 화석연료가 풍부하게 공급되고,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국제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과도한 기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셰일혁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우선 셰일가스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셰일가스는 보통 지하 수천 킬로미터 아래에서 진흙이 수평으로 퇴적하여 굳어진 암석층(혈암, shale)의 미세 공간에 분포된 천연가스입니다.
셰일가스는 넓은 지역에 걸쳐 수평으로 분산되어 있어서 추출이 어렵다고 인식되었지만, 1998년 자원개발 업자 조지 미첼이 수평시추 파이프에 수압파쇄 공법을 적용하면서 상용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후 많은 자원개발 기업과 장비, 기술서비스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크게 개선시키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과거 mmBtu당 5~10달러 사이를 오가던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3∼5달러까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것이 셰일혁명의 시작입니다.
이 영향으로 미국에 대량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던 캐나다는 매년 대미 수출량이 감소하고 판매 가격까지 하락하여 큰 곤란을 겪고 있고, 미국의 발전소로 천연가스 투입이 증가하면서 잉여 석탄이 인근지역으로 수출되어 석탄 국제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 추이 / 자료 출처 : Bloomberg, LGERI
셰일혁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상 자원의 확산입니다. 셰일자원 기술개발이 석유로 확산되면서 미국에서 타이트오일이라는 초경질 석유 생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30% 가까이 증가했는데, 셰일가스와 함께 생산되는 NGL(Natural Gas Liquid, 천연가스액)과 타이트오일 생산 증가에 기인합니다. 이것은 현재 WTI 원유가 타 유종보다 훨씬 저가에 거래되고, 미국의 석유 수입이 감소하여 국제유가 하향 안정화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셰일혁명의 지역적 확산입니다. 중국(셰일가스), 러시아(타이트오일) 등 또 다른 셰일자원 매장 국가들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공동으로 자국의 셰일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정도 규모의 자원이 경제성 있게 채굴될지 불확실하고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채굴이 용이한 자원부터 개발되면서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셰일혁명이 중장기적으로 국제 에너지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
국제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세가지 자원에 공통적으로 국제 가격을 하향 안정화 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중 석탄과 천연가스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부분 가시화 되었습니다. 천연가스가 발전에서 석탄 수요를 일부 잠식하고, 미국과 캐나다가 LNG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타이트하던 LNG 수급이 완화되고 수요자 파워가 커지는 모습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석유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얼마나 커질지 아직 불확실합니다. 일단 공급에서 북미 생산증가로 OPEC 영향력이 소폭 축소되었지만, 북미 석유가 천연가스의 경우처럼 지속적으로 크게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수요에서 천연가스가 석유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현재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는 에탄과 프로판에 의해서 일부 대체되고 있고, 선박용 중유와 대형화물차용 경유, 승용차용 휘발유가 향후 대체 가능한 부분입니다. 이중 일반 승용차 연료는 충전 인프라와 안전 이슈 때문에 쉽게 대체되기 어렵지만, 대형화물차나 선박용 연료는 천연가스가 저가로 공급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산업 영향은 크게 세가지 성격으로 구분됩니다. 경쟁과 수혜, 선택적 기회입니다.
우선 경쟁관계를 보면 석유화학과 정유, 석탄사업 모두에 해당한다고 보입니다. 국내에서 석유제품 기반 석유화학사업을 하는 기업들에게 북미지역의 가스기반 석유화학 기업들의 확장 투자는 부담입니다. 또 그들은 기술경쟁력도 갖추었기 때문에 부담을 좀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유산업도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이 높아지고 일부 설비 증설로 석유제품 수출이 증가하는 것과, 장기적으로 석유제품 중 일부가 천연가스로 대체되는 것 모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수혜는 국내 에너지 소비자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거 유가 150불, 200불 시대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발전사업자와 가스관련 유통, 장비업체에게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다양한 신사업과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척해볼 수 있다는 수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적 기회가 좀 애매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기회를 글로벌 경쟁에서 획득하면 기회가 되지만, 획득하지 못하면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엔지니어링 산업이나 조선/중공업 산업입니다.
엔지니어링의 경우 그 동안 중동 플랜트 건설 특수를 누렸는데, 북미 에너지혁명으로 특수가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이제 북미나 기타 지역의 플랜트 건설에서 의미 있는 기회를 잡으면 도약이 가능하지만, 기회의 문이 좁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혁명이 ‘미국의 잔치’ 이상의 파장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패권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관련 메이저 기업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지식과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면, 셰일혁명과 관련한 우려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