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수출의 호조, 그 요인과 정책제언

석유제품 수출의 호조, 수출품목 1위를 달성하다

 정제산업은 생산기술적 특성으로 인하여 미국과 러시아 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과점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석유제품 유통시장은 국내 정유사에 대한 역차별적인 수준으로 대외시장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 정제산업이 과점구조를 가지고 있고 유통시장에서 국내 정유사의 시장집중도가 높다는 단순한 외견상의 이유를 들어 점증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제도를 유통시장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외시장 개방의 역차별 정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융위기(Financial Crisis of 2007-2008), 2009년부터 표면화되어 진행 중인 유럽의 국가채무위기(European Sovereign-Debt Crisis of 2009-2012),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저하, 2008년부터 시작되어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범세계적인 경기후퇴(Global Recession of 2008-2012)로 인하여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전반적인 수출여건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국내외 악조건 하에서도, 국내 정유사의 투자, 경영, 해외마케팅 전략이 주효함에 따라 석유제품의 수출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고 2012년에는 수출품목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석유제품 수출액(잠정치)은 2012년 1월∼10월 기간 동안 누적 467억달러를 기록하였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수출액 중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주요 수출품목 순위)은 2010년의 6.7%(6위), 2011년의 9.3%(2위)에서 올해 1월∼10월 기간에는 10.3%(1위)를 기록 중입니다.

기술•비용•가격 경쟁력 보유

 우리나라 석유제품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정유사가 기술•비용•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유사는 고도화 시설의 투자와 증설을 적기에 수행해 왔습니다. 아울러 중국, 인도, 남미 등의 경제발전에 따른 석유제품에 대한 자발적인 수요 확대와 마케팅을 통한 시장 확대를 소화할 수 있는 대규모 정제시설(세계 10위권 단일공장 정유사 중 3개사가 국내 정유사이며, 단위 공장당 정제능력은 55.7만배럴/일로서 일본의 3.5배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도화 시설의 투자•증설과 대규모 정제시설을 통하여 정유사는 유종 별 수요와 부가가치 변화의 중장기 추세(경질유로의 수요 이동)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가격으로부터 각종 세금 및 부과금을 제거한 세전 소비자가격을 국가 간에 비교(가격경쟁력 비교)하면 이의 근원이 되는 국내 정유사의 기술•비용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8년 1주(2008년 01월 07일)에서 2012년 25주(2012년 06월 18일) 기간의 주간 세전 소비자가격 평균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휘발유의 세전 소비자가격은 역내에 위치한 일본보다 159.43원/리터, 경유의 세전 소비자가격은 169.62원/리터 더 낮았습니다.

유통선진국이면서 주요 석유수출국이 밀집해 있는 중동과의 거리가 우리보다 가깝고 또 일부 국가는 북해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27개 EU권 국가들의 평균치와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휘발유의 세전 소비자가격은 EU(가중평균)보다 21.30원/리터, 경유의 세전 소비자가격은 EU(가중평균)보다 63.27원/리터 더 낮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외국 정유사에 비하여 생산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우월한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제시설의 입지적 우위

 두 번째 요인으로는, 우리나라 정제시설의 입지적 우위를 들 수 있습니다. 국내 정제시설들은 항구를 끼고 있고 대규모 배후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수출에 아주 유리합니다. 이러한 입지적 우위로 수출에 동반되는 부대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유리한 입지적 우위를 지닌 GS 칼텍스의 정제시설
유리한 입지적 우위를 지닌 GS 칼텍스의 정제시설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이 주효

 세 번째 요인으로는, 시장여건 변화에 대응한 국내 정유사의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과 이를 통한 성공적인 수출지역 다각화를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저하되어 우리나라 석유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정유사들은 아세안 국가들과 남미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마케팅한 결과 전체 수출물량을 작년보다 오히려 증가시키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정부는 국내 정유사에게 역차별적인 수준의 제도를 지속적으로 국내 유통시장에 도입해 오고 있어 국내 정유사는 규제가 없고 채산성이 좋은 해외부문에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매출액 중 수출부문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품질 고급화로 무장

 네 번째 요인으로는, 국내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고급화를 들 수 있습니다. 국내 환경기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우리나라와 품질규격이 유사하고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미국과 유럽 등에 추가적인 공정을 거치지 않고 수출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GS칼텍스 여수2 공장, 제3 중질유분해시설
GS칼텍스 여수2 공장, 제3 중질유분해시설

석유제품 수출 호조의 명암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긍정적인 측면은, 국내 정유사의 기술•비용 경쟁력과 적극적인 해외부문 마케팅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국내 석유제품 유통시장에서 정부가 국내 정유사에 대하여 역차별적인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국내 부문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수출이 늘어난 측면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이 명시적•암묵적으로 부담한 재원을 가격경쟁력이 없는 해외 석유제품에 다양한 형태로 우회적으로 지원하여 해당 수입 제품의 국내 가격을 낮췄습니다.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가격경쟁력이 없는 해외 석유제품의 국내 유통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국내 기업 역차별 시정과 정부의 시장개입 최소화가 급선무

 전자상거래, 할당관세•부과금 환급제도 등 수입품에 특혜를 주는 제도를 포함한 국내 기업 역차별을 시정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석유제품 유통시장에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대외 시장개방을 제도화함으로써 정유사가 시장환경에 따라 기업의 단•중•장기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정제산업은 장치산업이므로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요구되는데, 국제기준을 벗어나는 정부의 제도적 개입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시켜 정제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정제산업을 포함한 에너지산업은 두 가지의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셰일가스, 샌드오일 등 지금까지 상업화 가능성이 낮아 버려두었던 에너지원의 상업화 가능성의 부상입니다. 둘째는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연료 등으로 대변되는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의 제도적 상용화입니다. 보조금 지급이나 법률로 사용을 강제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되겠죠. 두 번째 변화는 제도적 수용성에 크게 의존할 것이므로 향후에도 에너지산업에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변화는 기술여건과 경제여건에 따라 에너지산업에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 정유사들은 불확실한 미래의 에너지 시장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면서, 중장기 시장성과를 극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