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결정 이후 3가지 관전 포인트

  • 감산결정 슬라이드1 1 2016유가전망 에너지, 에너지칼럼
  • 감산결정 슬라이드1 2 2016유가전망 에너지, 에너지칼럼
  • 감산결정 슬라이드1 3 2016유가전망 에너지, 에너지칼럼
  • 감산결정 슬라이드1 4 2016유가전망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난 9월 말 알제리에서 열린 OPEC의 비공개회의 결과를 놓고 전 세계 에너지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시 OPEC은 비공식 회의를 열고 오는 11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원유 감산을 전제로 생산량 한도를 재설정한다는 입장에 합의했다. 하루 생산량을 3,250만~3,300만 배럴 사이에서 결정한다는 것인데 8월 기준 OPEC 원유 생산량이 3,324만 배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 74만 배럴 줄어들게 된다.

11월 열리는 총회에서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이번 결정만으로도 OPEC이라는 카르텔이 국제 원유시장에 미치는 ‘힘’은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감산 가능성에 합의했다는 ‘말’ 한마디에 국제 유가가 상승 기류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치고 올라오는 셰일오일의 싹을 꺾기 위해 저유가 상황을 방관해온 그간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감산 결정은 OPEC 입장에서는 모양새가 빠질 만하다. 그래서 에너지업계가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도 다양하다.

내부의 적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인가?

이라크가 증산할 경우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효과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으니 내부의 적을 어떻게 다독일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현재까지는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우디 등 OPEC 회원국 이외에도 러시아, 노르웨이 등 비OPEC 국가들까지 가세해 생산량 조정을 통한 유가 부양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우디 등 중동 주요 국가는 물론이고 남미의 베네수엘라나 유라시아 대륙의 러시아 등 에너지 부국은 국가 재정에서 에너지 수출이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저유가 장기화로 재정난에 직면한 이들 자원 부국들이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려 국부를 늘리는데 뜻을 같이 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라크 등 일부 산유국의 엇갈린 행보가 관건이다. 이라크의 자바르 알 루아이비(Jabar al-Luaibi) 석유부 장관은 최근 자국 내 석유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까지는 석유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가 증산할 경우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효과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으니 내부의 적을 어떻게 다독일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셰일오일 부활의 전환점이 될 것인가?

또 하나 주목할만한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주도하는 셰일오일의 부활 여부다.

셰일오일의 정의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하면서 세계 원유 시장의 복병으로 부상했던 셰일오일 생산 시도가 급격하게 위축된 상태다. 셰일오일 생산 단가는 수년까지만 해도 배럴당 최고 80달러 선에 달했지만 2012년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하면서 경쟁력을 잃었고 시추 시도가 크게 감소한 상태다.

다만 최근 들어 시추 효율성 개선 등의 노력으로 생산단가가 배럴당 40~60달러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만 넘어서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셰일 에너지 개발이 또다시 불붙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최근의 미국 원유 시추기 가동 수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원유 관련 정보 제공 업체인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10월 7일 기준 미국의 원유 시추기 수는 그 전 주보다 3기 늘어난 428기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5주 연속 상승한 것이며 올해 2월 이후 최고 수치인데 유가 회복 흐름이 셰일오일 시추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곧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미완성 셰일오일 유정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도 미국 중심의 원유 증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완성 유전’이란 원유 시추 작업은 마쳤지만, 유가 상황 등을 감안해 생산에는 돌입하지 않은 잠재적 생산 유정인데 조사 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최소 1,300여 곳에서 많게는 3,000곳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셰일오일 업계는 유가가 회복돼 경제성만 확보된다면 즉각적으로 생산에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고유가 상황 전개 가능성은?

OPEC이 감산에 성공해도 미완성 유전 등을 통해 미국 내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 OPEC이 유도하는 유가 상승효과는 물 건너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OPEC과 셰일오일 간의 치킨게임은 진행중

사우디가 OPEC의 감산 합의를 주도하고 있지만, 셰일오일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올해 초의 상황처럼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불대까지 추락하는 초저유가 상황은 생산량 조정 등을 통해 차단하되 그렇다고 셰일오일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유가 상황에 이르도록 감산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셰일오일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는 직전 수준의 유가 수준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이며 OPEC이 오는 11월 총회에서 논의할 감산 물량이 많아야 70만B/D 수준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사실이라면 OPEC과 비전통자원 간의 치킨게임은 여전히 ‘진행형’이 될 수 있다. 다만 초저유가로 셰일오일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전략에서 셰일오일이 채산성을 확보하기 직전까지만 국제 유가 상승을 허용해 OPEC을 비롯한 전통 산유국들의 재정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OPEC 특히 사우디가 희망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OPEC이 설령 감산에 합의하고 비OPEC 산유국들도 유가 부양 움직임에 동참하더라도 2012년 상황처럼 초고유가 상황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유가로 가는 길목에 셰일오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오일의 시추 기술 효율성이 더 개선돼 생산단가가 더 낮아지면 셰일오일의 부활을 저지해야 하는 OPEC은 오히려 유가 수준을 더 낮춰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며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망이 되고 있다.

[/vc_column][/vc_row]

industrial writer 2016유가전망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