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 투트랙 전략 필요하다

여전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지존 위치에 서 있지만 내연기관자동차의 내일과 모레는 ‘백척간두(百尺竿頭)’, ‘추풍낙엽(秋風落葉)’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환경친화자동차 보급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내연기관자동차는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서 있을 만큼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릴 수 있다. 대표적인 내연기관차인 클린디젤 발원지 유럽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자동차 판매를 금지하자고 선언하는 상황은 ‘가을바람에 휘둘리며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 신세’가 떠오른다.

환경친화자동차의 시대가 오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보급 촉진법(이하 환친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 법안에서는 ‘전기차, 태양광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 등 환친차 개발과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국가적 목표를 설정하고 2030년까지 이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및 탄소무배출 자동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국가 실천계획 수립 촉구 결의안’도 제안했다. 결의안에서는 ‘대한민국 국회는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제로화를 위해 매년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탄소무배출차 보급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입법활동 등의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내연기관자동차가 백척간두에 내몰리고 추풍낙엽 신세가 되는 것은 비단 유럽만의 일이 아닌 셈이다.

 

우리 국회도 내연기관자동차 금지 촉구 결의안 발의

우리 국회도 내연기관자동차 금지 촉구 결의안 발의

내연기관자동차 판매 금지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법률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⅔ 이상이 찬성하면 촉구 결의안을 발효되는데 그렇다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다만 국회 차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한 입법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선언적 의미는 크다.

그런데도 결의안이 주목을 받는 배경은 국회의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 기관으로 법안을 제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다만 발의 당사자를 포함해 10인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법안 제개정에 공동 참여해야 하는 기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의원 입법’으로 불리는 법률 제개정 작업에 최소 발의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인 10명을 조금 넘는 의원들이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회 차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한 입법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선언적 의미는 크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에는 이례적으로 40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결의안 발의자인 민병두 의원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자동차를 퇴출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때마침 여당 중진 의원이 내연기관자동차 판매 금지 운동을 주도하고 있어 새 정부 정책 기조를 계승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상용화, 국가 간 이해관계∙환경 친화 이슈 등이 관건

내연기관자동차가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 그린카로 불리는 수송수단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인가다. 실제로 유럽 몇몇 국가들은 내연기관자동차 퇴출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린카로 불리는 수송수단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영국과 프랑스는 오는 2040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배출가스 미발생차량 판매만 허용한다고 밝혔는데 계획대로 법제정이 이뤄진다면 8년 후부터는 내연기관자동차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게 된다. 프랑스 에너지부는 2040년까지 자국 내 원유·가스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내각에 제출했다. 자국 내에서 화석연료를 생산하지도 않을 것이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자동차를 판매하지도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유럽 국가들의 내연기관자동차 퇴출 움직임은 아직 입법 추진 단계이거나 각료들을 통한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향후 다양한 상황 변화에 따른 입장 선회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기가 과연 깨끗하고 안전한 연료인가를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자동차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만큼 안정적으로 전기 에너지 확보가 가능한가, 내연기관자동차나 화석연료의 효율과 경제성을 따라올 수 있는가 등 다양한 현실적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전 세계적인 전기차 시프트(shift)가 환경에 오히려 위해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연기관자동차를 바라보는 유럽 주요 국가들의 시각은 주시하되 미국, 일본 등 또 다른 중심축이 바라보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방향을 주시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과 일본이 전기차로의 전환에 소극적으로 오히려 화석연료 생산에 속도를 내거나 내연기관자동차 기반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내연기관자동차의 수명을 단정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송수단과 에너지 소비가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로 우리 국회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내연기관자동차 퇴출 논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내연기관 자동차의 운명이 일부 유럽국가들의 선언처럼 백척간두에 서 있고 추풍낙엽 신세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위험할 수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그 기조가 흔들리고 완급이 조절될 수 있으며 전기차 상용화에 앞선 다양한 선결 요건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자동차를 바라보는 유럽 주요 국가들의 시각은 주시하되 미국, 일본 등 또 다른 중심축이 바라보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방향을 주시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GS칼텍스에 의해 작성된 본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