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여건변화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현황
지난 11일, 에너지정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에너지 수급변화 여건을 고려해 20∼3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에너지 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외 에너지 여건변화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유수 연구위원에게 들어봅니다.
대외 에너지 여건변화
에너지는 국가 경제성장에 대한 동력원으로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에너지 공급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일부 경제적 활동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고,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2011년 9월 15일에 발생한 전국 순환정전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던 것만 봐도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안정적 에너지공급을 위해서 그 만큼 에너지에 대한 대외적 여건변화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대외적인 에너지 수급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현재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려 있으며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이 강구되고 있습니다. 국가별 정책에서도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등 환경문제와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정에너지의 공급비용이 아직은 화석연료에 비해 높기 때문에 향후 화석연료의 가격변화가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청정에너지의 공급을 늘리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화석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변화가 가장 큰 변수인데, 특히 국제유가는 2000년대 중후반에 상승하기 시작하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의 유가전망에 의하면, 브렌트 기준의 국제 원유가격은 2035년에 배럴당 14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가격의 경우에도 미국 헨리허브의 천연가스 가격이 현재 MMbtu당 약 4달러 수준에서 2035년에 약 7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장기적으로 전통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석유탐사와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오일샌드,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자원의 개발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전망에 의하면, 2011년 비전통 석유 및 바이오연료 생산량이 하루 5.2백만 배럴로 전체 석유공급의 약 6%를 차지하지만 2035년에는 17.7백만 배럴로 약 1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북미를 중심으로 비전통 셰일가스의 탐사 및 개발 사업이 크게 확대되어 가스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되면서 국제천연가스 수급과 가격의 안정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주요 화석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석유의 사용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저렴한 대체연료의 개발이 중요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2012년 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더반에서 개최된 포스트 2020 기후변화협상에서 2013년 이후 교토의정서의 존속과 2021년 이후 모든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기후변화체제의 설립에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체제의 법적 구속력 및 새로운 체제 적용방식에 대한 치열한 협상이 예상되고 있으며 EU를 중심으로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기를 희망하는 측과 이에 유보적인 미국, 신흥국가들이 대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이 세계적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가격의 상승이 예상되고 기후변화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에너지의 공급안정성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로서 세계 각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는 가파른 성장세를 견지하면서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규모를 상회하고 있으며, 2020년경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장규모가 4,000~8,000억불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현재 세계적 경제침체에 따른 불황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축소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치열한 기술경쟁을 통하여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편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하여 또 다른 중요한 분야가 원자력 발전입니다.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공급안정성 측면에서 저렴한 에너지원으로서 각광받아 왔으나 사고 이후 안전성 문제로 인하여 큰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국가별로 자국의 에너지사정을 고려하여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도 있고,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바탕으로 기존의 원전가동과 신규 건설계획을 계속 추진하려는 국가도 있습니다.
IEA의 세계 에너지전망에 따르면, 원전의 축소에 따른 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 등의 설비대체는 원전투자액의 감소분보다 타 에너지 설비증설 비용이 더 증가하고 화석연료 사용증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전력수요 증가로 원전의 급격한 감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대외 에너지여건은 화석연료 가격의 상승, 비전통 석유 및 가스 개발의 활발한 추진,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대안으로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등을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대외 에너지여건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공급 안보측면에서 세계적인 에너지수급 변화에 주목하면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현황 및 정책 방향
우리나라에서 석탄, 석유, 가스 등 1차 에너지소비는 작년 기준으로 약 278백만 TOE(잠정치)로서 2001년에 비해서는 약 1.5배 증가하였으나 전년대비 소비증가율은 약 0.7%에 이를 정도로 2011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작년 이전까지는 전년대비 1차 에너지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할 정도로 높았으나 작년에 경제성장률 2%보다 낮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가 2000년대 들어서는 1차 에너지의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약 3%로 낮아졌으나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에너지 소비가 감소되거나 정체상태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총 에너지소비는 높게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1인당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1990년대 연평균 증가율 5.8%에서 2000년대 2.6%로 둔화되어 2012년에 약 5.6TOE(잠정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소비가 5.3TOE인데 비해 OECD 평균수준이 4.4TOE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와 관련해서 에너지원단위는 국가 에너지효율 지표를 나타내는데, 부가가치 1000달러 창출에 소요되는 에너지양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0.25로서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서는 3배정도 높게 나타나는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동일한 부가가치 창출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에너지의 해외의존도는 약 97%정도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작년 기준으로 1,853억 달러이며, 이는 선박, 자동차, 반도체의 수출액 전체를 합한 금액인 1,326억 달러보다 훨씬 높으며,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6%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에너지가격의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인데 이중 석유가 약 7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가스 15%, 석탄 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원별 에너지 소비를 살펴보면, 천연가스와 원자력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반면 석유의 의존도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LNG와 원자력은 보급확대 정책과 전력수요의 증가로 인하여 비중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데 기인합니다. 에너지원별로 소비의 비중을 살펴보면, 석유는 약 38%로 감소추세에 있으며, 석탄의 비중은 약 29%로서 1980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LNG와 원자력은 각각 약 18%와 11%로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문별 에너지 소비는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소비의 비중이 약 61%로 가장 높고, 수송이 약 18%, 그리고 가정•상업이 약 18%, 공공기타 부문이 약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력 및 원료용 에너지, 도시가스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수송부문은 1980년에 비해서는 증가추세에 있으나 1990년에 비해서는 경기둔화와 고유가의 지속으로 인하여 최근 에너지 소비가 정체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면서도 에너지 소비가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에너지 소비절감을 통하여 에너지 공급비용의 감소와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에너지공급 측면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기후변화대응 및 산업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여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의 비용문제, 온실가스 감축 등을 고려하면 그 동안 증가한 전력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해 왔던 원자력 발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데 전력소비 증가를 고려할 때 안전성 강화를 전제로 당분간 어느 정도의 원자력 발전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한편, 에너지 수요측면에서도 대외적 에너지환경 변화의 위험을 완화하고 에너지공급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증대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특히 규제중심의 에너지절약 정책보다는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과 효율향상이 제고될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하는 유인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에너지 가격체계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과도한 에너지소비의 주원인이 낮은 에너지 가격임을 감안할 때 에너지 가격의 규제보다는 시장의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가격체계로 전환하여 대외적인 에너지가격 변동의 위험 속에서도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