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들의 에너지 정책!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은 어떤 종류의 기업들일까요?
구글, 애플 같은 IT기업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시겠지만, 정답은 에너지기업입니다. 매년 전세계 기업 순위를 발표하는 포브스에 따르면, 2012년에도 상위 15개 기업 안에 에너지기업이 8개를 차지하며 그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1위를 차지한 엑손모빌, 4위를 차지한 로얄더치쉘 등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업체들은 에너지산업 가치사슬의 전범위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며 전세계 선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이들 대형 에너지기업들은 단순히 석유, 석탄, 가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탐사•개발•생산하는 상류(upstream)부터 가공 및 수송하는 중류(mid-stream), 정제•판매•석유화학과 관련된 하류(down-stream)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한 사업영역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산업, 급격한 변화를 맞다
최근 에너지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에너지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입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에너지산업의 지평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가스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가스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천연가스 잉여물량을 아시아로 수출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셰일가스 등 비전통 자원개발이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까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요 증가로 미국산 유연탄의 가격이 하락하여 국내 유연탄 수입선이 영향을 받는 등 예상치 못한 효과로 인한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력산업의 경우에는, 원자력 발전이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침체기에 빠져, 부족한 전력 공급의 확충을 위한 대안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에너지산업의 변화는 국내에도 여러 가지 변화를 만들고 있는데, 실제 국내 역시 원전의 사회적 수용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여건은 경제적•기술적으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한계
정부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기본계획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 수립한 이 계획은 그간 급격히 변화한 에너지산업과 국가 경제의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자립, 에너지 효율성, 저탄소화라는 세 가지의 핵심 키워드를 토대로 구축되었습니다. 특히 저탄소화가 중점이 되어 수송 부문에서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발전 부문에서는 비화석연료 비중 확대를 주요 중점 과제로 두었습니다. 그리고 비수송 부문에서는 세수확보 및 산업경쟁력 유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하고 에너지 세제 개편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었으며, 세수확보를 위해 등유세가 부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부 실행 방안들을 통해 의도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인프라 구축, 기술혁신의 한계 등의 문제로 계획에 비해 낮은 확산을 보였습니다. 발전 부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으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목표한 원자력 발전 확대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비수송부문에서는 낮은 전기요금 유지와 높은 유류세 부과로 인해 제조업에서는 2001년 대비 4배 이상 전기 수요가 증가하고, 가정에서도 유류난방보다 전기난방으로 바꾸는 전기화가 확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가 지나치게 증가하여 전 국민이 전력난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스스로 목표로 제시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에너지 효율 달성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는 2013년에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입니다. 변화한 세계 에너지 산업 상황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전력가격 현실화가 급선무
먼저, 비수송부문에서는 급격하게 늘어난 전력수요를 완화할 수 있는 전력가격 현실화가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2차 에너지인 전력의 열량 당 가격이 최소한 1차 에너지 가격보다는 높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등유에 대해서 완전 면세를 하더라도 전기의 열량 당 가격이 등유보다 더 낮은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즉, 2차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보다 낮은, 마치 국수값이 밀가루의 값보다 싼 것과 같은 왜곡된 가격체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급속도로 확산되는 전기 난방 수요를 줄이고, 산업용 기기들도 더 이상 전기화가 진전되지 않게 억제할 수 있는 가격 및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송용 유류세제 개편으로 사회적 비용 최소화
수송용 유류세제를 개편하여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LPG의 경우 국내 LPG 수요 증가로 인해 해외의존도가 65%로 높고 LPG의 특성상 가격 안정성이 낮습니다. 따라서 LPG 차량 확대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죠. CNG 차량 역시 디젤 기관의 기술발달로 환경적 측면에서 이점이 약해졌기 때문에 보조금 및 면세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간의 기술 진전으로 경유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으므로 경유차를 배제한 기존 정책을 재고해야 합니다. 확산이 지지부진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내연기관의 효율증대에 투자하는 것이 환경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화석연료의 효율 개선을 통해 가교에너지로 활용
발전 부문에서는 불안해진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특히 전력공급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전력수급문제가 심각한 현 실정에서는 그 비율을 현재의 계획보다 높이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대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단•중기적으로 가스발전의 역할을 재고해 볼 만 하다고 판단됩니다.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가스 가격이 하락할 경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수도권에 가까운 가스 발전소의 입지도 사회적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스 인수기지의 입지문제 등 가스발전의 비중증대로 인한 추가적인 문제는 고려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발전 및 시장 확대 시점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무리해서 늘리는 것보다 기존 화석연료의 효율을 개선하여 이를 가교에너지(bridging energy)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문간 통합적 시각을 가져야
에너지의 여러 부문의 정책변화에 있어 부문간 통합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에너지원별 가격 및 세제를 조정함에 있어 총 세수와 물가에 대한 영향을 최소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한 쪽 에너지원의 세금이 인상되는 만큼 다른 쪽 에너지원의 세금이 인하되어 전체 세수 규모를 유지하고 동시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한 에너지원별 세금과 기금에 대한 이해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들 간의 수용성 문제 역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원칙
마지막으로, 국가에너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수립되든 간에, 한 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바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죠. 매년 여름과 겨울이 될 때 마다 온 국민이 정전에 대한 불안을 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먼 미래의 기후변화 문제만 쫓다가 발등에 떨어진 전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적정 사용 방안을 다시금 모색하고,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란 측면에서 화석에너지의 사용이 오히려 탄소 배출을 줄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