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고급휘발유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안녕하세요. 연료유 관련 주제로 포스팅을 하고 있는 제품기술연구팀 소속 오창훈 연구원 입니다. 이번에는 여러분께 조금 친숙한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바로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는 무엇이 다른가?”입니다. 운전을 해 본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휘발유는 크게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고급휘발유”라고 하니 “보통휘발유”보다는 뭔가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떤 점이 어떻게 좋은지는 정확히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제가 자세히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GS칼텍스에서 생산되는 고급휘발유와 보통휘발유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법적으로 고급휘발유와 보통휘발유를 가르는 기준은 단 한가지 입니다. 바로 “옥탄가”입니다.
제가 저번 포스팅 [휘발유와 경유, 알고 쓰시나요? 연료유 규격 및 시험법(1)] 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휘발유는 RON(Research Octane Number) 91이상, 고급휘발유는 RON 94이상을 만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통휘발유와 일반휘발유의 차이를 알기 위해선 당연히 “옥탄가”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겠죠? 앞의 연료유 규격관련 포스팅에서 간략히 설명 드리긴 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옥탄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휘발유 엔진의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내연기관, 쉽게 말해 차량에 사용되는 엔진은 연료를 연소시켜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내연기관은 연료의 연소반응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크게 “스파크 점화(SI, Spark Ignition)”와 “압축착화(CI, Compression Ignition)” 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스파크 점화는 말 그대로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하여 스파크(굉장히 작은 번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를 일으켜 연료를 점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차량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스파크 플러그 교체”라는 말씀 들어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이 스파크 플러그가 바로 차량의 배터리로부터 전원을 받아 스파크를 발생시키는 장치입니다. 반면 압축착화는 별도의 외부 에너지원 없이 고온, 고압상태의 조건에서 연료를 분사해서 연료 스스로 연소반응이 일어나게끔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휘발유, LPG, CNG(천연가스)는 스파크 점화 방식을, 경유는 압축착화 방식을 사용합니다.
두 가지 연소방식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지만,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휘발유를 사용하는 엔진은 스파크 점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미리 공기와 잘 섞인 휘발유가 실린더 내부에서 압축된 다음 스파크에 의해 점화되며, 연소반응이 스파크 지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연료의 품질이 나쁘면(혹은 엔진에 문제가 있으면) 스파크가 발생하기 이전에 저절로 연소가 시작되어 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자연발화, 혹은 “노킹(knock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정체입니다. 이 경우 연소반응이 실린더 내부의 여러 군데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연소 반응으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가 서로 부딪히면서 압력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진동과 소음의 원인이 됩니다. 이 진동과 소음이 흡사 엔진을 두드리는 것(노크) 같다고 하여 노킹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이러한 노킹 현상이 지속되면 엔진이 구조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노킹이라는 현상 자체도 그 특성에 따라, 강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노킹 = 어떤 이유에서건 스파크 점화 전에 혼합기가 의도하지 않게 먼저 점화되는 현상”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상연소(좌)일 때와 노킹(우)일 때의 실린더 내 압력변화. 충격파에 의해 실린더 내 압력이 그림에서 처럼 요동치게 되고 이는 진동 및 소음, 더 나아가서는 엔진 손상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이 노킹이 연료와 혼합된 혼합기가 자동적으로 연소가 시작되는 현상이라면, 연료의 특성에 따라서 그 정도가 다르겠죠? 예를 들어 같은 압력에서라도 A라는 연료는 250℃에서 자연적으로 점화하는데 B라는 연료는 300℃에서 점화된다면 B라는 연료가 A라는 연료보다 더 노킹에 잘 저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파크 점화 엔진에서 노킹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노킹에 저항(Anti-knocking)하는 성질은 매우 중요한 물성이며, 이 노킹저항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옥탄가입니다. 즉 옥탄가가 높을수록 노킹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 셈이지요.
이 물성에 “옥탄가”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옥탄가의 기준이 되는 물질 중에 하나가 바로 이소옥탄(iso-Octane)이기 때문입니다(다른 하나는 n-헵탄(n-heptane)입니다). 옥탄가는 지정된 엔진(옥탄가 측정을 위한 전용 엔진으로 압축비를 달리할 수 있는 엔진입니다)에서 지정된 조건으로 엔진을 운전하며 측정합니다.
지정된 조건에서 압축비를 달리하며 해당 연료의 노킹이 발생하는 지점을(압축비가 높을수록 실린더 내부의 온도가 높아지니 노킹이 일어나기 쉽겠죠?) 측정한 다음, 동일한 실험결과를 보이는 이소옥탄과 n-헵탄 혼합연료에서 이소옥탄의 비율이 바로 옥탄가 입니다. 쉽게 설명 드려서, 측정결과 연료 A의 노킹저항성이 이소옥탄과 n-헵탄을 80:20로 혼합한 연료와 동일하다면(엔진시험결과 같은 조건에서 노킹이 발생했다면) 연료 A의 옥탄가는 80이 되는 것이죠. 때문에 이소옥탄의 옥탄가는 100, n-헵탄의 옥탄가는 0이 됩니다.
그렇다면 “옥탄가가 100이상이거나 옥탄가가 0 이하인 물질은 어떻게 옥탄가를 측정하는가?”라는 의문이 드실 수 도 있는데요, 이러한 경우 시험연료나 이소옥탄에 옥탄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첨가제를 주입하여 그 주입량을 이용하여 시험연료의 옥탄가를 구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탄소 수가 높아질수록 낮아지며, 탄소 수가 같다면 탄소 가지가 많은 쪽이 옥탄가가 높습니다. 사실 옥탄가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RON(Research Octane Number)이고, 다른 하나는 MON(Motored Octane Number)입니다. 두 가지 옥탄가 모두 측정엔진이나 방법은 동일하지만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MON의 경우 RON보다 더 고부하 조건에서 시험이 이루어집니다.
측정기준이 같기 때문에 기준물질인 이소옥탄의 경우 RON, MON 모두 100, n-헵탄의 경우 RON, MON이 모두 0지만, 다른 물질들은 RON과 MON이 서로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저부하 시험조건에서 구해지는 RON값이 MON값보다 5~10%정도 높은 것이 보통입니다. 여기서 RON과 MON값의 차이를 Fuel sensitivity라고 정의합니다.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휘발유의 품질관리에는 RON값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특별한 구분 없이 “옥탄가”라고 사용하는 경우는 RON을 의미합니다. 이례적으로 미국에서는 RON과 MON의 평균값인 AKI(Anti-Knocking Index)를 사용합니다.
아까 국내의 경우 법적으로 보통휘발유는 91, 고급휘발유는 94이상의 옥탄가를 가져야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이 고급휘발유의 기준은 전세계적으로 조금씩 상이하며, 국내에 수입되는 수입차 중 일부는 RON 97이상의 고급연료의 사용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Kixx Prime을 포함하여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급휘발유의 경우 RON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량의 매뉴얼에 해당 차량이 사용할 수 있는(권장되는) 연료가 표기되어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여 본인의 차량에 맞는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옥탄가는 무조건 높은 제품을 쓰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엔진을 설계할 때 연료의 옥탄가를 가정해서 압축비 및 각 조건별 연료 분사량, 분사시기 및 스파크 점화시기를 미리 설정해 둡니다. 따라서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 중 보통휘발유에 맞게 세팅 되어 있는 차량의 경우 RON 91의 연료에 최적화가 되어 있습니다.
RON 91로 세팅 되어 있는 엔진에 RON 100의 고급휘발유를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높은 옥탄가에 의한 엔진 성능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고급휘발유에 맞게 세팅 되어 있는 차량에 일반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생산되는 차량의 경우 엔진에 노킹현상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노킹이 발생할 경우 연료의 점화시기를 조절하여 노킹 현상을 방지합니다. 따라서 노킹으로 인한 엔진손상의 가능성은 낮으나 연료의 점화시기가 최적화된 범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연비, 엔진 출력이 나빠지게 됩니다. 물론 이 같은 점화시기의 조절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급휘발유 사용이 권장되는 차량의 경우, 고급휘발유를 사용하시는 것이 차량의 유지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가짜휘발유 제품 중 일부는 옥탄가가 80대 수준인 저급한 제품도 있는데, 이러한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엔진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RON 91 연료를 사용하도록 세팅된 차량에서 노킹이 발생할 경우 고급휘발유를 사용 하면 노킹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실 텐데요, 답은 “고급휘발유 사용을 통해 노킹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권장하지는 않는다.”입니다. 옥탄가의 정의 자체가 “노킹에 저항하는 정도”를 계량화한 물성이므로 RON 100연료를 사용하면 RON 91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노킹을 억제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RON 91을 사용하도록 세팅되어 있는 차량에 RON 91연료를 주유했는데 노킹이 발생했다는 것은 엔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고급휘발유 사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는 차량 정비를 받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쉽게 설명해서 ‘밥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해서 ‘그럼 앞으로 밥을 먹지 말고 죽만 먹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 몸에 문제가 있나 보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어’ 하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올바른 생각이겠죠? 옥탄가에 대해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 말씀 드렸죠? 국내에서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를 나누는 법적 기준은 “옥탄가”뿐이지만 실제로 GS 칼텍스에서 생산하는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의 차이점은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법적으로 규정된 “옥탄가”외에 고급휘발유가 보통휘발유 대비 가지고 있는 +α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