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제원유시장, 공급과잉 시대의 재도래?

2018년 국제유가는 10월 초를 기점으로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10월 초까지는 OPEC+(OPEC 회원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 산유국 10개 나라)의 감산,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및 11월 이란 제재 재개, 견조한 수요 등으로 4년래 최고치로 상승했고 곧 세 자릿수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0월 초를 지나면서 공급 부족은 공급과잉 우려로, 수요 견조세는 수요 둔화 우려로 탈바꿈했고, 때마침 미국 증시 급락은 위험기피 심리를 강화시켜 유가는 급락세로 돌변했다. 12월 18일 WTI는 46.24달러(전년말 대비 -23.5%), 브렌트유는 56.26달러(-15.9%)로 연중 최저치로 하락했다.

2018년 국제유가는 3년 만에 하락

10월 초 이후의 급락세에는 폿옵션 관련 매도헤지(賣渡hedge)와 투기세력의 손절매물, 시스템 트레이딩(systematic trading) 등 금융요인도 상당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가 하락으로 풋옵션 바이어의 권리행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셀러인 스왑딜러들은 헤지 차원에서 매도포지션(매도헤지)을 늘렸고, 이는 다시 유가 하락과 추가 매도헤지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유가 상승에 베팅했던 투기세력들의 손절매성 매물과 자동매매시스템인 시스템 트레이딩의 매도 공세도 이 시기에 집중되었다. 이는 뉴욕상업거래소 원유 선물옵션의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이 9월말 5.8억배럴에서 12월11일 3.8억배럴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추정할 수 있다.

2017~2018 국제 유가 추이

2019년 유가는 공급우위 등으로 지난해보다 낮아질 전망

국제유가는 금년에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낙폭이 과대해 단기적으로 반등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지만,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 72달러 수준에서 60달러대로의 하락이 예상된다.

먼저, 세계 원유 수급은 수요 부진과 공급 호조세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급과잉을 나타낼 전망이다. 세계 수요는 글로벌 경기둔화를 반영하여 140만b/d 내외(1.3~1.5%)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미국 등 비OPEC 생산이 200만b/d 이상 증가하여 수급균형이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콘덴세이트를 포함한 생산량이 지난해 1,783만b/d로 전년보다 218만b/d(+14%) 증가했고, 금년에도 177만b/d(+10%) 늘어난 1,960만b/d로 전 세계 공급 호조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셰일 업계는 그동안 OPEC의 견제와 저유가 속에서도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지속하여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으며, OPEC과 더불어 대표적 생산량 조절국(swing producer)의 반열에 올라섰다.

세계 원유 수급 전망

지난해 12월 총회에서 결정된 OPEC+의 감산은 공급과잉 폭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공급과잉 자체를 해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감산 규모인 120만b/d가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OPEC+ 내부적인 문제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17년 1월~`18년 11월 중 OPEC의 월평균 감산 이행률은 100%(Bloomberg 자료 기준)를 크게 상회해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베네수엘라의 비자발적 감산을 제외하면 이행률이 크게 낮아지고, 특히 6월 이후에는 이행률이 100%를 하회해 감산 추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러시아는 처음부터 감산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고유가에 대해 다소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어 금년에도 소극적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OPEC+ 감산 합의의 불이행 가능성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시장점유율 잠식에 근거를 둔다. 미국은 생산 호조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수출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200만b/d 이상의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있어 이 지역을 핵심 수요처로 삼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의 위기감이 증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도 하방요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QT(Quantitative Tightening, 양적 긴축), 실물경제 둔화,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여력의 한계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비관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금융시장과의 동반 급락 경험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투자 자금의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경기둔화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투자심리 회복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요 산유국의 증산 여력 부족은 시장의 하방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할 경우 유가의 상승을 이끌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Bloomberg 자료에 따르면 OPEC의 증산여력은 2014년 11월 701만b/d에 달했으나 지난해 11월에는 267만b/d로 급감했고, 사우디 UAE 쿠웨이트 등의 실질 증산 여력은 같은 기간 중 351만b/d에서 71만b/d로 80% 감소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공급 차질이 이어지고, 리비아 등 상시 정정불안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급 안전판의 부재는 향후 심각한 수급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리비아 나이지리아 이라크 3국의 생산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744만b/d로, 이 가운데 10%만 차질을 빚어도 실질 증산 여력은 모두 소진된다.

OPEC 감산이행률 추이

수요주도 약세장 본격화 및 하방조정 폭 확대 가능성

글로벌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IMF는 금년 세계 성장률을 3.7%로 예상하고 있는데, 일부에서 교역 감소와 환율분쟁, 글로벌 유동성 감소, 신흥국의 과도한 부채 등으로 성장률이 3% 초반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은 지난해 2분기 4.2%, 3분기 3.5% 등 고성장세를 나타냈으나 내년에는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중국은 5%대로 29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원유 수요 둔화 폭 확대 역시 불가피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금년 3월이 시한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위험자산에 대한 위험회피가 확산되어 국제유가는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 초까지 이어진 장기 약세 국면이 재연될 수 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약세 시나리오 가능성을 경계하며 브렌트유 전망치를 최저 40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약세장 하에서도 유가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트레이딩 등 단기성 금융 자금이 상하 진폭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변동성이 커지면 헤지펀드 등 소위 스마트머니의 유출입이 증가하여 변동성이 확대되는 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 실질소득 증대, 기업 원가 절감 등을 통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수요 주도 약세의 경우 경기둔화 신호로 볼 수 있고, 과도한 약세는 투자 감소 등 경제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2015~2016년 중동을 포함한 산유국들이 재정 악화 등의 위기를 겪었고, 미국도 셰일 업계를 중심으로 파산, 투자 감소, 실업 증가 등 어려움이 직면했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원자재시장팀 팀장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시장팀 팀장 오정석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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