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래 먹거리 산업의 대표로 빼놓지 않고 꼽히는 것이 ‘바이오(BIO)산업’이다. 신약(新藥)이나 화장품, 식품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많은 분야가 바이오와 접목되고 있다. 에너지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에너지들이 바이오와 결합해 환경 친화 성능이 개선되고 자원 재활용에도 기여한다. 심지어 태양이나 바람과 동급의 무한(無限) 자원 범주로 해석되기도 한다. 때가 되면 다시 자라는 식물이나 무궁무진한 미생물 자원을 활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에너지는 수송 연료인 가솔린이나 디젤 연료로 사용되지만 친환경 발전 연료로도 보급 중이다. 발전 과정에서 유발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심각한 대기 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바이오 에너지는 배출가스 저감을 통한 친환경 발전의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바이오가 덧붙여질 때의 경이로움
‘바이오(BIO)’의 사전적 의미는 ‘생명’이나 ‘생물’로 요약된다. ‘바이오’라는 접두어가 덧붙여지면 왠지 친화적이고 혁신적이며 인류에게 이로움을 제공할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세포 배양이나 유전자 조합 등이 바탕인 ‘바이오 의학(bio medical)’은 불치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미생물 합성, 유전자 변형 등의 방식으로 영양 가치는 높이고 수확량은 획기적으로 늘려 21세기 식량난 극복의 키워드로 떠오르는 ‘바이오 식품(bio food)’은 기아 해결이라는 경이로움을 전달해준다.
에너지가 바이오와 결합할 때도 이로움이 더해진다. 식물이나 미생물 자원을 활용해 생산되는 ‘바이오 에너지(bio energy)’는 환경 유해는 줄이고 폐자원은 재활용하며 심지어 바람이나 태양 같은 무한 자연 에너지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발전에도 바이오 에너지 투입 중!
대표적인 바이오 에너지는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 바이오 부탄올, 바이오 중유가 꼽힌다. 탄소 중립 에너지인 바이오 디젤은 팜, 대두 같은 식물 자원이나 폐유지로 생산되며 우리가 주유소에서 구매하는 경유에 법적으로 3%가 의무 혼합되고 있다. 목재나 볏짚, 해조류 등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든 휘발유 대체 연료인 바이오 부탄올은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GS칼텍스가 연내 생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주요 발생원인 발전 과정에서도 바이오 에너지가 적용되고 있다. 석유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바이오 중유가 그것이다. 바이오 중유는 동식물성 유지 또는 바이오 디젤 생산 공정에서 남겨지는 피치(Pitch) 등의 부산물로 제조되는데 정부로부터 환경 친화 효과를 인정받아 발전용 연료에 혼합되는 시범 보급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발전 단계에서도 바이오 에너지가 사용되면서 화석연료인 중유의 대기 환경 오염 정도를 완화시키는 이로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으로도 인정
‘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라는 제도가 있다. 500 MW 이상의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 사업자들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제도이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 오염 물질을 저감시키기 위한 강제 조치인데 바이오 중유를 발전 연료로 사용할 때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바이오중유 시범 보급 기간인 2014년 이후 2년 동안 약 53만 ㎘가 발전용 연료로 보급됐다. 그 결과 약 88만톤의 이산화탄소(CO2)가 저감됐고 황산화물(SOx)은 62~100%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바이오 디젤 생산 공정상의 부산물을 바이오 중유로 사용하면서 국내 배출 폐기물 재활용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냥 버려졌던 폐기물이 바이오 에너지화 되면서 발전 대기 환경까지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버려지는 음폐수도 바이오 중유 원료
태양광이나 풍력 등은 자연 에너지를 발전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신재생에너지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여러 단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일조량이나 바람 품질 등이 전제돼야 하는 태생적인 제약 요인이 있고 막대한 초기 투자비, 발전 설비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환경 오염도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중유 발전은 자연 에너지 발전과 대비해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기존 중유 발전소를 별도로 개조할 필요 없이 바이오 중유만 혼합하면 곧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처럼 설치를 위한 초기 투자비도 필요하지 않다. 폐기물 자원의 연료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 중유의 핵심 원료는 바이오디젤 공정 부산물인 피치, 바이오디젤 원료 전처리 과정에서 얻어지는 FFA(Free Fatty Acid) 그리고 음식물쓰레기에서 얻어지는 음폐유 등 매우 다양한 폐자원을 이용되고 있다. 바이오 중유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차선 친환경 발전 가능성 남아 있다
그런데 2014년 이후 5년간 진행된 정부 주도 바이오중유 시범 보급 사업이 올해로 종료되면서 본 사업으로 연결될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석유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으로 이 경우 바이오 중유의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2017년 기준으로 석유 발전 용량은 4.2GW로 국내 전체 발전 설비 중 3.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수급 7차 기본계획에서 이미 2.8GW 규모의 석유 발전소 폐지가 결정되면서 입지가 줄어 드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궁극적으로는 태양이나 바람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자연에너지 발전이 모든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석탄화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부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려는 배경은 신재생에너지라는 최선(最善)으로 채울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차선(次善)의 역할을 맡기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이오 중유의 다양한 순기능을 감안해 차차선(次次善)의 친환경 발전 수단으로 석유 발전이 선택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