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하면 내가 더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욕하는 아이

5학년이 된 민우는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즐겁게 지내려고 하고 있지만 4학년 때는 또래 관계가 좋지 않아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민우의 과격한 행동과 욕설 때문이었습니다. 민우는 대화 중에 심한 욕설과 손가락 욕 같은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고, 이로 인해 주변 아이들은 민우와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꺼렸습니다.

마음톡톡 프로그램은 학교 강당에서 진행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불쑥불쑥 강당에 들어오는 다른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문패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다른 아이들이 강당에 들어올 때마다 거친 욕설과 전투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민우는 문패에 욕을 써도 되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치료사가 안 된다고 하자 종이 한 장을 요구하며 자신이 아는 욕을 다 써보겠다고 했죠.

욕하는 아이

민우는 치료사가 건넨 종이에 한참 동안 온갖 욕을 쓰고는 치료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치료사는 종이는 얼마든 더 있으니 마음껏 써보라고 했고, 민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치료사가 추가로 건넨 종이에 민우는 약간의 욕을 쓰고는 이내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문패에 조심스럽게 손가락 욕을 그려 넣었지만 치료사도 집단원들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민우는 프로그램 중에는 욕설을 하거나 욕설을 표현하는 어떤 제스처도 쓰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강당에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강력한 말을 쓰고 싶었어요.
내가 욕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내가 아는 욕이란 욕은 써봤어요.
처음엔 장도 있을 알았는데
장을 쓰고 나니까 별로 생각나는 욕이 없었어요.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아이의 심리는 대부분 자신을 과장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또래들보다 강하고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은 마음, 나약하고 겁 많은 자신의 내면을 꽁꽁 숨기고 싶은 마음이지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욕을 하기도 합니다. 민우의 경우 집단 내에서 심한 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으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자 곧 욕이라는 무기를 버린 것이지요.

집단원들은 민우가 문패 작업을 할 때 종이에 욕을 잔뜩 휘갈겨 쓴 이후로 프로그램 중에는 욕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인정하고 칭찬해주었습니다. 물론 민우가 집단 내에서 비난받고 고립되는 걸 피하기 위해 억지로 욕을 참거나 본심과는 달리 행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대단한 욕쟁이임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 다시 욕을 하지 않는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을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는 경험을 집단 내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욕하는 아이

이후 민우는 치료사에게 욕의 의미를 아는지 질문하는 형태로 욕을 입 밖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치료사가 욕을 따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짓궂게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치료사는 당황하지 않고 욕의 의미를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치료사가 의미를 대답해주면 민우는 의외로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습니다. 왜 그런지 묻자 민우는 “제가 쓰면 안 되는 말이니까요.”라며 욕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치료사는 놓치지 않고 칭찬하고 격려했습니다.

마음톡톡 교실에 오고부터 학교생활이 많이 달라졌다고 담임선생님은 말씀했습니다. 선생님 심부름을 하겠다고 자청하기도 하고 멀리서도 선생님이 보이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한다고 하네요. 얼굴 표정부터 달라졌습니다. 경직된 얼굴 근육들이 부드럽게 풀리면서 표정은 한층 밝아졌구요.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턱을 살짝 들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구부정한 어깨가 활짝 펴진 걸 보면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의지가 보였지요.

욕하는 아이

아이들은 특정 행동을 통해 시선을 끌고 관심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럴 땐 잠시 멈춰 아이의 행동을 단호하게 무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풀에 꺾여 그 행동을 멈출 것입니다. 만일 아이가 긴장과 흥분한 상태에서 욕을 하는 것이라면 아이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도록 하세요.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따뜻한 목소리로 욕을 그치도록 달랜 다음 아이가 마음을 추스르면 욕을 하는 것이 왜 나쁜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관심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렇다면 아이들도 자신의 진짜 마음을 온전히 마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본 콘텐츠는 마음톡톡 치료사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음톡톡 아이들을 만나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