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었지] 호남정유가 쏘아올린 휘발유 품질 경쟁, 최종 승자는?
1981년 CX-3 전쟁
1,2차 석유파동을 슬기롭게 극복한 호남정유는 1981년 생산능력을 하루 38만배럴까지 확장하여 국내 최대의 정유 회사로 발돋움했어요. 이러한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1981년 4월 1일 휘발유 신제품 CX-3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호남정유의 CX-3는 업계 최초의 브랜드 휘발유였는데요. 이 제품의 장점인 연비 향상과 엔진 세정 능력을 대대적으로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이러한 차별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내세워 판매량을 늘리고자 했습니다.
호남정유의 휘발유 매출이 급속히 증가하자 위기를 느낀 경쟁사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유공(현 SK)은 옥탄가(가솔린이 연소할 때 이상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옥탄가가 높은 가솔린일수록 이상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잘 연소하기 때문에 고급 휘발유로 평가된다.)를 85에서 8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뉴슈퍼’를 선보였고, 경인에너지(현 SK인천석유화학)는 ‘하이파워’ 브랜드를 선보이며 공급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했어요.
그럼에도 2개월 후 다수의 계열 주유소가 이탈하자 경인에너지는 ‘무이자 자금 지원’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시장 방어에 나섰습니다. 경쟁사들의 사활을 건 대응에 따라 품질 경쟁은 가격 경쟁으로 변질되었죠. 당시 경쟁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비생산적인 유통망 확보 경쟁만 부추기며 결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에 이르렀어요.
당시 언론에서 명명한 이른바 ‘CX-3 전쟁’은 정부 중재에 의해 3개월만에 종료됐으나 이후 정유회사 간의 소모적 소매망 확장 경쟁과 옥탄가 중심의 품질경쟁은 계속되었습니다.
테크론 출시
정유회사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호남정유는 1995년 1월 1일 엔진보호 휘발유 ‘테크론’을 출시했습니다. 당시의 ‘테크론’은 탁월한 엔진 세정 능력과 출력 향상 능력을 가진 첨단 휘발유로서 그동안 옥탄가가 얼마나 높느냐로 국한됐던 소모적 품질경쟁에서 벗어나 환경 친화를 표방한 진정한 품질 경쟁의 막을 열었어요. ‘테크론’에 대한 소비자의 호평이 계속되자 경쟁사들도 뒤를 따랐습니다. 같은 해 9월, 유공이 ‘엔크린’ 브랜드를 도입했으며 10월에는 쌍용정유(현 S-Oil)와 경인에너지가 각각 ‘슈퍼크린’과 ‘이멕스’ 브랜드를 도입했어요. 그러나 소비자의 테크론 브랜드에 대한 호평이 계속되며 그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휘발유 부문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경쟁사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고, 연말에는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테크론’을 올해의 히트 상품으로 선정했습니다.
SIGMA6 출시
그 후 호남정유는 1999년 10월1일 자동차 엔진 청정 효과를 극대화한 최첨단 청정 휘발유 SIGMA6를 출시했습니다.
SIGMA6는 호남정유의 중앙기술연구소가 미국 쉐브론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고순도 엔진청정기능 첨가제’를 사용했는데, 기존 테크론에서 사용하던 첨가제보다 분자량 분포 및 순도 면에서 뛰어난 첨가제였어요. 이에 따라 휘발유 엔진 청정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며 엔진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유해 배기가스의 배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내 휘발유 품질 수준을 한차원 높였습니다.
Kixx휘발유 출시
2005년 4월 1일 호남정유는 GS칼텍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휘발유 브랜드를 ‘Kixx’로 변경했어요. 새 브랜드 Kixx는 발음하기 쉽고 메시지 전달이 쉬운 영어단어 ‘Kick’을 모티브로 개발된 것으로 ‘보다 빠르고, 강하고, 역동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의 도입은 호남정유의 휘발유가 엔진청정성능이 뛰어나 엔진 내부의 연료 분사장치에 낀 퇴적물을 세정하고, 엔진 출력과 연비를 강화시켜준다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를 기억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어요 이후 알킬레이션 공장을 준공한 이후 2006년 4월에는 고급 휘발유 브랜드 ‘Kixx PRIME’을 출시했는데요. 이외에 윤활유 브랜드 및 배구단을 비롯해 회사가 운영하는 각종 스포츠단의 명칭에도 Kixx를 적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