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유 선물 시장 개설의 의미와 전망

올해 3월 26일,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 중국은 위안화 기반의 원유 선물거래를 개시했다. 이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등극한 중국이 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열었다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특히 달러화 표시가 아닌 위안화를 기반으로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는 점, 중국이 상품 선물로는 최초로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를 허용했다는 점 등은 단지 동북아 원유 벤치마크만을 위한 포석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이 위안화 기반 국제 원유 선물 시장을 개장했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전망을 살펴보자.

중국 상하이 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 국제 에너지 거래소(INE, International Energy Exchange)는 2018년 3월 26일 오전 9시를 기해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해당 선물거래의 기초자산인 원유는 API 32도, 황 함량 1.5% 전후의 중질고유황원유(Medium Sour Crude)로 두바이, 어퍼 자쿰, 오만, 카타르 마린, 마실라, 바스라 라이트, 성리 등 7종이 포함되었으며, 유종에 따라 시장가에 최대 ±5위안만큼을 가산하여 실물로 정산된다. 기존의 WTI 선물, Brent 선물과 마찬가지로 1,000배럴을 기본 단위로 거래되지만, 위안화로 호가가 된다는 점, 거래 시간이 점심 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의 휴장 시간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4시간이라는 점(WTI 선물과 Brent 선물은 각각 하루 1시간을 제외한 23시간, 2시간을 제외한 22시간동안 거래할 수 있다.) 등은 기존의 선물들과 다른 점이다.

중국 상하이 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 International Energy Exchange)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중국이 원유 선물 시장을 개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1993년 원유 선물 시장을 개장한 적이 있으나 국내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점, 위안화 기반으로 거래된 점, 특히 당시 중국의 금융시장이 거의 개방이 되지 않았던 점 등의 이유로 낮은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에 자리를 잡지 못하다 1년여 만에 폐장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투자자도 참여시키는 것을 내세워 2013년 국제에너지거래소를 설립하고, 5년여의 준비 끝에 원유 선물 거래를 개시하였다.

오랜 시간 준비 후 개시한 만큼 여러 관점에서 그 고민과 자신감의 흔적이 보인다.

첫째, 기초자산을 중질고유황유로 지정함으로써 경질저유황유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 WTI 선물, Brent 선물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피했다. 특히 중질고유황유는 동북아 지역 국가에서 주요하게 취급하는 수입품종이면서도 MOPS(Mean of Platts Singapore) 외에는 마땅한 대표가격이 없어, 선물 거래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다면 동북아 지역의 벤치마크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충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동북아 구매자 중심의 벤치마크가 형성된다면, 생산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아시아 프리미엄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에게 거래를 허용하면서 자국 내 상품거래 국제화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상하이 선물거래소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 선물시장을 개장한 것은 원유가 처음이 아니다. 상하이 선물거래소에는 알루미늄, 전기동, 아연, 니켈 등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14종의 상품선물이 상장되어 있다. 특히 이런 비철금속 선물은 해당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높은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알루미늄, 전기동, 아연, 니켈에 대한 중국의 수요/공급 비중은 전세계 수요/공급 대비 각각 54%/55%, 50%/36%, 48%/46%, 47%/23%이다.) LME(London Metal Exchange) 거래량 대비 각각 25%, 32%, 60%, 58%에 이를 만큼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원자재들은 모두 국내 투자자들에게만 거래가 허용되어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거래를 허용한 것은 원유가 처음이다. 상하이선물거래소는 이를 위해 국제 에너지거래소를 따로 자회사로 두어 거래를 개시하였을 뿐 아니라, 외국인 개인투자 자에게 3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외국인 중개 기관의 수수료 수입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금융 개방 정책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로 상품시장에서 원유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점을 고려하였을 것이고, 그럼에도 중국이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원유 최대 수입국이 된 것으로 인한 자신감 또한 작용하였다. 트럼프 정부의 중국을 향한 관세 부과 예고 등으로 상하이 종합지수가 급락하는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에 의해 상하이 원유 선물 개장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중국은 예정대로 상하이 원유 선물 거래를 개시하였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국제적인 선물 시장의 활발한 거래가 실물시장의 변동성을 부추긴다는 견해와 축소시킨다는 견해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 선물 시장의 개방을 통해 그 가능성을 직접 검증해볼 수 있으며, 향후 다른 상품선물들까지 개방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가늠해 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원유 선물 시장의 개방

셋째, 전문가들의 우려와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제통화를 위안화로 지정함으로써 페트로 위안화를 통한 위안화 기축통화의 꿈을 실현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역사적으로 페트로 달러에 대한 도전은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다. 심지어는 미국의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에 대한 군사행동이 페트로 달러에 대한 도전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때, 러시아가 루블화로 원유 대금 결제를 시도한 적도 있지만, 달러로 정해진 가격을 루블화로 환전하여 거래한 것에 불과했다. 이런 배경에서 위안화를 기반으로 국제 원유 선물 거래 시장을 개시했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힘들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착시켰을 경우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내린 파격적인 결정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면, 중국 당국의 일방적이고 강력한 외환 개입과 후진적인 외환/금융 관리 시스템 등을 이유로 페트로 위안화의 길은 아직 요원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최대 원유 수입국인 점, 위안화가 SDR(Special Drawing Rights, 특별인출권) 통화에 포함된 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원유자급도 상승과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인해 위안화 결제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예전의 페트로 달러에 대한 위협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견해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WTI, 브렌트유, 상하이 원유 선물 거래량 비교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에서 상하이 원유 선물 거래가 개시된 지 3개월가량이 지났다. 개시할 당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내린 결정이겠지만, 개장 당시인 3월에 최근월물을 5월 인도물이나 6월 인도물로 하지 않고, 9월 인도물로 하였다. 즉, 선물거래 자체는 거래소를 통해 어느 정도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지만, 아직 실물 인수도를 한 적은 없다. 시장의 유동성이나 완전성, 효과 등에 대한 평가는 인수도가 이뤄진 이후에 더 자세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의 기록은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꽤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거래량은 대략 하루 10만 계약으로 WTI, Brent의 100만 계약 정도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월물이 가장 활발히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9월물의 거래량만 비교 시에는 WTI, Brent의 거래량에 버금 간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실수요에 의한 거래량의 지표로 자주 사용되는 미결제약정으로 비교해보면, WTI나 Brent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WTI나 Brent는 금융회사에서 운영하는 펀드에 편입되거나, 헤지펀드 등에서 차익거래를 노리고 들어오는 거래가 성행하는 반면, Shanghai의 경우 아직은 시장에서 완성된 지표로 사용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중 하나인 매도/매수 간 가격 차가 최근월물인 9월물의 경우 대부분의 순간에 최소 호가단위인 0.1위안으로 유지가 되는 등 꽤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코스피200 선물 거래의 경우 일일 총 거래량이 대략 25만 계약, 미결제약정이 30만 계약 인 것과 비교하면(종목이나 통화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선물거래는 1계약당 10만 불 전후로 설계되므로, 원유와 인덱스 간 거래량의 수평 비교가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다.) 더욱 긍정적인 시작이라 평가할 수 있다.

상하이 원유 선물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

상하이 원유 선물거래 개시 이후 몇몇 긍정적인 전문가들의 의견도 보인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임에도 큰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거래량이 유지되고 있는 점, 미국의 이란 제재, 러시아의 지원 등에 따라 위안화 결제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점, 글로벌 원유가격이 변동성을 조금씩 키워가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시장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안정적인 변동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은 상하이 원유 선물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이다. 9월에 예정된 첫 번째 실물인수도 및 청산절차가 무난히 마무리되고, 몇 개월 정도 더 금융 상품으로서 겪어야 할 여러 가지 사항들이 무리 없이 진행되고 나면 더 많은 전문가들이 상하이원유 선물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 원유 선물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원유 벤치마크가 도입된다면, 실제 유종에 더 가까운 선물거래로 헤지를 할 수 있다는 점, 아시아 프리미엄 또한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결정이 된다는 점 등 한국 정유산업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기원 경영공학부 교수 서병기
울산과기원 경영공학부 교수 서병기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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