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생님은 현주 편만 드는거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짜증과 화를 참지 못해 버럭 화를 내고 쉽게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향이 있었던 ‘상미’와 ‘현주’는 사소한 것부터 갈등을 자주 겪는 아이들었습니다. 미술활동을 하는 동안 현주가 물감을 다 써버리자, 상미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지요.
하지만 치료사의 개별 면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사실 두 아이가 가진 관심과 인정의 욕구가 매우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의 관심을 원하는 마음이 과도한 웃음과 행동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서로가 마음톡톡 프로그램 내에서 또래집단을 주도하려고 하면서 경계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상미는 관계에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공격성을 쉽게 표현하기는 하지만, 순간이 지나고 나면 이내 자신이 지나쳤음을 인식하고 후회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눈 밖에 나는 것을 걱정하는 여린 마음도 엿보였습니다.
화를 참지 못하는 즉흥적인 성격 때문에 또래 관계의 폭을 넓히고 유지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상미를 위해, 치료사는 자기만의 집을 세우고 꾸미는 미술 활동을 제공했습니다.
상미는 집을 꾸미고 치장하는 것에 온통 신경을 집중했고, 집 내부 공간보다는 특히 외부를 꾸미는 것에 치중했습니다. 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던 상미는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아이였습니다. 집단 아이들의 집으로 구성된 마을에서 자기 집이 가장 멋지고 눈에 띄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상미는, 자신도 그런 사람이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내 집은 다른 애들보다 훨씬 더 크고 예뻐요.
나중에 마을에서 내 집이 제일 눈에 띌 거에요.
반면에, 현주는 처음부터 “집은 아늑하고 포근한 곳이어야 한다” 며 이불과 베개가 필요하다고 했지요. 집안을 포근하게 만들기 위해서 현주는 준비되어 있던 솜을 혼자 독점하다시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주는 자신을 따뜻하고 아늑하게 품어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속마음은 같지만 표현방법이 너무 다른 상미와 현주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갈등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은 아이들의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은 아이들이 겪는 문제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방법과 꼭 닮았습니다. 아이들은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문득문득 조우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각자 자신의 집을 짓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의 진면목을 발견하거나 숨겨두었던 진심, 아픔, 상처 등도 보았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집을 짓고, 마을을 세우고, 여러가지 아픔과 상처의 경험으로 쓰러졌던 마음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나랑은 다른 친구를 도와주고,
나도 도움을 받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프로그램 마지막 회기가 되었을 때, 상미는 다른 집단 아이들과 함께 공격성이 낮아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집을 만들고, 마을을 세우고, 집들이를 하며 함께 하는 과정을 즐기면서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예전보다 짜증도 덜 나고 화가 나도 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앞으로도 상미와 현주 뿐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집을 지어나가며 참 자아를 발견하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더 많이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본 콘텐츠는 「2015 마음톡톡 아이들을 만나다」 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