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공장의 든든한 ‘밥에너지’를 충전하는 그 사람 – GS칼텍스 윤애선 영양사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첫단계는 바로 어떤 음식을 먹느냐일 겁니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은 에너지의 원천도 건강의 비결도 다이어트의 성패도 모두 ‘밥 잘 먹는 것’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수공장 직원들의 건강과 영양을 책임지는 윤애선 영양사를 만나러 갑니다.
식수 인원 예측이 가장 중요해요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공통점은 아마도 자식을 위해 정성과 사랑을 담뿍 담아 밥을 짓는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광활한 GS칼텍스 여수공장이 문제없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들의 건강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겁니다. 윤애선 영양사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지난 2004년부터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영양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침 300인분, 점심 1,300인분, 저녁 300인분으로 하루 대략 2천 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그녀는 제일 처음 식수 인원 예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몇 분이 드시러 올 것인지를 최대한 잘 예측하는 것이 중요해요. 요일, 휴가철, 연초나 연말에 따라서 대충 감이 있죠. 하지만 저녁 식사는 예측이 어려워요. 야근을 하게 돼서 식사를 하러 오시거나, 봉사대에서 봉사활동 가시기 전에 드신다거나, 제가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변수들이 많죠. 점심에는 준비하는 절대량이 많으니까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지만 저녁은 그렇지가 않아서 어려움이 있어요. 밥이나 반찬이 떨어지기도 하고, 넉넉히 준비한 날은 또 생각보다 적은 분들이 오시는 징크스도 있구요.”
식수 인원 파악 외에도 윤애선 영양사는 메뉴 선정, 레시피 작성, 식재료 구매, 조리사 관리, 위생 관리까지 식당 관련 전반의 일을 총괄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정주부가 4인가족의 식단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 하물며 1,200명에 달하는 여수공장 직원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건강하고 맛있는 메뉴는 어떻게 선정할까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라 영양 밸런스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칼로리와 기초영양소의 균형이에요. 염분을 낮추고 저지방, 저당을 기본으로 다양한 메뉴를 구성합니다. 고단백, 고열량이 비만의 주범이긴 하지만 너무 줄이면 식단이 부실하다는 피드백을 들어요.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죠.”
가장 중요한 기본은 친절과 정성
10년째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영양사로 일하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한가지 업무를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있잖아요.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항상 마음에 새기면서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최대한 정성을 쏟는 태도가 기본 중에 기본이죠.” 서비스 마인드에 덧붙여 직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모든 일이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위생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요. 특히 여름철에는 식자재를 꼼꼼하게 선택하고, 철저하게 검수해야 해요. 가령 생물이 들어올 때는 오늘 아침에 받았어도 몇 시간 만에 상태가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에는 신속하게 클레임을 걸어서 반품조치하거나 대체해야죠. 깨끗하고 신선하고 안전한 재료 확보가 제일 중요한 시작입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 사고?
아무리 기본에 충실해도 언제나 사건사고는 있는 법. 집에서 요리를 해도 밥을 태우거나, 요리를 망친 경험을 한번씩은 다 가지고 있을 텐데요. 2천 인분을 준비하고 조리하고 배식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아찔했던 사건사고는 없었는지 물었습니다.
“식재료가 제 시간에 안 들어오거나, 수량이 잘못 들어오거나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죠. 얼마 전에는 새우볶음밥에 들어가는 새우가 11시 20분에 도착한 적이 있어요. 12시 배식 시작을 맞추기 위해서 주방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어요. 다행히 식당 직원분들이 호흡이 잘 맞고, 손이 빨라서 제 시간에 배식을 시작할 수 있었죠.
반찬이 떨어지면 비상용 식재료로 금방 만들 수가 있는데 밥이 떨어지면 대책이 없어요. 스팀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밥을 짓기 때문에 20분 이상이 걸리거든요. 제가 여수공장에서 10년간 일하면서 밥이 안 됐던 공포의 순간이 딱 두 번 있었어요. 바로 안내방송하고 도시락 배달 현장마다 다 전화를 돌려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죠. 전부 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셔서 어찌나 감사했던지 몰라요.”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조리를 완료하고 허기진 구성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요? 10년 동안 영양사로 일하면서 그녀는 성격이 최소 2배 이상은 급해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떻게 해서든 음식을 만들어 내보내야 하니까요. 새로운 메뉴가 나가는 날이 특히 긴장이 돼요. 아무래도 신메뉴 조리가 익숙치가 않으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죠.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도 감독해야 하고, 여러 가지 서류 업무들도 많으니까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빠요. 성격도 말하는 속도도 전부 빨라진 것 같아요. 하하하.”
이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분들을 이끌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강한 카리스마도 생겼다고 하는데요.
“여수공장 식당에는 저를 포함해서 조리장, 조리사, 여사님, 도시락 배달원까지 21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어요. 저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선배님들에게 배우면서도 동시에 통솔을 해야 하는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하죠. 선배로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리더가 되어야 해요.”
그녀에게 힘들고 지친 순간은?
오늘 하루도 직원들에게 ‘밥 에너지’를 채워주느라 바쁘게 뛰는 윤애선 영양사, 그녀에게 힘들고 지칠 때는 없는지 물었습니다. “대학 갓 졸업하고 영양사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힘든 점이 참 많았어요.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많이 배웠죠. 그럴때마다 직장에 제 또래 동료가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어요. 지금은 저도 나이가 들어서 괜찮지만, 제일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함께 수다 떨고 애환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죠.”
하지만 맛있게 식사하는 직원들 모습에 그녀는 마음 깊이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지나가는 말로라도 잘 먹었다, 맛있었다는 말을 해주실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맛있고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죠. 그래서 정해진 여건 안에서 최대한 새롭고 맛있는 메뉴를 시도해보려고 노력해요. 신메뉴 나가는 날은 드시는 모습을 살펴보고, 잔반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꼭 체크한답니다.”
최근 짜게 먹는 식습관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싱겁게 먹기 위한 운동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저염식을 하면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좋고 체중 관리, 부종 관리, 혈압 저하,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윤애선 영양사에게 들으니 우리 여수공장 구내식당도 이미 저염식으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우리 식당 메뉴와 조리법에 따라 직원들 건강이 좌우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저염식뿐만 아니라 우리 여수공장 직원들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고민해서 꼭 실행에 옮겨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오늘 하루도 건강정보와 레시피와 신메뉴를 검색하고 스크랩하는 일로 하루는 마감하는 그녀.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윤애선 영양사표 애정’이라는 재료 덕분에 여수공장 구내식당 음식이 그렇게나 맛이 좋은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