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캄보디아와 사랑에 빠지다 – 나눔이요?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죠!
대학생 시절 우연한 계기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아버지께서 선천적인 질환을 앓으셨는데 제가 군대생활을 하는 동안에 장애 판정을 받으셨죠. 이전에는 장애인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제대를 하고 나니 저의 가족이 장애인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때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마침 복학하기 전에 시간 여유가 조금 있었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우연히 해외봉사활동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때가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지원을 하게 됐죠.
캄보디아에 해외봉사를 다녀오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좋았던 거에요. 일단 캄보디아라는 나라 자체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나라였고,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걱정이나 고민과 멀어질 수 있어서 좋았죠.
한국에서 쉽사리 느낄 수 없는 순수함과 사람 냄새가 넘쳐나는 캄보디아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이듬해에는 인솔자 자격으로 또다시 캄보디아를 찾았어요. 한국전쟁 당시에 우리나라 꼬마들이 미군을 따랐듯이, 지금은 동남아시아에서 한류열풍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그 인기가 하늘을 치솟아요.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이 깔려있으니까 캄보디아 아이들이 저희들을 잘 따라주었죠.
그러다보니 금방금방 친해지고 정이 많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애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가지고 놀잖아요. 캄보디아 아이들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즐겨 했던 구슬치기, 딱지치기, 술래잡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놀아요.
콧물도 찔찔 흘리고 옷도 지저분하지만 얼마나 맑고 예쁜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절로 생기죠. 우리나라에서는 무척 흔한 색종이나 스케치북, 크레파스, 공 같은 물자들도 많이 부족해요.그래서 우리가 애들이랑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교육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스케치북이랑 크레파스를 나눠주고 장래희망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정말이지 진지하게 자기 꿈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죠.
연예인이나 의사, 판검사를 꿈꾸는 우리나라 애들과 다르게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는 것도 신선했죠. 교육봉사 말고도 시골학교에 가서 교실 청소나 책걸상 보수 등 힘쓰는 노력봉사도 많이 하고 돌아왔어요. 하하.
World Footprint, 사랑으로 내딛는 나눔의 첫 발자국
이렇게 두 차례 캄보디아에 다녀오면서 캄보디아라는 나라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고, 또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처음 캄보디아에 함께 갔었던 형이 우리끼리 단체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더라구요.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를 가고자 하는 열망은 있는데 현지 사정에 대해 잘 모르고, 어떤 봉사활동을 통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컨설팅을 해주자는 아이디어였어요. 도움이 필요한 곳이 다양하지만 저희가 중점을 둔 분야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었어요.
그래서 고아원이나 학교에서 시설을 보수해주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활동 위주로 두 남자가 손을 딱 잡고 시작을 했죠. 2009년 9월에 비영리법인으로 단체를 설립하고 서울과 경기권 대학 40여 개를 돌아다니면서 포스터를 일일이 손으로 다 붙이고 다녔어요.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2009년 가을 대학생 16명이 참가를 신청했고 그해 겨울 부푼 마음을 가지고 우리들은 캄보디아를 다녀왔습니다.
그 다음 시즌부터는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마구마구 늘어났고 청소년 교육캠프 같은 새로운 시도도 기획해서 청소년들과 함께 캄보디아에 다녀오기도 했죠. 저는 졸업과 동시에 손을 뗐지만 지금도 그 단체는 계속해서 커나가고 있어요.
단체이름이 World Footprint인데요. 처음에는 신발 파는 가게냐고 오해도 많이 받았죠. 사랑으로 내딛는 나눔의 첫 발자국을 모토로 전세계에 사랑의 발자국을 남기자라는 의미로 제가 지은 이름이에요.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필리핀과 인도까지 확장해서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범위를 확장해나갈 겁니다.
내면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시간
입사 후에는 회사의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에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거의 다 참여를 해왔구요. 킥스밴드에서도 기타랑 보컬을 맡으면서 공연수익금을 기부하거나 연말에는 복지관에서 공연을 하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대학생 때만큼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죠. 봉사활동이라는게 사실, 얼핏 생각하면 이타적인 행동인 것 같잖아요. 하지만 제 생각엔 이기적인 행동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봉사활동을 하면 내가 좋으니까요. 물론 저 사람이 처지가 참 딱하다, 도움을 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제 마음이 뿌듯해지고, 남에게 주는 기쁨을 내가 누리게 되니까요.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밥을 지어서 식사를 마련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고 기뻐할 만한 것을 정성스럽게 선물하는 행동과 봉사활동은 그 로직은 동일한 것 같아요.
결국에 내 만족이고, 궁극적으로 내가 받아가는 것이죠. 봉사활동이라는게 처음에 시작을 하기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봉사활동을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있어요. 실제로 몸으로 부딪혀 보아야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것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의 순수함 때문에 삥긋 웃음 짓게 되는 소소한 재미, 어르신들 목욕 봉사 가서 느껴지는 사람의 체온, 정말이지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지만 만족할 줄 아는 그들을 보면서 반성이나 성찰의 시간도 갖게 되구요. 이 모든 것들은 그냥 말로 듣고 책으로 읽고 TV에서 봐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어요.
실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행복감, 연말을 맞아 저희 회사 동료들, 선후배님들도 함께 누려보길 강추드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