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제안이 현실이 되다 – 철인3종 도전기,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도전은 무엇입니까?
연말이라 송년회 자리나 개인적인 모임들로 체내 알코올 농도가 적절히 유지되는 요즈음입니다. 송년회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건배사인데요… 다른 모임에서 재미있었던, 또는 인상 깊게 들었던 건배제의를 기억해 두기도 하고, 급하면 검색을 통해 조달(?)하기도 합니다.
GS칼텍스 마라톤 동호회인 “뜀박사랑” 박진영 대리가 특별한 2012년 송년회 제안으로 올 한해 많은 수확을 거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그냥 말로만 그칠 수도 있었을 그 이야기는 업무와는 상관이 없지만,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임했던 13인의 철인3종 도전기 입니다.
철인3종 : 바다수영 1.5km (50분) + 사이클 40km(1시간 40분) + 달리기 10km (1시간)
중간 교체시간까지 포함하여 총 3시간 40분 내에 완주해야 하는 경기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년 전쯤 우연히 GS칼텍스 사내강사 교육에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동영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영상은 전신마비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위해 수영도 해본 적 없고, 자전거도 타보지 못했던 평범한 중년 남성이 아이를 끌고 메고 휠체어를 밀며 철인3종에 도전하여 완주한 이야기입니다.
그 동영상을 보고서 열정만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통영 철인3종 대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GS칼텍스 심운섭 차장과 의기투합하여 작년 겨울 회사 마라톤 동호회인 “뜀박사랑” 송년회에서 1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인 “통영 철인3종 대회” 참가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초 동호회를 넘어 GS칼텍스 전사 직원들과 함께하기 위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도전은 무엇입니까?”라는 타이틀로 홍보 프레지를 만들고 전사를 대상으로 선수 모집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조직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신청도 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의욕적으로 출발한 철인3종이지만 약 1년간의 준비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탈자도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바다수영 1.5 km 사이클 40 km 달리기 10km 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까요.
특히나 저에게 이번 도전이 힘들었던 이유는 저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전까지 소위 말하는 맥주병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작년 12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영장에 등록하여 새벽수영을 다녔습니다. 수영 배워보신 분은 아시는 가장 기초인 “음~파~ 음~파~” ^^ 느낌아니까~ 또 킥판 잡고 발차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다녔지만 내륙지방 출신인데다 30년 넘게 물을 두려워하던 저였기에 수영은 쉽게 늘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자유형으로 50미터를 갈 수 있게 된 것도 올해 5월말이었을 정도였습니다. 늘지 않는 수영실력에 대회가 다가올수록 점점 걱정은 커졌습니다.
그리고 제일 자신 있었던 자전거도 통영대회 코스 자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지가 없이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었고, 총 올라가야 할 고도는 대관령 수준이었습니다. 바다 수영만 통과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고 있었던데다, 늘지 않는 수영 실력으로 과연 통영까지 가서 자전거도 못 타보고 돌아오는 거 아니냐고 주변에서 걱정 섞인 농담도 했습니다.
저 역시 정작 수영을 통과해도 과연 자전거 커트라인 내로 들어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상반기 때 출전했던 인천마라톤에서 10km를 55분에 뛰고나서 한동안 무릎근육통으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정말 자신 있는 종목이 한 종목도 없었던거죠.
그렇지만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두 번 점심 때마다 같이 수영을 하였고, 휴일 새벽에 모여 함께 자전거를 탔습니다. 청평과 한강에서 오픈워터도 체험하였고, 오르막이 많은 통영 자전거 코스를 대비하여 대관령 업힐 자전거 대회도 출전하였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회가 다가올수록 일년이 참 짧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야속한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새 대회가 코앞이었습니다. 두둥~ 대회 3주를 앞두고 수영 호흡이 약간 트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차려보니 대회 당일이 되었습니다. 전날 긴장해서 잠을 설쳤지만 정작 새벽 4시반부터 일어나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정말 많은 인원들이 도열해있는 모습을 보니 더 긴장이 몰려왔습니다.
드디어 심판의 나팔 소리에 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참치떼가 달려가는 듯 했습니다. ^^ 드디어 우리들의 순서가 왔고 자신 있게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적응 훈련할 때도 괜찮았는데 호흡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방에서 물이 튀고 다른 사람 팔에 맞고, 발에 차이는 와중에 호흡도 놓치고 점점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스위밍 슈트는 왜 이렇게 쪼이는지 숨도 잘 안 쉬어졌습니다.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자꾸 밀려올 때쯤 지난 일년간 흘렸던 땀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저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1년간 함께 새벽 수영을 다녀준 아내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일단 자유형은 포기하고 평영으로 고개를 내밀고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며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바다에 묻고 자유형을 시작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중간 반환점인 등대를 돌았을 때 즈음에는 호흡이 다시 트여서 그 이후로는 정신 없이 팔을 저었습니다.
그리고 육지에 다시 발을 디뎠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살았다” 였습니다. 그 뒤로는 자신감이 붙어 자전거 달리기까지 힘차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마라톤을 끝내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벅찬 감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더욱더 감격적이었던 것은 모두가 자신의 종목들을 다 완주했다는 점입니다. 심운섭 차장, 최재훈 사원, 손원석 사원 모두 완주하였습니다. 또한 릴레이조도 무사히 다 완주하였는데 릴레이지만 오히려 각 조마다 걱정이 있어 과연 다 완주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1조의 경우 수영의 최귀선 대리나 자전거의 이봉희 팀장은 걱정이 없었지만 마지막 달리기 주자인 허우영 팀장이 대회막판 고혈압 판정을 받아 참가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허우영 팀장님은 그간 많은 10km 달리기에서 반환점까지 가지 않고 자연스레 돌아오는 소위 “짤라먹기”를 시전하시는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이번 대회 때는 고혈압 판정에도 불구하고 10km를 다 완주하셨습니다.
2조에서는 수영의 안주복 대리 자전거의 박정수 차장은 큰 걱정이 없었지만 마지막 달리기 주자인 어연규 팀장이 대회 주간에 잦은 음주 스케쥴… 그리고 개인 사정으로 대회 당일 심야 버스를 타고 거의 한숨도 자지 못하고 통영으로 와서 걱정이 컸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원으로만 이루어진 젊은 피(?)조의 경우 수영의 홍유선 달리기의 김성호 사원은 안정감이 있었지만 김규민 사원의 경우 선수단에 가장 늦게 합류하여 자전거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약 한달 정도의 준비시간밖에 없었고, 자전거도 가장 저가여서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였습니다만 20대 젊은 피 그리고 터질듯한 허벅지로 잘 극복하였습니다.
사실 이번 통영 대회를 통해 얻은 건 완주했다는 성취감도 있겠지만, 포도밭에 보물이 있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믿고 보물을 찾기 위해서 더운 여름날 열심히 포도원을 팠더니 결국 포도가 잘 열렸다는 이솝 우화처럼 통영대회를 준비하면서 건강해진 몸이 가장 큰 보물이 아닐까 합니다.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도전, 트라이애슬론!! 파란만장 그들의 철인 3종경기 도전 스토리!
자전거와 수영을 시작하기 전의 저는 항상 만성피로에 시달렸는데요, 운동을 시작한 이후 체력도 좋아지고 피로감도 많이 사라져서 업무에도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올해 5월에 베이비도 로딩되었습니다.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던 파이팅 스피릿 그리고 함께 도전했던 모든 이들의 열정 이것이 지난 1년간 준비한 통영3종 경기의 소중한 결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