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완벽 운전을 책임지다!! – GS칼텍스의 대정비작업 (TA)
정유공장은 대부분 자동제어시스템으로 조종되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야말로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흡사 건설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공장 전체가 분주해지는 시기가 있는데요. 바로 ‘대정비작업 (Turn Around, TA로 축약)’입니다.
흔히 역전 또는 반전의 의미로 알고 있는 ‘Turn Around’라는 용어가 정유공장에서는 일정한 주기로 시설의 가동을 멈추고 시설 해체, 장비 점검, 검사, 청소, 내화물 시공, 설계 변경, 용량 증대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일컫습니다.
이를 위해 전체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TA팀과 수십 개의 유관 부서, 실제 현장 작업을 수행하는 수천 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투입됩니다. 적막하기 그지없는 정유공장이 가동이 멈췄을 때 오히려 활기가 넘치는 이유입니다. 가는 빗방울이 날리는 5월 한낮 TA작업이 한창인 여수공장을 찾았습니다.
Why TA?!
2014 대정비작업 소개에 앞서 TA에 대한 기본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우리 몸도 사용하다 보면 탈도나고 아프듯이 정유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G S칼텍스 여수공장은 4년을 주기로 TA를 실시하는데요. 4년 동안 운전을 하면 스타트업 당시에 비해 고정장치, 회전기계, 계전설비 등이 전반적으로 퍼포먼스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반응기 내부의 촉매도 교체를 해야 하고, 열교환기의 열전달 효율도 낮아지는 등 운전상태가 안 좋아지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과다한 압력이 걸렸을 때 설비 자체의 폭발을 방지하는 안전밸브(Pressure Safety Valve)는 법적으로 4년을 주기로 정비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TA를 실시하게 되지만 TA의 목적은 간단명료합니다. 차기 TA까지 문제 없이 운전될 수 있도록 그야말로 철저하게 ‘대정비’를 하는 겁니다. 향후 4년 동안 크고 작은 트러블 발생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How TA?!
기본적인 클리닝과 소모품 교체 등은 정비의 영역에 속합니다. 하지만 TA는 정비 이외에도 ESR과 Revamp까지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ESR은 Engineering Service Request의 약어로 설계변경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조건이 과거에 비해 악화됨에 따라 배관의 재질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운전 중에는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없으니 TA 기간 내에 수행하는 것이죠. 설비 증축 또는 변경을 통한 생산용량 증대 작업인 Revamp도 마찬가지입니다.
TA는 Oil out과 정비활동, 그리고 Oil in의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공정을 멈췄다 하더라도 내부에 기름이 차있는 상태에서 정비 작업은 불가능합니다. 스팀을 이용해서 서서히 압력을 빼내 내부의 기름을 깨끗하게 전부 비우고 난 뒤에 본격적인 정비에 들어갑니다. 스타트업 전에는 서서히 압력을 높이고 피드를 투입하는 것을 Oil in이라고 부릅니다
철저한 준비가 생명
TA는 준비작업이 80%라는 말이 있습니다. 완벽한 준비가 성공적이고 순조로운 TA를 보장하는 것이죠. 통상 한 달 정도 진행되는 TA를 위해 18개월 전부터 준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GS칼텍스는 해당 공정을 담당하는 공정별로 TA를 위한 태스크포스 조직이 구성됩니다. 현장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고, TA팀의 엔지니어와 관련 팀들의 마스터 플래너들이 투입됩니다. 따라서 유관부서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원활한 협업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18개월 동안 빠짐없이 TA Core팀 미팅을 실시합니다. 보통 TA 시작 3개월 전부터는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참여해서 회의가 진행됩니다. 이러한 회의체를 통해 사전에 협의하고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전체적인 틀을 잡아나가는 것입니다.
TA Core팀이 꾸려지면, 생산팀과 검사팀은 세부적인 작업사항들을 요청해오고 관계자들은 필터링과 논의를 거쳐 작업범위를 확정 짓습니다. 이에 필요한 예산 편성, 자재 구매, 작업 일정 산정의 절차가 뒤따르게 됩니다.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재의 경우에는 TA 일정에 맞게 구매를 해야 합니다. 제작과 운송에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파악을 해서 TA 일정에 차질 없이 구비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다섯가지 중요한 미션
가장 중요하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것이 작업자의 안전입니다. 철저한 안전 규정을 수립하고 예외 없이 따르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환경적인 측면도 안전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고압흡착제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기름 성분이 비산되어 대기 또는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세척장이나 펜스 설치 등 예방과 대응에 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생산팀의 운전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TA 기간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TA에 편성된 예산 내에서 소화되어야 하기에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찾아 이를 제거하는 등 타이트한 예산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TA는 개별 작업을 수행하는 사이사이에 작업완료 확인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절차를 철저하게 준수하면 품질은 확보됩니다. 특히 이번해부터는 세부적인 작업들을 요청한 부서가 작업목록이 제대로 마무리되었는지 누락된 사항은 없는지 최종적으로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됨에 따라 더욱 철저한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2014 대정비작업
지난 4월부터 시작된 2014년도 TA는 정유1팀, 정유5팀, VRHCR1팀, VRHCR2팀, VGOFCC팀을 중심으로 상압증류탑, 등경유탈황시설, 황회수설비, 중질유분해시설, 수소생산시설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중에서도 제3중질유분해시설인 VRHCR 공정이 작업범위나 투입인력 면에서 가장 주된 공정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상업가동에 들어간 이후 하루 평균 6만 배럴의 감압잔사유를 처리해서 등유 및 경유 등을 생산하는 제3중질유분해시설의 첫번째 TA인 만큼 준공 당시 설비를 납품했던 제작사 소속의 엔지니어로부터 기술 서비스를 지원받았습니다.
EB펌프, 클램프커넥터, 고압볼밸드 및 고압열교환기 등 기존 정유공정에는 없는 다양한 특수설비들에 대해서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여수로 날아온 엔지니어들로부터 정비 노하우를 전수받고 신기술을 습득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서 2018년도 TA는 자체적으로 정비 작업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고 합니다.
금번 TA시 가장 긴박했던 사건은 반응기 내에서 체크밸브 역할을 하는 체크볼 부품을 빠른 시일내로 수급하는 문제였다고 합니다. 초기 검사 결과, 두번째 반응기의 볼 대부분이 마모 현상이 발생해서 사이즈가 작아지거나 유실되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건전했던 첫번째 반응기와 동일한 재질의 볼을 두번째 반응기에 설치해야만 했습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라, 사전에 준비된 자재가 없었을 뿐더러, 국내 볼 제작사를 통해서도 무려 1,818개의 볼을 짧은 시간내로 제작/납품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국내외 백방으로 수배한 결과, Shell Canada에서 동일한 재질과 사이즈의 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15시간의 시차 때문에 거의 1주일 동안 매일 새벽 이메일 및 전화로 현지 담당자와 연락을 취하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기술엔지니어와 자재 관리 담당자, 그리고 그들의 매니저 등 상급자까지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고, 긴급하게 볼을 빌려줄 것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하루가 귀중한 TA기간, 해당 물품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실리는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경리팀과 자재관리팀의 사전 협조로 주말 통관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두번째 반응기 정비가 기간 내에 잘 진행될 수 있었답니다.
TA기간 동안 휴일과 밤낮 없이 일하는 직원들과 작업자들. 안전, 환경, 일정, 예산, 품질이라는 도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긴장과 치열함 속에서도 따뜻한 동료애는 잊지 않습니다. 차기 TA 전까지 4년 동안 완벽 운전을 위해 모두 한 마음 한 몸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자부심 가득한 눈빛 속에서 우리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귀감이 될 진심이 가득했습니다
공정의 핵심인 반응기 내부는 지름 4m, 높이 60m 정도의 원통형 공간에서 감압잔사유가 수소 및 촉매와 반응합니다.
유체의 내부 흐름을 잘 분산시키기 위해 반응기별로 909개의 라이저파이프가 있습니다. 이 라이저파이프를 통과한 감압잔사유가 수소 및 촉매와 함께 반응기 내부 온도 418도, 압력 180bar의 운전 조건에서 반응하여 탈황, 탈질소, 탈금속을 통해 고품질, 고부가가치의 석유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4년 여의 운전 동안 라이저파이프 등 구성품 곳곳에 쌓인 코크스를 제거하는 작업이 TA때 진행됩니다. 파이프 내부에서 체크밸브 역할을 하는 볼 전량과 마모현상이 발생한 일부 라이저파이프 교체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열교환기 내부의 튜브 번들을 빼내는 작업. Bundle Extractor라는 특수장비를 사용해서 번들을 분해합니다.
이 특수 장비는 회사에서 전문 교육은 받은 인증자만이 운전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크레인을 이용하여 불안전하게 번들을 분해했으나, 최근에는 기술 개발로 인해 보다 쉽고 안전하게 번들을 분리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량물을 인양하고 운전하므로 항상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반응기 하단부에 장착되어 반응기 내부 유체의 레벨링 역할을 하는 특수장비인 EB펌프를 수리하는 작업.
공장 내부에서도 반응기에 장착되는 펌프로는 유일하며, 전세계적으로도 이처럼 크기가 큰 EB펌프는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수리하는 과정 중간 중간에 누설테스트를 병행합니다. 제작사 엔지니어와 작업자가 EB펌프 내부의 모터에 들어가는 전기 케이블에 대한 연결 상태가양호한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반응기에서 반응을 마친 반응물이 분리되는 세퍼레이터.
고온에서 중질유를 분해하면 코크스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오랜 기간 파이프나 각종 장치 위쪽에 쌓여 돌덩이처럼 굳습니다. 내부를 클리닝하고 나온 지난 4년 동안 축적된 코크스는 자연발화를 방지하기 위해 드럼통에 적재하고 물을 채운 뒤 폐기물로 처리됩니다.
기존에 설치된 5기의 컴프레서가 전부 운전될 예정이므로 공정의 운전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탠바이 컴프레서 1기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한 토목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설비 특성상 진동이 많이 발생하는 왕복동 컴프레서가 설치될 장소이므로, 파일 시공 작업 등 토목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높이가 70미터에 달하는 반응기에 추락방지용 그물을 설치했습니다. 모든 TA 작업이 적기에 고품질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고층 작업 장소로부터 공도구나 자재가 추락할 수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상부에 추락 방지용 그물을 설치함으로써, 안전한 하부 작업 조건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