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석유업계의 화두는 “셰일오일”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는 것은 공급과잉 때문이며, 미국에서의 셰일혁명으로 인한 원유공급의 극적인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OPEC이 그들의 카르텔로 감산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국제유가는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올랐다. 2008년 6월에는 처음으로 140달러(브렌트 선물 근 월 기준)를 돌파했다. 국제유가는 같은 해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하며 2011~2013년에는 110불대에서 안정되고 2014년에도 비슷하였다. 하지만, 그해 6월 말 곤두박질쳤다. 2014년까지의 고유가 시절 동안 제1차 셰일혁명을 향유하던 미국의 셰일 회사들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저유가 시기가 지속되자 그 속도가 가속되었다. 지금까지 파산보호 또는 파산 신청한 회사가 200여 개 이상이고 4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다. 석유개발 서비스 업계도 서비스 매출 하락으로 많은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은 더욱 혁신적 기술을 통해 이른바 제2의 셰일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러는 과정에서 미국은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였고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셰일오일과 그 공급자인 미국이 드디어 국제원유시장에서 공급조절자(swing producer)가 된 것이다. 지금 국제유가가 50불대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으며, 더는 급락하거나 급등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커다란 국제정치적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이렇게 저유가 위기를 극복한 제2의 셰일혁명은 1차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고자 한다.
셰일은 오랜 세월 동안 진흙이 쌓여 이루어진 퇴적암층이다. 이 층에 존재하는 가스와 오일은 통상적인 채굴방법으로는 생산할 수 없었다. 미국 정부와 석유 산학연 기관들은 2000년 초부터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수평정 시추와 다중 수압파쇄법을 개발하였다. 이 방법으로 셰일층 내에 깊숙이 숨어서 잠들어 있던 가스와 오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초창기 셰일 붐 시기에는 대부분의 셰일개발회사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장공수평시추와 다중수압파쇄로 생산(매출)을 최대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생산 초기에 생산량이 급감하는 셰일 오일의 특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다. 이러한 투자비 조달은 매출을 통해 유기적 순환으로 이루어졌다. 100불대 고유가 시기이었기에 가능하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나 2014년 이후에 유가는 급락하였다. 매출이 줄고 금융권에 준 담보유전의 가치가 하락하여 기업들은 투자비 조달이 어렵게 되었다. 생산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셰일 기업들은 고유가 시기부터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에 오랜 기간 투자를 해왔고, 유가가 급락하자, 그동안 개발한 최적화와 신기술 등을 발 빠르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 대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두 가지 기술 -(1) 초기 생산량 증대를 위한 수압파쇄 최적화 기술과 (2) 시추와 개발 자료의 빅데이터 기술- 이 있다.
수압파쇄 최적화 기술이란, 수평정의 안착지점 선정과 그 지점을 정교히 시추하고, 각 대상 셰일층에 적합한 수압파쇄 방법을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더 빠르고, 더 많이, 더 싸게 시추하고 수압파쇄하는 공장형 개발방법에서 탈피하여, 시추공 수를 줄이면서 수평정을 더 길게 시추하고 수압파쇄에 소요되는 물과 모래의 양을 늘렸다. 이로써 공당 생산성을 높여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수익을 높여 손익분기유가(Break Even Price, 10% 수익률을 내는 최저 유가)를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혁신은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셰일에서의 가스와 오일의 생산은 불가능하였다. 미국 정부와 관련 산학연들은 셰일에서의 유가스 생산 메커니즘이 전통 석유와 다르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에 기초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로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여 상업화하는 결실을 보는 기술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현재는 상업화로 인해 미국 정부의 지원은 더는 필요치 않으며 저유가로 인해 연구개발비 규모는 줄었지만, 석유 회사들은 여전히 지구과학 및 석유공학 연구와 신소재 개발 등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다음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셰일 개발에 접목되어 저비용과 고효율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맨해튼 연구소는 지능형 셰일개발이 셰일 2.0 시대를 주도하여 손익분기 유가가 배럴당 25불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추와 개발을 통해 얻은 방대한 자료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하고 이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현장에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가 발간된 2016년 당시 손익분기 유가가 50불대 수준이었고, 현재 30~40불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25불대의 실현 가능성이 커져 간다. 빅데이터가 새로운 오일(“Big Data is the New Oil”)인 것이다.
실시간으로 시추와 개발과정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 또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목표한 sweet spot(가장 생산성이 높은 셰일층으로 지하 2~4km에 위치한다)을 정확하게 도달하여 수평으로 시추 궤도를 약 1~2km 이상 유지하는 것이 셰일개발의 핵심기술이다. 이에 실시간으로 자료를 전송하여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하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 한정된 인력과 고비용으로 현장 상주가 불가능한 고급 기술진의 의사결정을 현장에 즉각 반영하여 개발공정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개발생산 최적화 등의 기술혁신과 더불어 서비스 비용의 하락이 손익분기 유가를 내리는데 각각 절반씩 기여했다. 서비스 비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정해진다. 고유가 시기는 수요가 높아 서비스 비용이 많이 들었고, 저유가 시기에는 공급이 초과하여 비용이 하락하였다. 2014년 중반부터 2년간의 저유가의 고통으로 하락했던 서비스 비용이 2017년 들어서 10~20% 증가하여 손익분기 유가가 약간 10% 정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셰일개발사들이 근래에 공급 조절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유가가 떨어지거나 투자비가 부족하면 시추 후에 완결(시추정에 생산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는 작업으로 대략 시추만큼의 비용이 든다)을 하지 않는다. 유가가 높아지거나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완결을 통해 생산하여 매출을 일으킨다. 즉, 유가에 대한 고탄력성을 가지고 있어 생물처럼 환경적응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셰일오일에 맞서 국제원유시장에서 주도권을 뺏어 오려는 OPEC의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OPEC이 간과한 것이 기술혁신 저력과 셰일오일의 유가에 대한 탄력성이다. 셰일 회사들은 저유가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시장에 맞서 저비용 고효율을 위한 기술혁신으로 손익분기 유가를 낮추고 환경에 적응하는 역량을 키워 왔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려는 OPEC 작전에 생산단가를 낮추지 못해 패배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석유개발 사업의 보루는 기술개발과 역량확보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끊임없는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이 불확실성에 맞서는 최소한의 무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