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컬럼]
성공 경험의 덫을 극복하라
불투명한 경영환경과 경쟁격화로 인해 기업들이 현재 위상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S&P 500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18년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100년 이상 장수하는 리딩(Leading) 기업들도 있습니다. ‘조직 관성’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조직관성, 성공 경험이 성공을 가로막는다
조직관성(Organizational Inertia)이란, 조직이 과거의 성공과 경험으로 인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성질을 일컫습니다.
기업에게 있어 과거의 성공 경험은 중요한 자산입니다. 성공을 경험한 기업은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남들보다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경험은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의 성공경험으로 인한 고정 관념이 객관적 시각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위기의 신호를 과소평가하거나, 위기를 감지했음에도 기존에 성공했던 방법에 집착하는 등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하버드 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센(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이미 성공한 기업들이 외부 변화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성공한 기업들은 정형화된 프로세스와 사업모델 안에서만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관성이 100년 기업도 무너뜨린다
조직관성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오랜 노하우를 축적하여 고착화되어 있을수록, 핵심사업이 성공적일수록 크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한때는 성공적인 성과로 주목을 끌었던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130여 년 역사를 자랑하던 필름 기업 코닥(Kodak)도 조직관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하였습니다. 코닥은 필름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알면서도 과거 성공을 안겨줬던 필름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경쟁사들보다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먼저 확보했음에도 이를 제때 상용화하지 않았습니다. 자사의 디지털카메라가 필름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뒤늦게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면서도 필름이 포함된 모델을 출시하는 등 기존 필름 사업모델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대응 시기를 놓쳐 버리고 201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됩니다.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들 중에도 조직관성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혁신활동을 계속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올해로 창립 106년째인 IBM은 1990년대에는 PC 사업을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하드웨어 사업을 정리하고 서비스 사업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IBM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인공지능 ‘왓슨’ 등 새로운 성과들을 내고 있습니다. IBM 전 CEO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는 “기업이 지속 가능 하려면 사업모델이나 기술에서 이룩한 성공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기업은 관성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미래 준비는 조직 관성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하라
기업이 미래 사업을 준비할 때는 관성을 버려야 합니다. 기존 사업과 미래 사업은 성격과 특성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경험한 성공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미래 사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리딩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조직관성을 극복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다른 시각을 가진 조직을 만들다
관성에 빠져 있는 조직은 기존 사업의 시각에 갇혀 위기와 기회의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존 사업 조직과 다른 시각을 가진 별도의 미래 탐색 조직을 갖춰야 합니다. 미래 탐색 조직은 회사가 관성을 극복하고 객관적 시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기존 사업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먹거리를 탐색해야 합니다.
코닝(Corning)은 ‘Strategic Growth’라는 미래 사업 탐색 조직을 두었습니다. 이를 통해 주력 사업뿐 아니라 미래 사업 기회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독특한 점은 미래 사업 탐색 조직을 R&D 조직 산하에 두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코닝의 R&D 역량과 관련이 있습니다. 코닝은 회사 성과에 관계없이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며 R&D 체력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쌓아둔 R&D 능력을 미래 사업 기회 탐색에 활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2. 관성이 낮은 일반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다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들도 조직관성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 사업 아이디어를 내야 합니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서 검토한다면 기업의 미래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임직원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GE의 CEO 제프 이멜트(Jeffrey Immelt)는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해 내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미래 사업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려했고, 그 일환으로 IB(Imagination Breakthrough)라는 프로세스를 만들었습니다. IB는 매출 8%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성장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IB에 대해서는 이멜트 자신이 직접 의장을 맡은 사업화 위원회에서 검토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덕분에 친환경 사업 전략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헬스케어 전략 ‘헬시매지네이션(Healthimagination)’을 도출하는 등 GE의 미래 먹거리들을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3. 최고경영진이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다
성공한 기업들에게는 주력 핵심사업이 있기 때문에 미래 사업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래 사업을 맡은 조직이 기업 내 지원을 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최고경영진이 미래 사업을 함께 논의하며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IBM도 CEO, CSO(최고전략책임자) 등 최고경영진이 미래 사업을 직접 관리했습니다. IBM 전 CEO 루 거스너(Louis Gerstner)는 취임 후 위기에 빠져 있던 IBM을 재건하며 기존 사업들을 점검했습니다. 당시 IBM이 높은 R&D 성과를 내고 있었음에도 신사업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 사업 조직리더들이 담당 사업 성과관리에 열중하느라 신사업 추진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스너는 EBO(Emerging Business Opportunities)라는 미래 사업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최고위급 임원(이후 CSO)이 EBO를 담당하도록 하였습니다. 최고경영진의 관심 하에 EBO는 조직 내에서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며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EBO가 시작된 후 약 10년만인 2010년에는 IBM 매출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신규 매출 창출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대기업은 유연성이 떨어져 환경 변화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방면의 우수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가치 창출에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GE의 이멜트도 대기업인 GE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 점을 활용해 미래 사업을 탐색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모두가 어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고민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