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리더]
문재인 대통령 에너지 정책, ‘깨끗하고 안전하게!’
문재인 대통령은 보궐 대선이었던 탓에 인수위원회 운영 과정이 생략되면서 곧바로 취임하고 국정을 넘겨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며 향후 대한민국 5년을 설계하는 작업에 착수한 속도는 광속(光速) 급이다.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에너지와 환경 관련 공약 일부는 벌써 행동에 옮겼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6일째였던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대기 환경 개선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했다. 30년 이상 낡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을 지시했으며, 내년부터는 3~6월 4개월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정례화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노후 발전소 10기는 임기 내 모두 폐쇄하고 폐쇄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것을 밝혔다.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에너지와 환경 관련 공약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와 약속 이행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안전하고 청정한 발전에 가장 큰 방점 찍어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1등 공신 중 하나로 꼽히는 ‘문재인 1번가’는 대선 레이스에서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정책 공약을 소개했던 사이트다.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문재인의 6대 에너지 정책
- 원전 제로
- 청정에너지 발전 시대 개막
-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확대
- 4차 산업혁명 대비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
- 친환경 에너지 세제 개편
-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산업 구조 전환
과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일관적으로 에너지 안보 확립과 수급 안정에 초점을 맞췄던 것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하고 청정한 발전 분야를 강조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문재인 1번가에 소개된 에너지 환경 공약 실천을 위한 각론에서는 더욱 명확한 정책 기조가 드러난다.
더럽고 불안한 발전원은 세금 높이겠다!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
- 원전 중심의 발전 →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및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 석탄화력발전 시대 → 청정에너지 LNG 발전 시대
- 연료비만 고려한 전력공급 →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전력공급
- 신재생 에너지 비중 1.1% → 전체 전력발전량의 20%가 될 수 있는 기반 마련
- 발전 연료에 대한 불합리 세금 제도 → 친환경 발전 연료 세금 경감
- 지나치게 저렴한 산업용 전기세 → 대기업 사용 전력 전기요금 정상화
먼저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환경급전 전환, 원전·석탄 등 발전용 연료에 대해 사회적 비용 부여를 통한 세금 인상 방안 등을 소개 중이다. 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신고리 5, 6호기와 삼척·영덕 등 신규로 추진되는 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통령이 직접 원전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밝히며 대통령 직속으로 원전 안전과 관련된 별도 기구 설립을 시사했다.
석탄화력발전은 감축하는 대신 청정에너지인 LNG 발전을 확대함은 물론, 연료비가 싼 전력을 기저발전화했던 경제급전에서 환경친화적인 급전으로의 전환도 약속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1%로 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은 현 상황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량 20% 달성할 수 있도록 필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원전과 석탄 발전용 연료 세금을 높이고 친환경 발전 연료 세금은 낮춤과 동시에, 대기업 사용 전력 전기요금은 비용을 고려한 인상을 통한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정상 회담 의제에 미세먼지 포함하겠다!
미세먼지 없는 푸른 대한민국
- 심각한 미세먼지 →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 석탄 화력발전소 배출가스 → 천연가스 발전 대체
- 낡은 경유차 사용 → 친환경 차 보조금 지급
- 부정확한 미세먼지 예보 → 학교 인근 측정기 및 미세먼지 특별 대책기구 설치
- 점차 증가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 정상급 회담 의제로 격상
‘미세먼지 없는 푸른 대한민국’을 약속한 대목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봄철 전력 비수기에는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약했다. 가동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는 조기 폐쇄하는 한편 가동 중인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배출허용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것이 중점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발표한 노후 석탄화력발전 가동 축소 등의 정책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내용 중 일부를 실제로 이행하는 절차에 착수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한-중 정상외교 의제에 포함하겠다 약속했고, 수송 연료 분야와 관련해서는 낡은 경유차를 조기 퇴출하며 친환경 차에 보조금을 지급해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국민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사용 환경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관건은,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될 환경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방법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는 발전원가가 싼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확대하는 ‘경제급전(經濟給電)’ 중심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되면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높은 친환경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는 ‘환경급전(環境給電)’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기조가 전환된다.
석탄 발전 원료 등에 과세를 늘리면 발전 비용도 올라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친환경 차 협력금 제도’의 내용이 미세먼지를 과다 발생하는 차량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반면 친환경 자동차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어서, 차량 보유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사용의 대가를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보편적인 원칙이다. 그러나 비용 앞에서 소비자들이 항상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을 고려한다면, 새 정부에 던져진 숙제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