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아무리 놀려도 상처 안 받아요. 남자 같아요.
다른 여자애들은 놀리면 우는데, 민지는 놀려도 안 울어요.
6학년 같은 반 친구들은 민지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다혈질이에요. 그래서 화났다가도 금방 괜찮아져요. 뒤끝도 없어요.
민지 또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남자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의 대상은 늘 민지였습니다.
그러나 민지는 정작 집에서는 쉽게 상처 받고 눈물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짜증도 심했구요.
내 마음이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
분노, 상처 등과 같은 대화에서는 항상 아무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웃거나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민지의 치료사였던 저는 이런 질문들이 민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질문 대신 미술작품을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민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었습니다.
또한 친구들에게 민지의 입장이 되어 놀림을 받았을 때 각자가 무엇을 느끼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들은 “속상할 것 같아요” “화가날 것 같아요” 등 민지가 느꼈을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민지는 치료사인 제게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지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랬고 동일한 경험을 찾고자 했습니다. 민지의 이야기를 공감해주자, 점차 동맹관계가 단단해지면서 민지는 자기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톡톡 수업이 끝나갈 무렵 민지가 미술작품을 통해 제게 한 이야기들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민지는 “외로움이요” 하면서 이내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괜찮은 줄 아나봐요.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저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친구가 없었어요.
사실 민지는 남자 아이들이 놀리는 것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3학년 때부터 늘 자기를 놀렸는데, 화를 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친구들에게 다혈질, 남자애 같다고 불리면서 스스로 “내가 그런가?”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게 다른 여자 아이들처럼 울거나 삐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친구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외로움이 많았던 민지는 자신의 욕구보다 타인의 욕구에 맞추어 행동해 왔던 것이죠. 그래서 스스로의 행동 뿐 아니라 감정표현 또한 자유롭지 못했던 것입니다. 민지는 친구들 앞에서 처음으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한 후 펑펑 울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였습니다.
민지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오늘 처음 알았어요.
민지의 눈물을 처음 본 친구들은 당황해하며 민지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친구들과 갈등이 생길 때 민지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고, 그러자 민지를 놀리던 친구들의 행동도 달라졌습니다. 이제 민지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고 긴 트랙의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청소년들
1.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정서적 체험 기회를 주세요
아이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과 진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나를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 이랍니다.
2. 모범답안은 없어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세요’
이렇게 해야해!’ 라는 정답은 없어요. 스스로 본인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늘 격려해주세요!
3. 공감의 힘을 보여주세요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그랬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라고 하면서 공감 해 주세요. 아이가 인정받고 공감받는다고 느낄 때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