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도 읽는 게 아니다??
먼저 읽기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책을 읽는 행위, 독서란 단순히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것만 말함은 아닙니다. 눈으로 읽은 텍스트, 정보를 뇌가 받아들이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들마다 제각각 기억하는 부분, 기억하는 정도, 책을 읽고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의 뇌는 문자를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읽기’를 통해 정보를 얻는 능력보다는 소리를 통해 얻는 정보가 훨씬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4살 미만의 영유아는 돌고래보다 낮은 뇌 수준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가져가는 감각이 더 발달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기호화된 문자 독서는 12살은 지나야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발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아이가 갑자기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없듯이, 제대로 된 읽기도 뇌의 발달 단계에 맞춰 훈련과 연습을 반복해야만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지요. 이러한 뇌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세 살짜리 아이에게 글자를 ‘읽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뇌 발달 측면에서 위험한 일입니다.
독서 영재 민지도 그 나이의 뇌 발달 단계와는 맞지 않는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뇌를 다쳤다고 볼 수 있지요. 이른 시기에, 무조건 많이 읽으면 좋다는 잘못된 정보 유통의 결과입니다.
늑대 소년은 왜 언어를 배우지 못했을까
18세기 프랑스에서는 갓난아기 때부터 늑대 무리에서 자란 12살 정도의 아이가 발견되었는데, 발견 이후 아무리 가르쳐도 걷기와 말하기를 배우지 못하고 결국 일찍 사망하였습니다. 아마 이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어째서 인간의 뇌를 가지고도 언어를 배우지 못했을까요?
이 비밀의 열쇠는 바로 ‘휴먼 스킬’입니다. 휴먼 스킬 이란 쉽게 말하면 인간의 뇌를 인간의 뇌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직립 보행과 언어 구사 능력입니다. 어린아이의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이를 제대로 습득해야 ‘인간’ 답게 성장하는 것이죠. 그런데 늑대 소년은 인간의 뇌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늑대의 스킬을 배워 늑대의 뇌로 시공된 데다가, 휴먼 스킬을 배울 시기를 놓쳐 회복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휴먼 스킬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백지 상태이던 아이의 뇌는 인간의 뇌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기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굉장히 긴 편입니다. 몇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가 걷고 듣고 말하는 모든 활동이 뇌 발달과 직결되는 것이죠. 이 시기에 휴먼 스킬을 배우는 활동을 적게 하면서, 인지 교육만 과하게 시키면 결국 아이들의 뇌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기초 공사가 튼튼하지 않으면 튼튼하고 높은 건물을 쌓지 못하는 법이죠.
뇌에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되나요?
아이들의 뇌가 인지 발달 시기에 과도한 스트레스나 상처를 받으면 지능뿐 아니라 정서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지능과 정서는 별개의 것이 아니고 모두 뇌에서 벌어지는 작용들로 생기기 때문입니다. 독서 영재 민지의 경우도 과한 자극으로 인해 아이가 후천적 자폐 성향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마음껏 뛰어 놀 나이에 휴먼 스킬을 배우면서 뇌와 함께 감정과 마음도 발달하기 마련인데 어느한쪽으로만 과한 자극을 가해 발생한 스트레스가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처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을 가고, 그 영향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휴먼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시기를 놓쳐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한 늑대소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관해 미국에서 학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를 보면, 아이들의 스트레스 점수가 가장 높았던 요인이 ‘외면(neglect)’이었다고 합니다. 폭력이 15점인데 비해 외면으로 인한 스트레스 점수가 80점에 가까운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버려지고 외면당하는 것에 대한 아이들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그럼 어떻게 읽기 학습을 해야 하죠?
뇌 과학의 권위자인 신성욱 PD의 조언에 의하면, 어린 나이에는 학습과 습득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뛰어 노는 것이 곧 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럼 읽기 학습을 전혀 시키지 말라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는데요, 아이들에게 올바른 읽기 학습을 하는 방법을 좀 알아볼까요?
응시가 뇌를 조각한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고 이야기해야 진심이 느껴지듯이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를 생각하고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응시’입니다. 아이들이 ‘외면’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을 바꿔 말하자면 아이들의 뇌는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잘 자랄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봐주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외면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제대로 자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아이를 혼자 키우는 현대의 엄마, 아빠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늘 고민하고 정보를 찾아 헤맵니다. 그런 불안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미디어에서 얻는 정보로 해소하고, 아이에게 무리한 스트레스와 자극을 주는 경우도 많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그저 따뜻하게 ‘응시’ 하는 것으로도 아이의 뇌는 잘 자란답니다.
본 포스팅은 <뇌가 좋은 아이>의 저자인 ㈜미디어랩 신성욱 PD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