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GS칼텍스 본사 열린소통공간 지음(知音)에서는 전 임원 및 팀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인사이트 제고와 상호 커뮤니케이션 강화 및 조직 내 학습문화 정착을 목적으로 제2차 리더 인사이트 포럼이 실시되었습니다. 지난 5월 ‘정도전을 통해 본 리더십’이란 주제로 진행된 제1차 포럼에 이어 기획된 이번 포럼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중심지의 명암이란 주제로 중동 정치경제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졌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정민 교수의 강의로 진행된 이번 포럼 내용을 임직원들에게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중동의 분쟁과 국민국가형성의 한계
최근 중동에는 잦은 테러 등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포통치를 통한 장악지역 통제권 강화, 무력 세력들간의 다툼 등이 현재 중동지역 분란의 주 발단인데요.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중동을 지구의 화약고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중동은 어쩌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유전으로 인한 영향이나, 이슬람 문화에 의한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국민국가 형성의 한계 때문이라고 서정민 교수는 말합니다.
중동의 국가들은 터키를 제외하고 사실상 새로 등장한 국민국가들로 볼 수 있으며, 국민국가는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중동지역은 국가 통합 및 정체성 성립이 아직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국가보다는 부족 및 종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성향을 띱니다. 이것이 중동의 국민국가형성 한계이며, 분쟁의 기저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중동문화는 무엇인가
지대(Rent) 추구형 국가의 모습
지대추구형 국가이론은 지대(Rent)에 의존하는 경제와 정치시스템을 가진 국가를 말하며, 투입 대비 산출이 상당히 커, 쉽게 돈을 버는 산업이 경제의 근간이 되는 국가들을 말합니다. 이는 중동 정치 경제 및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인 루치아니(Luciani) 등 정치경제학들이 주장한 것으로 아랍 22개국 중 정치 및 경제 분야의 선진국이 없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중동국가들은 유전에서 나오는 석유로 쉽게 돈을 벌며 국가가 최대 생산자이자 분배자가 되는 강력한 국가주도형 경제를 형성해 왔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현대국가와 개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공공부문이 주도가 되는 경제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결국 자국민들은 국가의 복지 혜택에 의존하게 되고, 노동력은 외국인들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이것은 경쟁문화가 정착하지 못하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와도 연결됩니다.
중동과 상업정신
중동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민간 제조업체가 있나요? 아마도 공공부문 에너지 관련 업체는 떠오르지만 세계적인 민간 제조업체는 떠오르지 않을텐데요. 이는 제조업보다는 상업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중동인들의 전통에 기반합니다. ‘아라비아 상인’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중국과 인도 그리고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중개상인의 역할을 해온 중동인들은 농업이 발전할 수 없는 그들의 자연환경과 함께 부의 축적과 출세를 위해서는 상업이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는 상업정신을 가지게 됩니다.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의 직업도 상인이었으며, 코란에도 ‘벌 수 있는 만큼 벌어라’는 문장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상업정신은 근대화 이후 중동의 경제개발 실패의 최대원인으로 꼽히며, 유럽에 경제주도권을 빼앗긴 이유 중 하나로도 평가됩니다. 제조업보다는 자금회전이 빠른 부동산, 주식, 채권, 서비스 산업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이는 제조업의 부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변화하는 중동
21세기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중동은 내부로부터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자신들의 발전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종교와 국적을 불문하고 외부인을 환영하고 있으며, 철저한 실용주의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인데요. 중동 국가들이 변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정책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중동은 16억 인구에 30세 이하 인구비중이 60%이며,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브릭스(BRICs) 대체 유망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서 벗어나 정치경제 정책에 있어 의사결정이 투명화되고 있으며 에너지, 군수, 서비스 산업 분야의 서방독점 메커니즘에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고전환을 통한 과감한 개혁과 미래 지향적인 발전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중동.
중동에 대한 다양한 오해의 시각들도 있지만, 황량한 사막을 단순히 사막으로 보지 않고, 시각과 사고의 전환으로 두바이 신드롬을 일으킨 그들의 저력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우리에게도 중동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할 때가 아닐는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