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스의 神 ]
센스있는 비즈니스 이메일 활용법
편지 쓰는 정성과 따뜻한 마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하루 유통되는 비즈니스 이메일이 무려 천억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광고성 메일은 수신자 100명 중 2명만이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내가 보낸 비즈니스 이메일이 휴지통이 아닌 보관함으로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편지 쓸 때의 정성으로 써야 합니다.
이메일은 편지에서 태어났습니다. 편지의 일종입니다. 편지는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정성과 배려가 담깁니다. 조선시대 선비는 서신을 쓸 때 어려운 서체를 쓰지 않고 정자체만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상대가 읽기 쉽게 하려는 마음이 배어 있는 것이지요. 이메일에도 바로 이런 편지의 아날로그적 따뜻함을 접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수신자 이름을 자주 불러줘야 합니다. 과거에는 편지 쓸 때 응당 ‘아버님 전(前) 상서(上書)’, ‘선생님 전 상서’ 등으로 상대를 호명하며 시작했지요. 이제는 이메일 수신인 칸이 이를 대신하지만 본문에서 다시 불러줘야 합니다. 먼 사람도 자주 불러주면 어느새 가까워집니다.
편지 글처럼 상대에게 말하듯이,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처럼 쓰는 게 좋습니다. 자신의 말투로 쓰면 작성하는 자신도 수월하고, 읽는 사람도 리듬을 타며 빠져들 수 있습니다. 상대가 앞에 있다 생각하고 정감 있게 느낌을 담아 써보세요.
군대 위문편지 쓰듯이 마지못해 쓰지 말고, 훈련소에서 부모님께 편지 쓰듯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이메일을 보면 보낸 사람의 성격과 인품, 간절함과 표정이 보입니다.
둘째, 간결하게 작성하는 게 핵심입니다.
스크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고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면 바람직하겠지요. 이게 여의치 않으면 적어도 A4 용지 한 장 분량 정도로 정리하는 게 좋겠지요. 그러면서도 받는 사람이 궁금한 점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간결하게 작성하려면 서두에 용도와 목적을 밝히는 게 좋습니다. 첫 단락에서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수신자가 끝까지 읽지 않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셋째, 목적이 분명하고, 그에 충실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왜 보냈는지, 받는 사람이 무엇을 해주기 바라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보내는 사람 스스로 핵심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받는 사람이 참고만 하면 되는지, 결정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지, 숙지해야 하는지, 행동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메일을 보내는 목적은 수신자가 무엇인가를 하게 하는데 있으니까요.
사내에서 이메일 보고를 하는 경우는 주로 4가지 목적으로 하며, 각각의 목적에 맞게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이메일 사용 시 주의할 점
- 개인적인 용도로 친구 등에게 보내는 메일은 회사 로고가 찍힌 공식메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공적인 메일을 보낼 때 개인 메일을 쓰면 신뢰가 떨어집니다. 공식 업무용 메일과 개인 메일은 철저히 분리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재임 때 공무용 메일 계정이 아닌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공적 업무를 처리한 것이 큰 문제가 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메일은 공개 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작성해야 합니다. 전체 공개는 아니어도 누구에게라도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써야 합니다. 이메일은 쉽게 전달되고 돌려볼 수 있는 매체니까요. 원하지 않은 사람에게 내 메일 내용이 들어갔다고 원망해본들 때는 늦습니다.
- 기록으로 남는다는 걸 유념해야 합니다. 보낸 메일로 인해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고, 상대방에서 반박의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메일은 두고두고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합니다.
- 사내에서 이메일로 보고하는 것은 자칫 불손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대면보고가 전달력도 강하지요. 그런데 얼굴을 보고 말하기 곤란하여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메일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직접 얼굴을 보지는 않더라도 전화로 하는 것이 이메일보다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언제 이메일로 보고해야 할까요? 문서 없는 구두보고 보다 중요하고 문서 있는 대면보고 보다는 덜 중요한 사안, 혹은 대면보고 해야 할 만큼 중요하지만 긴급한 상황일 때 사용합니다.
끝으로, 청와대 근무할 때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2004년 광복절 하루 전날, 완성된 경축사를 국회의장에게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메일 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기는 했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해 다른 사람에게 보낸 것입니다. 가까스로 수습은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입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이메일은 쓰기에 따라 문명의 이기(利器)가 되기도 하고 해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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