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면 창의적일까?

[ 테마 Column ]

다양하면 창의적일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경제 성장의 50% 이상이 과거 20년 간 지속된 사업이 아닌 신규사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과 같이, 상품과 서비스의 생명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는 신규사업을 창출하는 창의성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미 주지하다시피, 창의성과 다양성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매일 하던 방식 그대로 진행하면 새로운 창조와 혁신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기업에서는 다양성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다양성은 조직에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차이로 의사소통을 저해하거나, 조직융합을 해치거나, 상호간의 이해도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더불어 너무 의견 차이가 커서 일치점을 찾기도 어렵고, 조직 내 ‘왕따’ 현상도 일어납니다. 그런 이유로 무조건 ‘다양하다’라는 것은 결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역기능을 줄이면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다양성 관리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다양성이란?

먼저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성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다양성(Diversity)은 ‘다양성과 수용(Diversity & Inclusion)’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인종이나 성별, 신체장애 등 외적인 측면뿐 아니라 종교 및 가치관, 사회적 배경, 성적 취향 등 내적인 측면에서도 상이합니다.

다양성이란 개념에는 다양한 범주가 포함됩니다.

다양성이란 개념에는 다양한 범주가 포함됩니다. 사회적 범주로 연령, 민족, 인종, 성별, 종교 등과 같은 ①인구통계적 차이가 이에 해당됩니다. ②정보관련 다양성으로 교육 정도, 직무 경험, 기능적 전문성 등과 같은 조직 내 차이를 말합니다. ③가치 지향과 관련된 다양성으로 개인적 성격과 태도 등과 같은 심리적 차이를 의미합니다.

이 중에서 첫 번째 인구통계적 차이에 기반한 다양성 범주가 현재 기업경영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양성관리는 두 번째, 세 번째 영역까지 확산하면서 비즈니스와 연계성을 높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양성 경영은 개개인의 차이를 수용하고 인정하며 나아가 그 차이를 조직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합니다. 조직 구성원에게 획일적인 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살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줌으로써 조직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고자 하는 경영방식입니다.

그렇다면 다양성 관리가 왜 필요할까요? 인구구조의 변화, 기업의 글로벌化, 국경을 초월한 인재전쟁, 고객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배경은 비즈니스와의 연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퍼즐조각

IBM사의 CEO인 샘 팔미사노는 “다양한 인재로부터 최대한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경쟁우위의 기본이자, 사업의 최우선 순위”라고 다양성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경영학의 석학 게리 해멀 교수는 그의 저서 ‘경영의 미래’에서 “적응력은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적응력을 키우려면 시스템도 다양해져야 한다. 생각, 기술, 태도, 역량의 다양성이 클수록 적응력도 커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양성이 높은 집단은 동질적 집단에 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 제안, 복잡한 문제 해결, 과업 성취도 등에서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하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결국 다양성은 기업의 적응력과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인력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를 확보하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데 유리합니다. 다양한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고 접근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인재가 필요하고, 통일성과 의견일치를 주장하면 절대로 남보다 앞서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략적 경쟁우위 요소로서의 다양성

1960년부터 미국에서는 다양성 관리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제로 이를 전략적 우위 요건으로 실행한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다양성 관리에 성공한 기업을 분석하여 보면, 아래와 같은 차이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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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용(Inclusion)’입니다. 아무리 훌륭하게 제도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개선하여도 임직원의 마음 속에 아직 다양성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 지속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경영진입니다. 경영진이 다양성에 관한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하고, 거기에 근거하여 행동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성공사례를 함께 나누며, 다양성 관리가 단순하게 여성인력, 소수민족, 성적 소수자에 국한된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경영방식임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다름을 활용하는 지혜

흔히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서구에서 시작된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사자성어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경공(景公)이 신하들과 함께 자신의 영토를 둘러보던 중이었습니다. 그 때 일행을 향해 말을 급하게 몰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 경공이 재상인 안자(晏子)에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이 누구인가?” “양구거(梁丘據)입니다.” “아직 얼굴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는가?” “저렇게 말을 심하게 몰아대는 사람은 양구거 뿐입니다.” 그러자 경공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말을 급하게 모는데 양구거도 그러하니 이것이야말로 옛 성현들께서 말씀하신 군신간의 화합(和合)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안자는 정색을 하고 경공에게 말했습니다. “주군, 이것은 기뻐하실 일이 아닙니다. ‘화(和)‘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주는 것입니다. 주군께서 말을 급하게 다루신다면 저희들은 말을 천천히 몰아 그 부족한 점을 채워드려야 합니다. 반면 ‘동(同)‘은 한 편에 무조건 뒤섞여 결국 망하는 것입니다. 양구거가 주군의 흉내를 내어 말을 급하게 몬다면 그것은 ‘동’일 뿐입니다. 부디 주군께서는 ‘화’하시되 ‘동’하지 마십시오(和而不同).”

훌륭한 리더는 자신에게 가장 비판적인 사람을 곁에 둔다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과 생각이 다른 분의 의견을 존중하여 ‘동’하지 마시고, ‘화’를 이루도록 하십시오. 결국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차별화 요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